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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메모

'선발' 오승환과 '불펜' 윤석민의 대결한다면?




10일 삼성이 LG를 누르고 2위 롯데와 한 경기차 시즌 선두로 치고 나가기 시작했다. 삼성은 4월 4할대의 저조한 승률에서 5월 .560, 6월에는 .625의 승률로 완만한 상승세를 타고 있다. 시즌 초 우승후보로 불렸던 팀의 본색이 서서히 드러나고 있는 셈이다. 


삼성의 이런 강력함은 오승환을 빼고 설명할 수 없다. 삼성의 올시즌 첫 1위 등극은 7월 1일 오승환이 개인 통산 228세이브 신기록을 세웠다. 1점 차 승리를 거둔 오늘 경기 역시 오승환의 손 끝에서 경기는 마무리지어졌다. 통산 371경기 432.1이닝 1.69ERA 2.27FIP. 라이벌이라 할 수 있는 정대현보다139이닝이 더 적지만, 평균자책점은 0.24점이 낮고 FIP(수비 무관 방어율)는 0.76점가량 더 낮다. 세이브 기록이 아니라도 2000년 이후 최고의 마무리 투수는 오승환이라고 해도 무리는 없을 것이다.


그러면 구원 투수로 최고의 명성을 얻고 있는 오승환을 선발 투수들과 비교하면 어떨까? 지난해 오승환은 54경기 57.0이닝 0.63ERA 1.57FIP 47세이브로 1이닝 마무리 투수가 보여줄 수 있는 최대치를 보여줬다. 이런 활약에도 MVP 투표에서는 윤석민이 받은 62표에 3분에 1도 안 되는 19표만을 얻는 데 그쳤을 뿐이다. 투표 전 최형우에게 MVP를 양보하겠다는 발언으로 표심을 잃었다고 해도 생각보다 큰 표 차이다. 결국, 선발 투수와 불펜 투수라는 한계에 부딪혔기 때문이라 여겨진다.

 

 

오승환이 선발 투수로 전환한다면?

 

과연 불펜 투수는 선발 투수를 뛰어넘을 수 없는 걸까? 생각을 전환해 오승환이 선발 투수로 전환한다면 어떤 성적을 올릴지 예상해 봄으로써 불펜 투수의 가치를 알아보자.

 

현시점에 오승환이 선발 투수로 뛴다는 가정은 사이버상의 얘기다. 선발 전환을 하기 위해서는 2군에서 오래 뛸 수 있는 체력도 키워야 하고 보조구질을 개발해야 하는 등 준비 과정이 필요하다. 대학 졸업 후 단 한번도 이뤄지지 않은 오승환의 선발 등판은 이대형의 만루 홈런 만큼 상상이 되지 않는다. 하지만 선발과 불펜을 오가는 스윙맨들의 성적을 통해 간접 비교는 가능하다.



 


마일영처럼 선발에서 더 좋은 성적을 거두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은 구원 투수일 때 평균자책점이 낮다. 더 많은 이닝을 던지고 타자에게 파악될 염려가 많기에 당연한 결과다. 2011년 선발, 구원 모두 15이닝 이상 던진 고효준, 김희걸 外 23명 투수의 평균자책점, FIP 차이를 보면 아래와 같다.




평균으로 계산한 것은 모든 투수가 던진 이닝은 같다고 가장하고 계산했고, 총합은 구원, 선발로 나눈 23명 투수의 기록을 모두 더해 차이를 구한 것이다. 전자는 개별 표본이 크지 않고, 후자는 성적 차이에 따른 오류가 나올 수 있다. 그래도 공통적으로 알 수 있는 것은 선발 투수가 구원으로 등판 시 평균자책점은 약 1점 이상 낮아진다는 점이다. FIP(수비 무관 방어율)는 변수를 줄여주는 만큼 그보다는 차이가 적었다.

 

그럼 조금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평균자책점이 3점대인 투수와 오승환처럼 2점 내의 투수는 다른 양상을 띨 수 있다. 아쉽게도 오승환과 같이 좋은 불펜 투수가 선발로 뛰는 예를 찾기 어렵다. 가장 근접한 경우는 같은 팀의 안지만이 작년 선발로 시험 무대에 섰던 것을 참고 할 수 있다.






안지만은 선발로 던졌을 때 5점대의 높은 방어율(ERA)을 기록했다. 하지만 FIP는 3.69로 평균자책점보다는 양호했다. 그렇다고 해도 선발 등판 시보다는 1.50 정도의 큰 차이다. 표본을 늘리기 위해 2009년부터 2011년까지 연도마다 구원으로 20이닝 이상 평균자책점 3.50이하 투수들의 선발 등판 기록을 정리해 보았다. 총 14명의 선수가 불펜으로 594.0이닝, 선발로 475이닝을 던졌다.




