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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메모

한화 새 외국인 야수, 제이크 폭스 최근 5년간 기록

사진 출처 - Keith Allison님 플리커


지난 15일 한화 이글스가 나이저 모건의 대체 외국인 선수로 미국 출신 야수 제이크 폭스(Jake Fox)와 12만 달러에 계약했다고 밝혔다. 시즌 두 달이 지난 시점이라고 해도 일반적인 외국인 선수 계약 액수와 비교하면 상당히 헐값이다. 1982년생으로 적지 않은 나이도 기대감을 낮추는 요소다. 이 때문에 이번 영입이 과연 얼마나 팀 전력에 도움이 될지에 대해서 설왕설래가 오가고 있다. 제이크 폭스의 커리어를 따라가 보며 시즌 전망을 해보자.


미시건 대학 출신의 폭스는 1학년 때부터 팀의 주축으로 활약하며 토너먼트 결승 진출에 크게 공헌했다. 비록 미시간 대학이 우승에는 실패했지만, 폭스는 포수부문 올토너먼트팀에 뽑히는 영예를 안았다. 참고로 대회 MVP는 LG에 입단한 잭 한나한. 폭스는 이후 두 시즌 두 자릿수 홈런과 6할 후반의 장타율을 기록하며 포수로 매우 경쟁력 있는 타격을 증명했다. 그 덕에 2003년 드래프트 시카고 컵스로부터 비교적 높은 순번인 3라운드 전체 73번째 순번으로 지명되며 프로생활을 시작할 수 있었다.


프로에 입단한 폭스는 드래프트된 다음 해 로우A에서 395타석 동안 14개의 홈런을 치며 무난한 데뷔를 했지만, 수비에서는 어깨를 제외하고는 가혹한 평가를 받았다. 결국, 2007시즌부터 타격의 장점을 살리기 위해 1루와 외야수를 겸업하게 됐는데 2년 동안 더블A와 트리플A에서 무려 55개의 홈런을 치며 무시무시한 장타력을 과시했다. 2009시즌에는 트리플A에서 194타석 4할의 타율 17개의 홈런을 기록해 메이저리그에 부름을 받았고, 5월 말 경부터 11개 홈런 .779의 OPS로 준수한 성적을 냈다. 20대 중반에 접어든 폭스의 전성기라고 할 만하다.


그러나 수비에서는 붙박이 1루수 데릭리의 존재로 인해 마이너리그에서 거의 경험이 없던 3루로 기용되는 무리수를 둬야 했고, 외야수로는 발이 느려 평균 이하의 수비 범위를 나타냈다. 게다가 타격에서도 선구안이 떨어져 컵스에서 쓰임새가 크지 않았다. 헨드리 단장은 폭스의 한계가 명확하다고 판단하고, 시즌 후 곧바로 오클랜드에 헐값에 팔아버린다. 외형이나 운동능력보다 효율성을 중요시하는 오클랜드의 빌리 빈 단장은 폭스의 장타력에 좋은 점수를 줬겠지만, 결과는 그리 좋지 못했다. 폭스는 100타석 동안 .214의 타율 2개의 홈런만을 기록한 채 저니맨 신세가 되고 말았다. 2011시즌 후 폭스의 타격 기록은 아래와 같다.





마이너리그로 강등된 폭스는 완연한 하락세에 접어들었다. 삼진이 많고, 뜬공 비율이 매우 높은 폭스는 BABIP가 낮을 수밖에 없고, 변화구 공략에 대한 문제를 지적 받아왔다. 슬러거로는 다소 작은 184cm의 신장에 장타 위주의 타격을 하다 보니 이런 성향으로 자리잡지 않았나 추측되기도 한다. 


그런데 2012년에 투수 친화적인 인디애나폴리스 구장에서 2개의 홈런밖에 치지 못하자 메이저리그 팀들은 그를 트리플A 로스터에 끼워주려고 하지 않았다. 폭스는 독립리그에서 선수 생활을 이어나가야 했는데 다행히 야구에 대한 열정만은 식지 않은 듯 보인다. 2013년 애틀란틱 리그를 시작으로 8월 잠시 트리플A 팀에서 뛴 후 윈터리그까지 1년에 176경기 743타석을 소화한 성실함은 입이 벌어지게 만든다. 2014년에도 폭스는 더블A와 맥시코리그, 도미니카 윈터리그를 거쳐 157경기 651타석을 소화하는 강행군을 이어나간다. 홈런 숫자도 2년간 74개로 자신의 장점을 잃지 않았다.


하지만 폭스가 최근 뛴 리그가 국내 리그와 비교해도 상위 리그라고 할 수 없고, 멕시코 리그는 타자 친화적인 곳으로 꼽힌다. 과연 2014년 폭스의 성적을 어떻게 평가해야 할까?





국내에 오기 전 멕시코 리그에서 뛰었던 대표적인 선수는 카림 가르시아가 있다. 2007년 술따네스 데 몬떼레이 소속으로 3할 후반의 고타율 20개의 홈런을 기록했고, 다음 시즌 한국에서 홍대갈 트리오의 한 축으로 맹활약했다. 이후 나이에 따른 하락세인지 국내 구단의 전력 분석이 끝나서인지 OPS+가 110~120대로 줄어들었고, 한화에서도 마찬가지다.


올해 폭스는 가르시아의 국내 첫 시즌과 같은 나이로 트리플A와 멕시코리그의 홈런 수치는 가르시아와 비슷하다. 단, 컨택 능력은 확실히 뒤처져 OPS+는 가르시아의 2007년과 2011년의 중간에 있다. 만약 2012년 멕시코리그의 성적을 현재 한국 리그에 대입해 OPS+를 120으로 설정하면 .850내외의 OPS로 계산된다. 물론, 파크팩더와 부족한 표본, 그밖에 변수는 많기에 실제 성적에 대한 예측이라 하기에는 근거가 부족하긴 하다.


총괄적으로 보면 이종환의 현재 온 파이어 모드가 식고 나면 폭스는 지명타순의 더 나은 대안이 될 수 있다. 또 많은 나이에도 불구 최근 몇 년간 강철같은 내구력을 보여줬다. 임기응변이 빠른 김성근 감독이 쓸만한 카드가 늘어났다는 점에서 한화 전력은 확실히 업그레이드됐다고 여겨진다. 특히 좌투수를 상대로 한 장타력은 외인 타자 중 최고 수준이라고 예상된다.


그렇지만 외야와 1루 수비는 최진행과 김태균의 업그레이드가 될 확률이 희박하고, 3루와 포수 포지션은 출장하지 않는 게 도움이 될 수 있다. WAR로 보자면 타격 성적보다는 확실히 낮은 팀 기여도로 계산될 것이다. 이종환, 이성열 등을 영입한 의미도 빛이 바래는 면이 있어서 한정된 예산을 고려하더라도 이상적 영입이라고 말하기는 망설여진다.



마지막으로 제이크 폭스의 2010~2011년 메이저리그 경기 영상

※ 주의 : 하이라이트 장면으로 수비 능력을 판단하지 말 것!



폭스가 메이저리그에서 마지막으로 때려낸 홈런



1루수로 오티즈의 타구를 잡아내는 점핑 캐치



조금은 둔탁한 외야 다이빙 캐치



5년 전 포수로 도루를 저지하는 정확한 송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