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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메모

승리 공헌도로 보는 골든글러브 후보들

야구인들에게도 연말 시상식이 있다. 12월 11일로 예정된 골든글러브 시상식은 프로야구에 가장 흥미를 끄는 연중행사다. 그런데 올해는 이 행사가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10구단 창단이 미뤄지자 선수협은 KBO와 구단 행사 보이콧을 선언하며 시상식 불참을 알린 것이다. 파행이 확정적이라 여겨졌던 순간, 다행스럽게도 희소식이 들려왔다. 골든글러브 시상식이 열리는 11일 오전 9시, KBO에서 제7차 이사회를 소집 10구단 문제를 논의한다고 한다. 


만약 10구단 승인이 결정되면 시상식은 아무런 일도 없었다는 듯 당일 오후 4시 30분 삼성동 코엑스 오디토리움에서 개최된다. 이사회에서 긍정적인 결과가 도출된다면, 시상식은 야구계의 경사 덕에 어느 해보다 밝은 분위기에서 진행될 전망이다.




강정호는 만장일치 득표를 노릴 만큼 골든 글러브 유격수 부문 수상이 확정적이다. (사진 출처 - 넥센 히어로즈) 


부디 좋은 결과를 희망하면서 골든 글러브 후보들의 성적을 따져 보았다. 기준은 최근 가장 각광받고 있는 지표인 WAR이다. WAR은 리그의 대체 선수(후보 혹은 1.5군)들 대비 얼마나 팀에 기여했는지 보여주는 종합 스탯이다. 국내에는 수비와 주루플레이 측정이 어려워 불완전하나, 선수의 가치를 직관적으로 나타내는 장점이 있다. 이번 계산에는 그 전에 계산된 파크팩터를 바탕으로 구장 효과도 반영하였다. 


다만, 대체 선수 수준이 MLB와 달라 WAR이 과소평가 될 수 있는데 아래 표에서 +0.5~1승이 실제 기여도와 비슷하다고 보면 무리가 없다. 이런 점들을 참고하여 봐주시기를 부탁드린다.

 



먼저 수상자가 쉽게 예상되는 포수와 유격수 부문 선수들의 기록이다. 강민호는 3년 연속 두 자릿수 홈런을 쳐내며 화끈한 공격력을 보여줬다. 양의지보다 수비에서 부족하지 않고 진갑용의 하락세를 고려하면 수상이 매우 유력하다. 강민호가 올해 수상한다면 총 3회로 장채근, 진갑용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된다.


더욱 수상이 확정적인 선수는 강정호다. WAR만 보더라도 다른 후보들과 4.5승 이상 차이가 난다. 수비로 역전하기에는 매우 힘든 격차다. 게다가 강정호는 평균 이상의 수비력을 갖추지 않았나! 아마도 이종범의 초기 시즌을 제외하면 2012년 강정호보다 우위에 있는 유격수는 없을 듯하다.

 

성적만 보면 만장일치 득표도 어색하지 않는데 실제로 그럴 확률은 희박하다. 지역별 담당기자들은 다소 편파적인 투표를 하는 관행이 있어왔다. 또 민훈기 XTM 해설위원은 강정호가 겉멋 든 수비를 한다며 김상수에 손을 들어줬다. 사람마다 생각은 다를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식의 유별난 해설을 하면 99%의 팬들에게 공감을 얻기 어렵지 않을까?




 

박병호가 MVP를 수상했음에도 1루수 부문 골든 글러브 수상에는 변수가 있다. 타격에서는 김태균이 박병호보다 더 뛰어난 모습을 보였다. 김태균이 워낙 형편없는 수비와 주루플레이를 보이다 보니 실제 공헌는 알 수 없는데 박병호와 박빙이라 예상한다.


김태균은 억울할 수밖에 없다. 원래 골든 글러브 후보는 각 포지션의 88경기를 뛰어야만 후보에 오른다. 김태균은 1루수로 84경기를 뛰어 이승엽처럼(80경기) 지명타자로 분류돼야 했다. KBO는 타이틀 홀더는 기준에 상관없이 출장 수가 더 많은 포지션에 포함된다고 하는데 그리 만족할 만한 설명은 아니다.


