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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메모

한화 외국인 야수, 나이저 모건 3년간 기록 & 영상

사진 출처 - Scott Ableman님 플리커 


지난해 12월 한화 이글스가 새 외국인 야수로 미국 출신 외야수 나이저 모건(Nyjer Morgan)과 계약금 15만 달러, 연봉 55만 달러에 계약했다고 발표했다. 애당초 한화는 지난해 좋은 활약을 했던 펠릭스 피에와 재계약 의사가 있었다. 그러나 피에의 에이전트와 과한 조건을 요구하면서 협상이 틀어지고 말았다. 한화 프런트는 데이비스, 클락, 피에 등 투수와 달리 야수 영입에는 큰 성과를 보이곤 했다. 새롭게 영입한 나이저 모건도 이들의 전례를 따를 수 있을지 커리어를 따라가 보자.


나이저 모건은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다. 고교 시절 야구보다 아이스하키에 더 몰두했고, 1998년 로키스의 42라운드에 지명받았지만 계약하지 않았다. 모건이 야구에 집중했다고 해도 대학행을 고려할 만큼 낮은 순번이기는 하지만 말이다. 모건은 캐나다 고교로 전학해 웨스턴 하키 리그에 참여했는데 크게 두각을 나타내지 못한다. 결국, 미국으로 돌아와 커뮤니티 컬리지에 입학해 야구에 전념하게 되고, 2002년 피츠버그에 33라운드에 지명되면서 프로 생활을 시작하게 된다.


모건은 프로 첫 시즌 싱글A 숏리그에서 .343의 타율 26개의 도루를 할 만큼 좋은 성적을 냈고, 프로 데뷔 5시즌 만에 트리플A와 메이저리그에 승격됐다. 아이스하키를 하며 외도한 기간을 생각하면 빠른 성장 폭이나 많은 나이로 인해 선수 가치가 높다고 하기는 어려웠다. 모건의 선수 생활에 전환점이 된 계기는 워싱턴으로 트레이드되면서다. 

당시 워싱턴은 몬트리올에서 연고지를 이전한 후 자리를 잡지 못하고 계속 하위권에 머물렀다. 특히 외야는 메츠와 템파베이에서 영입한 라스팅스 밀리지, 엘리야 듀크스 등 높은 포텐셜의 유망주들이 경기 내외적으로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2009년 시즌 중반 워싱턴은 밀리지를 포기하고 피츠버그로 보내는 대신 수비가 뛰어난 모건을 영입해 중견수로 풀타임 기회를 준다. 모건은 이적한 해 시즌 말미에 부상을 당하기 전까지 49경기에서 .351의 고타율과 24개의 도루를 기록하면서 공·수·주에서 팀의 기대를 200% 부흥한다. 평범한 야구 선수 나이저 모건이 그의 또 다른 자아라고 하는 '토니 플러쉬'로 변할 만큼 놀라운 활약이었다.


하지만 다음 시즌 모건은 BABIP 수치가 .355에서 .304로 떨어지면서 OPS는 6할 초반대로 떨어진다. 아무리 수비와 주루플레이가 뛰어나도 주전으로 살아남기 쉽지 않은 성적이었다. 게다가 시즌 중반 필리스 전 팬의 야유에 공을 던지는 행동을 하고, 상대를 배려하지 않는 과도한 홈 쇄도, 점수 차가 크게 벌어진 상황에서 불문율을 어긴 도루 시도 등 악동으로서의 면모를 드러낸다. 9월 1일 플로리다 경기에서는 상대의 보복구에 주먹으로 대응하는 등 난동이 벌어지면서 8경기 출장 정지와 벌금이 내려지는 징계를 당하기도 한다. 부진한 성적과 다혈질적인 행동이 겹치면서 모건은 헐값에 밀워키로 트레이드됐고, 새로운 팀에서도 특별한 반전이 일어나진 않았다. 이후 일본을 오가며 이어진 모건의 커리어는 아래와 같다.





비교적 많은 나이에 최근 트리플A에서 뛴 기간이 짧아 모건을 다른 외국인 타자와 일괄적으로 비교하기는 적절치 않다. 그래도 리드오프 유형으로 최근까지도 메이저리그와 일본 리그에서 활약했다는 점은 기량 면에서 안심하게 하는 요소다. 적극적인 타격으로 볼넷을 많이 얻어내지 않지만, 평균 이상의 선구안에 컨택 능력도 국내에 온 외국인 선수 중에는 수준급이다. 펠릭스 피에와 비교하자면 라인드라이브 타구와 땅볼 비율이 더 높아서 빅리그에서 어떻게 높은 타율을 올렸는지 설명해준다.


