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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메모

한화·KIA 4:3 트레이드, 좌완 유창식-임준섭 교환 이유는?

지난 6일 한화와 KIA가 2015시즌 4번째로 트레이드 협상을 마무리 지었다. 한화는 KIA에 좌완 유창식(22세), 우완 김광수(34세), 외야수 노수광(24세)과 오준혁(23세)을 보내는 대가로 좌완 임준섭(25세), 박성호(28세), 이종환(29세) 등 중견급 선수를 수혈했다. 


한화가 이 트레이드를 시도한 이유는 명백하다. 한화는 재작년도 오프시즌 정근우, 이용규에 이어 작년 겨울에도 배영수, 권혁, 송은범을 영입하며 굵직한 투자를 진행했다. 그리고 김성근 감독이 팬들의 성원에 힘입어 극적으로 사령탑에 오르게 됐다. 프런트와 코칭스탭 모두가 반드시 결과를 만들어야 하는 흐름이 됐고, 성적이 나오기 시작했다. 그러던 차에 쌍방울 시절 사제지간이던 김성근 감독과 김기태 감독 사이에 전향적인 대화가 오고 간 것으로 여겨진다.



상승세의 한화, 달리는 말에 채찍질



드래프트 상위지명 투수 가운데에서도 임준섭은 프로에서 매우 적응을 잘한 케이스에 속한다. (사진 출처- KIA 타이거즈)


고로 한화는 얼마나 가치 있는 선수를 얻어오느냐에 초점이 맞춰진 게 아니라 현재 전력을 얼마나 극대화 시켜줄 조합이냐가 중요하다. 현재 한화 선발은 유먼, 안영명, 배영수, 탈보트에 송은범이 합류하면서 5인 로테이션이 그럭저럭 만들어졌다. 허나 선발 평균 이닝은 9일까지 4.48이닝에 불과해 불펜의 과부하가 심각한 상황이다. 유창식이 계투로 효과적이지 않다고 판단했기에 임준섭과의 좌완 스왑딜이 발생할 수 있었다.


유창식과 비교하면 대단치 않게 느껴질 수 있지만, 임준섭 역시 드래프트 상위 라운드에 지명된 무시못할 유망주였다. 2학년 때부터 경성대의 주축 투수로 활약한 실적은 그 해 1차 지명 단국대 박지훈이나 다음 해 NC에 우선 지명된 이성민에 크게 뒤지지 않는다. 입단 즈음에 팔꿈치 문제가 아니었다면 더 주목받는 투수가 되었을지 모른다.


 




※ 스포츠 투아이 문자 중계와 구종, 스피드에서 약간의 차이가 있음을 말씀드립니다.


다행히 토미존 수술 후 재활은 순조롭게 진행됐고, 2013년부터 열악한 팀 뎁스로 인해 스윙맨으로 많은 기회를 받는다. 선동열 감독은 임준섭의 가능성을 보고 2014년부터 선발로 투입했는데 체인지업 구사가 나쁘지 않은 투수임에도 한계를 드러냈다. 그러나 올해 KIA에서 5선발로 시험되고 있는 임기준이나 문경찬 등보다 안정적인 활약을 해줬음은 분명하다.


불펜에서는 더 효과적이었는데 많은 이닝은 아니나 2013년 18경기 22.2이닝 3.15ERA 4.45FIP, 2014년에는 8.2이닝 무자책 2.19FIP를 기록했다. 선발로 뛸 때보다 2km가량 빠른 볼 스피드가 상승했고, 좌타자를 더 많이 상대하게 되면서 체인지업보다 슬라이더의 빈도가 늘었다. 2015년의 표는 구질이 제대로 표현되지 않았을 수도 있지만, 전체적인 패턴의 변화는 파악할 수 있다. 올해도 평균자책점은 높으나 FIP는 3.76으로 낮다. 한화에 적응하게 된다면 충분히 제 몫을 해주리라 예상한다. 하위로테이션의 선발 투수로도 활용도는 높아 임준섭은 커리어에 비해 다소 과소평가됐던 투수다.




유창식의 5년, 절망적인 시간이었을까?


유창식이 2군에서부터 차근차근 단계를 밟았다면 지금보다 과감하게 존을 공략하는 투수가 됐을 가능성이 있다. (사진 출처- 한화 이글스)


올해 확실한 목표를 가지고 달려가는 한화와는 달리 KIA는 조금 더 여유를 가지고 있는 입장이다. 최근 몇 년간 FA 영입과 외국인 투수 면면을 보면 올해는 확실히 힘을 빼고 가는 시즌임을 유추할 수 있다. 또 김기태 감독은 돌아온 에이스 윤석민을 마무리로 돌리고 나서 야심 차게 빼 든 선발 카드들이 일단 실패로 돌아갔다. 장기적인 관점에서도 현재 팀 사정을 고려해도 유창식은 한화에서보다 매력적인 투수로 인식됐을 것이다.


그러나 유창식이 2011 드래프트에서 전체 1번픽으로 7억 계약금을 받고 입단한 후 부진한 투구로 비판받는 시간이 더 길었다. 또 좌완 육성에 일가견이 있는 김성근 감독이 보낸 투수라는 이유로 포기한 선수는 아니냐는 부정적인 시각도 있다. 유창식은 정말 실패한 유망주에 가까울까?





