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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메모

[준PO] 후반기 최강자 대결, 니퍼트에 좌우된다

제대로 맞붙었다. 넥센과 두산은 간발의 차로 플레이오프 직행에 실패했지만, 후반기 최고 승률을 유지했었다. 두산은 31승 21패 1무로 .596의 승률로 후반기 1위였고, 넥센은 .585의 승률로 2위를 차지했다. 9월 이후로 한정하면 넥센이 .696의 승률로 선두, 두산이 .636로 전체 2위에 해당한다. 비록 준플레이오프 시리즈이지만, 경기력 자체는 한국시리즈보다 높을 가능성도 있다. 그만큼 두 팀의 현재 페이스는 최절정이라고 할 수 있다. 후반기 기록을 기초로 양 팀의 전력을 파악해보자.



마운드 높이와 안정성, 넥센이 우위



니퍼트가 정상적인 기량을 회복하지 못한다면 두산은 시작부터 지고들어가는 경기를 해야 한다. (사진 출처 - 두산 베어스)


FIP는 가능한 수비를 배제한 추정 방어율

FIP = (13*HR + 3*(BB-IBB+HBP) - 2*K) / IP + 3.20(혹은 시즌에 따른 특정값)


선발 투수는 단기전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로 여겨진다. 압도적인 원투펀치가 있는 팀은 경기를 쉽게 끌어갈 수 있다. 하지만 이번 준PO에서는 후반기 평균 6이닝을 소화한 선수가 없다. 그나마 노경은이 가장 이닝을 많이 소화했으나 일정상 3차전 나올 순번인데다 FIP는 4점대 초반으로 대단치는 않다. 가장 안정적인 투수는 벤헤켄으로 2차전 유희관과 맞붙을 예정이다. 만약, 두산이 1차전을 놓치게 된다면 시리즈는 급격하게 넥센 쪽으로 기울어질 여지가 있다. 안 그래도 중요한 1차전 두산이 총력전을 해야 할 이유다.


관건은 니퍼트의 몸 상태다. 니퍼트는 후반기 등 쪽 부상으로 엔트리에 제외된 후 9월 말이 되어서야 선수단에 합류했다. 복귀 후 니퍼트는 80개가 조금 넘는 피칭을 하며 완벽에 가까운 모습을 보였으나 마지막 KIA전에서 제구 난조를 보이며 1이닝 6실점으로 무너졌다. 볼넷 3개에 피홈런 1개, 투구 내용도 최악에 가까웠다. 니퍼트가 1차전 5회 이전에 강판된다면 두산 덕아웃은 패닉에 가까운 반응이 나올 수밖에 없다. 반대로 명성에 걸맞은 활약을 한다면 잔여 경기는 물론, 두산은 그 이상도 노려볼 전력이 된다.




1, 2차전이 선발 투수가 비중이 높은 경기라면 이후는 불펜에서 승부가 갈릴 수 있다. 넥센 선발의 후반기 FIP는 두산보다 1.00 가까이 높으나 오재영과 문성현은 5이닝 이상 소화하기 어려운 투수들이다. 다행히 넥센은 불펜에서도 두산과 비교해 우위를 점하고 있다. 좌투수가 없다는 단점에도 마무리 손승락 - 필승조 한현희, 송신영 - 롱릴리프 강윤구로 이어지는 라인은 체계가 잡혀 있다. 시즌 마지막까지 마무리를 정하지 못했던 두산과는 큰 차이다. 게다가 두산의 실질적인 불펜 에이스인 윤명준은 사실상 올해가 프로 1년 차다. 선발에 이어 불펜 마운드도 미세하게나마 넥센에 손을 들어줘야 할 듯하다.


두산에 변수가 될 요소는 핸킨스와 김선우의 피칭이다. 4선발 이재우는 실질적으로 첫 번째 나오는 투수라는 개념이라 롱 릴리프의 역할이 중요하다. 두 선수가 1+2 전략은 해줄 피칭은 되야 니퍼트가 무너져도 살아날 구멍이 생긴다.