타격에서 단점이라고 하면 장타력에 대한 기대치다. 2003년부터 12년 동안 리그를 통틀어서 한 시즌에 5개 이상의 홈런을 기록한 시즌은 일본에서 뛴 2013년뿐이다. 일본에서 12개의 홈런을 친 비결은 일본 리그의 수준이 낮아서가 아니라 요코하마의 홈구장이 일본에서 가장 타자 친화적인 곳 중에 하나로 꼽히기 때문으로 보인다. 국내에 오더라도 이보다 많은 홈런을 치기 어려워 수비와 주루에서 빼어난 모습을 보여야 이해타산이 맞는 영입이 될 수 있다.



나이저 모건은 마이너리그와 메이저리그에서 뛰던 시기 리그 최상위의 수비력을 가지고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2009년에는 27.8의 UZR 수치로 프랭클린 구티에레즈에 이어 포지션을 불문하고 메이저리그 전체 2위에 해당하는 필딩런을 기록하는 기염을 토한다. 이 시즌 나이저 모건은 베이스볼 아메리카가 꼽은 내셔널리그 최고의 주루플레이어 1위, 가장 빠른 주자 3위에 꼽히기도 한다. 또 김성근 감독이 중히 여길 번트 대는 능력은 일본과 미국에서 모두 인정받았다. 이쯤 되면 수비와 주루, 작전수행 능력까지 흠을 잡을 수 없다.


하지만 지금은 이로부터 5년 이상이 흘렀다. 나이저 모건은 마이너 시절부터 500타석을 기준으로 40~50개의 도루를 하는 무시무시한 주자였는데 2011년을 기준으로 10개가 조금 넘는 수준으로 급락했다. 그리고 일본에서는 수비 범위에 대한 평과 별개로 도루는 5번만 시도에 3번을 성공에 그쳤다. 요코하마에서 재계약 협상에 실패한 원인은 떨어진 엔화 가치와 더불어 수비와 주루에서 대단한 어필을 하지 못해서일 가능성도 있다. 어깨가 약한 나이저 모건이 스피드가 줄어들게 되면 아무리 퍼스트 스텝이 훌륭하더라도 중견수로서 경쟁력은 떨어지게 된다.



나이저 모건의 T 세레모니를 따라하는 초등학교 아이들. (사진 출처 - 나이저 모건 페이스북)


대신 경기 외적인 멘탈 측면은 크게 우려되진 않는다. 모건이 자신을 '토니 플래쉬'로 지칭하는 등 4차원적인 성격에 강한 투쟁심이 화를 불러오기도 했지만, 사건을 일으킨 당시는 야구 인생에 가장 절박했던 시기였다. 또 그가 트러블을 일으킨 대상은 경기를 뛴 상대편으로 팀메이트 아오키의 증언 등 클럽 하우스 내에서는 세간의 비치는 것처럼 비호감은 아니었던 것 같다. 무엇보다 최근 일본에서 모건의 행보는 한화를 안심하게 만든다. 한 시즌 동안 특별한 문제를 일으키지 않았을 뿐 아니라 팬서비스에 있어서 칭찬 일색이다. 재계약 불발 시 일본 커뮤니티의 반응은 거액의 금액으로 재계약하기는 망설여져도 계속 보고 싶은 선수여서 아쉽다는 의견이 많다. 김성근 감독이 소위 야구계의 풍운아들을 컨트롤했던 모습을 보면 오히려 좋은 궁합이 기대될 정도다. 단, 한화가 SK 시절처럼 상대편의 경계 대상이 된다면 '토니 플래쉬'는 논란의 중심이 되기를 망설이지는 않을 듯하다.


총괄해 나이저 모건은 타격과 수비, 주루플레이에 있어서 국내에서 충분히 통할만한 기량을 가지고 있다고 여겨진다. 중견수 포지션과 작전 수행능력 등 김성근 감독이 지향하는 한화에 아주 잘 들어맞는다. 하지만 80년생, 만 34세의 나이는 운동능력의 하락을 예상하게 하고, 2014년 무릎 부상으로 5월 14일 이후 출장이 없었다는 점은 매우 큰 불안 요소다. 수비력을 나타내는 UZR 수치가 마이너스로 떨어진 것도 작년이 처음이다. 여느 노장들과 마찬가지로 나이저 모건의 한국에서 성공은 그가 얼마나 많은 경기에서 외야수로 뛸 수 있느냐에 달렸다고 하겠다.



나이저 모건의 2011년 하이라이트 영상




2010년 문제가 된 나이저 모건의 돌출 행동들



2013년 일본에서 역전 투런 홈런과 특유의 세레모니



2014년 장타를 막는 펜스를 앞에 둔 점핑 캐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