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야구메모

현재윤-손주인 영입한 LG, 팀 레벨 올렸다

삼성과 LG가 프로야구에서 사상 첫 트레이드를 성사시켰다. 1985년 이해창과 이선희, 1988년 김동재와 현금을 맞바꾸기는 했으나 모두 MBC 시절 이루어진 협상이다. 모기업이 재계 라이벌이라도 두 팀의 명칭은 라이온즈와 트윈스다. 서로 이득이 된다면 야구계에서 트레이드를 꺼릴 이유는 없다. 쓸데없는 금기가 깨졌다는 측면에서 일단 좋은 소식이다. 


삼성 현재윤(33) C + 손주인(29) IF + 김효남(29) RHP <-> LG 김태완(31) 2B + 노진용(22) RHP + 정병곤(24) SS

()괄호 안은 나이


트레이드의 자세한 내용을 살펴보자. 대략적인 골자는 위와 같다. LG 트윈스는 팀의 가장 큰 약점인 포수를 보강하기 위해 적극 움직였고, 삼성은 팀 내 쌓인 베테랑들을 정리했다. 당연히 LG가 조금 더 급한 처지에 있었는데 탑 유망주를 내주지 않고도 협상을 성사시킨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싶다. 그럼 LG가 영입한 베테랑은 얼마나 큰 도움이 될까?




 

현재윤은 방출된 심광호보다 송구능력과 블로킹 등 수비에서 더 보여줄 게 많은 선수다. (사진 출처 - 요환 지우님 블로그


가장 먼저 살펴볼 선수는 역시 현재윤이다. 현재윤은 삼성에서 진갑용, 이지영, 이정식, 채상병 등에 밀려 입지가 극히 좁아진 상태였다. 경쟁에서 밀린 건 기량 자체가 부실해서는 아니다. 포수치고는 빠른 몸놀림으로 블로킹 능력이 좋아서 수비형 포수로의 역할은 충분히 가능하다. 2009년에는 삼성의 실질적인 주전포수이기도 하다. 기량하락을 걱정할 나이이긴 하지만, 경험이 부족한 윤요섭이나 조윤준보다 투수에게 주는 안정감이 훨씬 높다. 


무엇보다 조윤준에게 시간을 줄 수 있는 영입이라는 게 반갑다. 유망주를 무조건 1군에 둔다고 해서 성장하지 않는다. 두산의 양의지와 최재훈은 모두 2군에서 만들어진 선수들이다. 박경수처럼 FA가 될 때까지 서비스타임은 채워줬는데 기량이 기대만큼 오르지 않는다면 팀만 손해지 않은가? LG가 조윤준을 미래의 안방마님이라 생각한다면 더욱 콜업에 신중해야 한다.



2010년 2군 36G 109타수 .321AVG .394SLG 0홈런 1도루 10삼진 12사사구

2011년 2군 46G 147타수 .361AVG .456SLG 1홈런 4도루 16삼진 19사사구

2012년 1군 96G 146타수 .247AVG .306OBP .315SLG 0홈런 1도루 15삼진 10볼넷


현재윤 못지않게 팀에 도움이 될 선수로 손주인을 주목하고 싶다. 손주인은 발이 빠르거나 장타력을 갖추지는 못했다. 그러나 유격수-2루 백업이면 매우 준수한 선수다. 2012년 한 번도 2군에 내려가지 않을 정도로 수비가 안정적이고, 타격도 그리 나쁘진 않다. LG는 SK에서 방출된 76년생 권용관을 다시 영입했는데 손주인이 더 가치 있는 영입이 될 것이다. 아직 수비력이 약한 오지환과 서동욱을 받쳐줄 선수라면 김태완보다 더 적합한 퍼즐이 아닐까 생각한다.


우완 김효남도 1군에서 기회를 받을만한 선수다. 2006년 대졸로 삼성에 1차 지명됐는데 140km 안팎의 빠른 볼로 구속보다 커맨드에 장점이 있다. 문제는 부상인데 2007년 상무에서 15경기 72이닝 3.37의 평균자책을 기록했으나 다음 해 어깨 수술로 오랫동안 재활기간을 거쳤다. 군에서 복귀한 후에도 2010년 패전처리로 기용되다 부상을 당한 것으로 알고 있다. 그래도 2012년 1군과 2군에서 좋은 피칭을 보여줬다. 2군에서는 44.2이닝 동안 볼넷은 단 6개밖에 허용하지 않았다. LG에서는 건강하다면 추격조의 역할로 기대할 만하다.




 

90년생 군필 사이드스로 노진용은 3 : 3 트레이드에서 가장 가치 있는 선수인지도 모른다. (사진 출처 - LG 트윈스)


쏠쏠한 베테랑들을 내준 삼성에도 이 트레이드를 받아들인 이유가 있다. 충분한 기량 혹은 성적을 냈는데 기회를 못 받을 때 베테랑은 불만이 쌓일 수밖에 없다. 현재윤이나 김효남이 2군에 계속 남았더라면 팀케미스트리에 긍정적인 요소가 아니다. 유망주들이 자기보다 나은 선배의 좌절을 어떻게 받아들일까? 나이 많은 선수를 보내면서 새로운 가능성을 찾을 수 있다면, 당장 손익계산서에 집착할 필요가 없다. 


그런 측면에서 삼성이 받아온 가장 유망한 카드로 노진용을 꼽고 싶다. 노진용은 2008 드래프트 5라운드로 지명된 잠수한 투수로 MAX 140km의 빠른 볼을 구사한다고 알려졌다. 프로에서 보여준 게 미미하나 고교 시절과 데뷔 초기의 활약은 인상적이다. 중앙고 통산 18경기 88.1이닝 동안 1.43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했고, 9이닝당 볼넷 허용은 1.2개로 적었다. 2009년에도 2군에서 34.1이닝 동안 단 4개의 볼넷만 허용했다. 군 문제를 해결한 90년생 투수라는 프로필만으로도 이번 트레이드에 주목받을 만한 자격요건이 된다.



노진용이 장기적으로 바라볼 선수라면 베테랑 2루수 김태완은 즉시 전력감이다. 수비력은 다소 처진다는 평이나 손주인과 비교해 펀치력이라는 확실한 무기를 갖췄다. 신명철보다 우위에 있는 선수인지는 다소 회의적이나 부상이 많았던 선수이기에 STC의 효과를 기대할 만하다. 

수비형 유격수인 정병곤은 혹시라도 김상수가 부상을 당할 때를 대비한 보험이다. 다만, 같은 단국대 출신의 내야 유망주 백상원보다 우위에 있을 수는 없다. 대학 통산 388타석 동안 .234의 타율로 정확도와 장타력에서 부족한 모습을 보였다.



이번 트레이드는 스타가 포함되지 않아 큰 임팩트를 안겨 주지는 못하지만, 리그 경기력을 올릴 수 있는 꼼꼼한 움직임이다. 베테랑의 영입으로 LG의 수비력은 한층 견고해졌고, 삼성도 가능성을 샀다. 앞으로 남은 스토브리그 기간 이런 종류의 내실 있는 움직임을 더 많이 볼 수 있기를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