국내 프로야구 여건에서 선발 투수 발굴은 상당히 어려운 일이 아닐 수 없다. 2006드랩의 천재 류현진, 2007드랩의 김광현, 양현종 이후 에이스급 투수는 커녕 로테이션에 자리 잡은 투수도 손에 꼽힌다. 이에 대해서 아마야구의 선수 수준이 떨어졌다는 지적도 일리가 있으나 뛰어난 자질의 선수가 대거 릴리버로 빠지는 영향도 있다. 올라간 야구 수준에 따라 유망주를 선발로 쓸 수는 없으니 우선 성적을 내기 위해 중간 계투로 활용하는 것이다. LG의 정찬헌, 넥센의 조상우 등이 그 대표적인 케이스. 물론, 팀 상황을 볼 때 이 방식이 반드시 잘못됐다는 의미는 아니다.


이 같은 현실에서 유창식의 육성 과정은 조금 특이했다. 드래프트 당시의 높은 기대치와 한화의 얕은 투수층이 만나 처음부터 많은 기회가 주어졌다. 유창식은 2011년 고교리그에서 초고교급 투수라는 소리를 듣기는 했으나 성적에서 독보적이지는 않았던 만큼 프로에서 준비 기간이 필요한 투수였다. 그런데 2군에서 육성과정 없이 진도를 나가다 보니 성적이 따라가지 않는 것도 당연하다. 


실제 다른 투수와 비교하면 유창식이 실적이 없는 투수는 아니다. 동년배 중 그 이상의 선발 투수라 불릴 선수는 거의 없고, 올해 한현희가 두각을 나타내는 정도다. 유창식이 실망스러운 투구로 많은 질타를 받는 원인은 발전 속도 보다는 계약금에 따른 기대치와 다른 유망주보다 TV나 경기장에 많이 노출되는 탓이 크다.




※ 스포츠 투아이 문자 중계와 구종, 스피드에서 약간의 차이가 있음을 말씀드립니다. 유창식의 체인지업 구질은 포크볼 등의 변화구로 카운트 되기도 합니다.



유창식의 구위와 작년 성적만 본다면 좌완 투수로 높은 잠재력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 전반기 평균 142km 최고 150km에 달하는 빠른 볼 스피드는 리그 평균을 2km 이상 웃돈다. 선발 투수 중에는 빠른 볼 비중이 상당히 높은 투수로 파워피쳐로 분류된다. 그러던 중 지난 6월 팔꿈치 통증으로 공백이 있었고, 이후 구위가 저하되는 현상이 발생했다. 올해도 구위가 회복되지 못했는데 본인 인터뷰에 의하면 팔꿈치 통증으로 스프링캠프에서 많은 훈련을 소화하지 못한 탓이라고 한다.


하지만 유창식의 가장 큰 단점은 구위 저하에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작년 후반기에도 ERA와 FIP는 아시안게임에까지 선출됐던 이태양보다도 낮다. 문제는 너무 많은 볼넷을 내줘 이닝 소화력이 떨어진다. 지나치게 낮은 피홈런을 보면 제구력이 형편없어서라기보다 정타를 맞지 않으려고 피해가는 피칭을 하지 않나 하는 추측을 하게 된다. 고교 시절 모습을 상기하면 프로에서 과도한 부담감이 유창식의 투구 성향을 부정적인 방향으로 변화하게 했을 수도 있다.


트레이드는 선수에게 좋은 전환점이 될 수 있다. 유창식의 선발 FIP는 2012년부터 70.6->79.9->92로 매년 상승하고 있으며 앞으로 군 복무 기간까지 포함하면 무난히 중위 로테이션의 선발 투수로 커리어를 쌓을 기량을 가졌다고 전망한다. 선수의 미래는 모른다고 하나 KIA에는 꽤 만족스러운 트레이드로 평가되지 않을까?



배보다 더 큰 배꼽 될 후보는?



장타력의 이성열과 컨택 능력에 강점을 가진 이종환은 대타, 백업으로 기용하기에 넘치는 타격 재능을 지니고 있다. (사진 출처 - KIA 타이거즈) 


양팀이 트레이드를 시도한 주된 이유는 좌완 투수 교환에 있었겠지만, 이적한 다른 선수들도 충분히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KIA에서 한화로 간 이종환은 알루미늄 배드 시기 북일고에서 뛰어난 타격을 했고, 단국대에서도 3, 4학년 4할에 근접한 타율을 기록할 정도로 돋보이는 활약을 해왔다. 단, 아마에서도 제대로 된 수비포지션을 갖지 못했고, 지명타자로는 장타력이 부족해 주전으로 기용하기에 조금 아쉬운 부분이 있었다.


한편 KIA로 온 두 명의 야수도 타격에 재능이 있다. 특히 오준혁은 작년 경찰청에서 208타석 동안 .370의 타율과 7개의 홈런으로 눈부신 타격을 했다. 벽제 구장을 고려해도 우수한 성적이다. 약점은 부족한 수비력으로 타구 판단 능력과 송구 모두 평균보다 떨어진다. 노수광은 대학 졸업반부터 프로에서까지 빠르게 성장하는 모습을 보이는데 역시 장타력과 송구 능력을 더 보완해야 한다. 1군 전력에 가깝진 않더라도 수비가 좋고, 병역 문제를 해결한 어린 선수니 한계를 그어버리긴 이르다.


그 외 197cm의 좋은 하드웨어를 가진 박성호는 김성근 감독이 SK 부임 시절 KIA에서 인상적인 모습을 보였다. 제대 후 140km 중후반대까지 찍혔던 구위를 회복하지 못하고 있는데 친정팀 한화에서 새로운 시작을 하게 됐다. 유원상과 트레이드된 후 좀처럼 자리를 잡지 못했던 김광수도 1군과 2군에서 삼진/볼넷 비율은 유지됐다. 30대 중반이 된 나이에도 계기가 된다면 1군에서 재기의 시간을 가질 확률도 적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