상대전적은 표본이 작아 큰 의미는 없으나 정신적인 면에서 무시하기는 쉽지 않다. 9승 7패로 상대 전적이 우위인 넥센이 약간 더 좋은 피칭을 했는데 송신영, 이정훈 두 베테랑이 좋은 피칭을 했었다. 두산에서는 좌투수인 유희관이 넥센을 상대로 잘했던 게 신기하다. 자세히 살펴보니 강정호와 박병호에게는 9타수 4안타로 좋지 않았었다. 영리한 유희관이라면 두 선수를 무리하게 승부하지는 없겠지만 말이다.




야구는 야수놀음? 두산의 방식 있다 



올해 넥센 돌풍의 원동력이 되었던 김민성, 가을에 다시 한번 영웅이 될까? (사진 출처 - 넥센 히어로즈)



국내에서는 유독 야구는 투수 놀음이라는 말들이 많다. 이는 팀 방어율에 수비수들의 기여가 있다는 부분을 망각한 편향된 시각일지도 모른다. 실제로 SK와 삼성의 왕조에는 야수들의 강력한 수비와 주루플레이가 있었다. 빠른 야구에 능한 두산과 넥센은 이 부분에서 강팀의 조건에 충족한다. 참고로 인플레이된 공을 아웃시킬 확률을 나타내는 DER 수치는 후반기 두산이 .689로 넥센보다 약 0.019가량 높았다. 타격에서는 두 팀의 격차가 더 벌어진다.




wOBA는 출루율처럼 보면 되는 종합 타격 스탯입니다.

wOBA = (0.72*(볼넷-고의사구) + 0.75*사구 + 0.90*1B + 0.92*실책출루 + 1.24*2루타 + 1.56*3루타 + 1.95*홈런) / (타석-고의사구)


박병호와 강정호를 제외하면 두산보다 앞서는 포지션이 없다. 물론, 이 둘은 몇 사람의 몫을 해주는 별 중의 별이다. 그래도 다른 선수들이 도와줘야만 경계를 푸는 효과가 생긴다. 특히 김민성의 역할이 중요하다. 넥센은 다른 팀과 다르게 자신들의 최고의 타자 중 한 명인 강정호를 6번에 쓰는 전략을 취한다. 김민성이 강정호의 비호를 받으며 좋은 타격을 한다면 나쁘지 않은 전력이다. 그런데 중간에서 쉬어가는 타임만 만들어주면 득점 효율은 떨어지게 된다. 10월 김민성은 18타수 2안타로 부진했다. 몇몇 타자에게 치우쳐진 넥센의 타선에서 김민성의 회복은 몹시 절실하다.


주전 라인업에서는 박병호, 강정호가 만회한다지만, 백업으로 넘어가면 누가 봐도 두산 쪽이 강해 보인다. 포수만 봐도 넥센은 허도환, 박동원의 몸 상태가 썩 좋지 않다. 반면 두산은 9개 구단 주전들을 모두 포함해도 상위클래스에 놓일만한 최재훈이 든든히 버티고 있다. 두산의 야수층은 역대 최강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화려하며 이 강점으로 팀을 여기까지 끌어왔다. 경기 후반 두산은 넉넉한 기용폭을 활용해 작전과 선수교체가 빈번할 것으로 예상한다. 경우에 따라 독이 될 수도 있겠으나 타 팀 입장에서는 부러움의 대상이다.



종합해서 본다면 투수력은 넥센이 야수의 힘은 두산이 앞선 양상이다. 니퍼트가 어떻게 해주느냐에 따라 전력의 부등호는 갈릴 수 있다. 단기전인 만큼 또 어떤 영웅이 등장할지는 예측 불가다. 두 팀이 1, 2위 팀 이상으로 멋진 경기력으로 가을의 전율을 느끼게 해주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