※ 이닝은 등판 시 평균 이닝, FIP는 수비 배제(가능한) 방어율, K/9은 9이닝당 삼진

 

 

평균자책점은 2점대로 생각보다 많은 차이를 보였고, 그에비해 FIP는 절반 정도의 차이를 보였다. 

오승환의 커리어 평균자책점은 1.69, FIP는 2.28이다. 위 값에 그대로 적용하면 선발로 등판했을 때 평균 5이닝 정도, 3점대 초중반에 가까운 방어율을 기록하는 셈이다.


이닝을 생각해야겠지만 준수한 2선발의 역할은 해줄 수 있는 수치다. 보는 시각에 따라서 낮게도 높게도 보일 수 있겠지만, 이용찬의 전례를 생각하면 적당하다는 생각도 든다. 구원투수는 아무리 잘해도 3,4선발 급이라는 얘기도 있지만, KBO를 씹어먹고 있는 오승환은 기대치를 더 높게 잡아도 무리 없지 않을까? 


물론 위 값은 표본이 너무 작고 정밀하지 않다는 점을 주의해야 한다는 것을 당부한다. 단순한 참고일 뿐 신뢰도는 높지 않다.




'끝판 대장' 윤석민?





그럼 윤석민이 구원으로 등판하면 '끝판 대장'의 포스를 뿜어낼 수 있을까? 

선발 원투펀치가 불펜으로 들어서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불펜 알바를 하거나 컨디션이 안 좋을 때 몸 상태를 점검하려고 할 때가 많다. 전자는 2011년의 장원준, 후자는 류현진이라고 할 수 있다. 2009년부터 2011년까지 50이닝 이상 4점대 이하 선발 투수들의 합계를 내 보았다. 총 28명의 선수가 선발로 3645.2이닝, 불펜으로  275.2이닝을 던졌다.





불펜 투수들이 선발로 던질 때보다는 차이가 적다. 앞서 말한 등판 상황의 차이 일 수도 있지만, 어느 정도 이상은 평균자책점을 낮추는 게 쉽지 않다고 해석할 수도 있다. 윤석민은 선발로 전환한 2007년부터는 3.09ERA 3.37FIP를 기록했다. 대입해보면 2점대 중반 이하의 방어율을 기록하는 중무리 정도로 활약이 가능하다. 이는 2006년 기록한 63경기 94.2이닝 2.28ERA 3.18FIP와 부합되는 기록이다. 이때가 데뷔 2년 차임을 본다면 당장 보직을 전환해도 리그 정상급 마무리로서의 활약은 무난해 보인다. 단, 아무리 윤석민이라 해도 오승환처럼 절대적인 평온을 주는 투수가 된다는 것은 장담할 수 없는 일이다.

 

각 보직의 최고 선수라고 봤을 때 많은 이닝을 던지는 선발 투수가 팀에 더 많은 기여를 하는 것은 사실이다. 메이저리그의 통계 사이트인 팬그래프닷컴을 보면 작년 구원투수의 팀 기여도 1위는 내셔널리그 신인왕 크렉 킴버럴로 79경기 77이닝 2.10ERA 1.52FIP를 기록했다. 킴버럴의 3.2 WAR은 선발 투수와 비교하면 42번째 순위에 해당해 30개 팀이 있는 메이저리그의 2선발 투수 정도라고 하겠다. 그러나 한 팀의 에이스라고 해도 반드시 킴버럴과 같은 기록을 매년 꾸준히 기록하기란 힘든 일이다. LG의 리즈 같은 선수들은 준수한 선발 투수지만, 마무리로는 수준 이하의 판정을 받기도 했다. 



오승환이 윤석민처럼 될 수 없지만, 이는 윤석민 또한 마찬가지다. 또 모두가 에이스가 될 수 없기에 대부분의 선발 투수들은 리그 정상급 릴리버인 오승환과 정우람의 활약에 미치지 못한다. 결국 각자 특성에 맞는 보직을 선택하는 것이 효율적으로 팀에 기여하는 방법이라고 하겠다. 윤석민이나 오승환 모두 존중 받을 자격이 있는 한국 야구의 간판들이다. 2~3년 후 본인들의 꿈이기도 할 미국이나 일본리그에서 더욱 멋진 모습으로 대결하는 모습을 기대해본다.




 ※ 이 글은 마구스탯에 송고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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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쓸데없이 길고 장황하게 쓴 것 같아 후회가 되기도 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