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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메모

SK 덕 슬래튼, 정우람 대체자 될 수 있나?

지난 14일 SK 와이번스는 마리오 산티아고를 자유계약 공시한 대신, 미국 출신의 좌완 덕 슬래튼과 계약금 5만 달러, 연봉 25만 달러에 계약했다고 밝혔다. SK가 부상으로 결장이 많았던 마리오와 재계약하지 않은 선택은 그리 놀랍지 않다. 하지만 김광현의 어깨 부상이 심각한 상황에서 2003년 이후 단 한 번도 선발 등판 기록이 없는 좌완 투수와 계약한 것은 다소 의외다. 


민경삼 단장은 이에 대해 현장에서 결정하겠지만, 슬래튼이 계투로 활용될 수 있다는 견해를 내놨다. 한마디로 슬래튼의 비교 대상은 마리오가 아니라 군에 입대하는 정우람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슬래튼이 한국 최고의 좌완 계투의 공백을 메꿀만한 선수인지 차례차례 살펴보자.



Doug Slaten

사진 출처 - Keith Allison님 플리커


먼저 신체 조건은 슬래튼의 확실한 우위다. 196cm 98kg의 체격에서 나오는 팔각도는 국내 리그에서는 더 위협적인 무기가 된다. 만 32살의 나이는 비교적 많지만, 아직 노쇠화를 걱정할 정도는 아니다. 기량이 문제인데 미국에서는 대단한 커리어를 쌓지는 않았다.


슬래튼은 1998년과 1999년 드래프트에서 볼티모어에 지명됐는데 30라운드 언저리의 낮은 순번 때문인지 계약에 이르지 못했다. 결국, 2000년 애리조나에 지명됐는데 순번은 17라운드 519번째로 역시 낮은 편이다. 프로에서 시작도 특출나지 않았는데 2005년까지 트리플A 무대를 밟지 못했다. 슬래튼은 좋은 체격과 90마일대 빠른 볼을 갖고 있었으나 슬라이더 외에 특별한 구질이 없었기 때문에 선발 투수로는 한계를 보였던 것 같다. 


2003년 하이 A에서 119.1이닝 6.03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한 후 완전히 불펜투수로 전업했고, 이후 슬래튼은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2006년 더블A와 트리플A 합계 63이닝 동안 1점대 방어율을 기록했고, 빅리그에서 기회를 잡을 수 있었다. 2008년 무릎 부상으로 주춤하긴 했지만, 슬래튼은 2010년까지 좌완 스페셜리스트로 MLB에서 효용이 있는 선수였다. 이후의 커리어는 아래와 같다. 




 

2010년까지 좌완 불펜으로 쏠쏠한 활약을 했던 슬래튼은 작년을 기점으로 부진에 빠졌다. 2011년에는 많은 피홈런으로 피해 가는 피칭이 됐고, 올해는 피홈런은 줄었지만, 삼진-볼넷 수치가 역전됐다. 낮은 평균자책점은 그저 적은 표본에 따른 운의 결과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트리플A에서도 최근 3년 3점대 중반의 FIP는 불펜 투수임을 고려하면 그리 빼어난 성적이라고 보기 어렵다. 더군다나 2012년 수치는 더욱 나쁘다. 참고로 정우람은 올해 53경기 49.0이닝 2.20ERA 1.53FIP를 기록했다. 슬래튼에게 이 정도 성적을 기대할 수 있을까?


슬래튼이 2011년을 기점으로 부진에 빠진 이유는 팔꿈치 부상의 여파라고 추측된다. 슬래튼은 그 해 6월 4일 부상자 명단에 올랐고 팬그래프를 보면 구속도 90마일에서 89마일로 줄었다. 2012년에도 슬래튼의 구위는 회복되지 못해 오히려 1마일가량 더 줄었다. 슬래튼이 정우람보다는 빠른 공을 뿌릴 수 있다고 해도 평균 140km 언저리의 빠른 볼은 릴리버로 위협이 될 수준은 아닐 것이다.


그나마 기대할 수 있는 요인은 싱커 구사율이 높고 마이너에서 통산 1.43의 GO/AO를 기록할 만큼 땅볼 유도능력이 있다는 점이다. 마리오 산티아고가 그랬듯 수준 높은 SK 내야수들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주무기 슬라이더도 효과적인 구질이다.

다만, 마무리 투수로는 여전히 불안하다. 2011년 메이저리그에서 좌타자를 상대로 .385의 OPS로 극강의 모습을 보인 반면, 우타자에게는 .844OPS로 난타당했다. 슬래튼의 우타자 통산 커리어 OPS도 .850으로 이와 비슷하다. 정우람처럼 체인지업이 뛰어나지 않기에 슬래튼은 강한 우타자들에게 먹잇감이 될지도 모른다.



총괄하면 마무리도 아닌 중간계투로 외국인 투수를 영입한 선택에 대해서 좋은 점수를 주기 꺼려진다. 선발로 뛸 체력이 될지에 대해서도 확신이 없다. 만약 최근 평균자책점을 믿고 영입했다면 실수가 아닐까 싶다. 그래도 큰 신장은 매력이 있고, 슬래튼이 2010년까지의 구위를 회복했다면 좋은 활약이 가능하다는 생각이다. 제구력도 그리 떨어지지 않는 듯하다. 여전히 슬래튼의 상태에 대해서는 조금 회의적이지만 말이다. 마지막으로 슬래튼의 투구영상을 보며 글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