김태균이 없는 지명타자 부문엔 이승엽과 이호준의 경합이다. 비율스탯 상으로는 이호준이 근소하게 우위지만, 이승엽이 더 많은 타석에 들어섰다. 한국시리즈 우승과 스타성까지 고려하면 이승엽이 매우 유리하다. 기자들의 아이돌이라 할 만한 홍성흔도 이번에는 힘을 쓰지 못할 것이다.




 

2루와 3루 포지션은 위 표만으로는 예측이 불가능하다. 안치홍과 서건창의 타격과 도루, 포지션 조정을 합한 WAR은 불과 0.2승 차이다. 경기별 기량이 아닌 기복에 따라서 얼마든지 우열이 갈릴 수 있다. 정근우도 그리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수비와 주루에서 정근우가 두 선수보다 우위에 있다는 평가가 많은 만큼 실제 공헌도는 가장 높을 수 있다. 여기에 포스트시즌 프리미엄까지 세 선수 중 선택은 호불호의 차이다. (참고로 서건창의 높은 wOBA는 실책으로 인한 출루가 가장 많기 때문이다.)


3루 역시 박석민과 최정이 박빙이다. 박석민이 최정보다 뛰어난 타격을 했다는 점을 부인할 이는 별로 없을 듯하다. 반면 최정은 수비와 주루에서 중심타자 중 압도적인 기량을 가졌다고 평가받는다. 조아제약프로야구대상 시상식에서는 최고수비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2루 포지션의 정근우처럼 실제 공헌도는 박석민을 능가할 가능성이 있다. 그래도 우승 프리미엄이 있는 박석민이 미세하게나마 앞서있는 인상이다.




 

3명의 수상자가 있는 외야수 부문은 한 자리를 놓고 여러 명의 선수가 경쟁하는 구도다. 박용택은 송구능력의 약점을 제외하고 공수주에서 가장 뛰어난 활약을 보였다. 이용규도 타격에서는 다른 후보들에 못 미치나 리드오프로 많은 타석, 가장 높은 도루효율, 중견수 프리미엄은 확실한 강점이다. 수비와 주루도 뛰어나 외야 TOP 3에는 무난하게 들만 한 활약이다.


그렇게 보면 한 자리가 남는다. 김원섭과 손아섭, 박한이, 김현수 등은 근소한 격차로 경합 중이다. 수치로 보자면 김원섭이 유리한데 인지도가 떨어져 많은 득표를 이끌지 의문이다. 그와 비교해 손아섭은 롯데 4강의 주역으로 꽤 많이 주목받은 선수였다. 

김현수는 잠실의 불리함을 고려하면 점수를 더 줄 수 있다. 2012년 홈에서 .284의 타율과 홈런 1개에 그쳤지만 원정에서는 .297의 타율 .425의 장타율 6개의 홈런을 기록했다. 위 표에 적용된 파크팩터는 변별력을 크게 하지 않았기에 손해를 봤을 수 있다.




※ 박희수 프록터의 등판 중요도를 반영해 WAR을 수정했습니다.

 

투수는 각각 평균자책점(ERA)과 FIP로 WAR을 따로 구했다. 평균자책점은 흔히 방어율로 말해지는 결과를 나타내는 지표이기에 많은 이들의 공감을 산다. 이를 기준으로 하면 넥센의 나이트가 압도적이다. 또 SK의 박희수는 구원투수임에도 매우 높은 WAR을 기록했다. 만약 구원투수라는 불이익을 없애고 대체선수 기준을 낮춘 예전 Statiz 방식으로 계산하면 무려 6.07WAR로 리그 1선발 부럽지 않은 수치다.


이번에는 다른 각도에서 보자. 수비와 각종 변수(운에 따른)를 제외한 FIP를 기준으로 하면 류현진이 가장 압도적이고 나이트, 장원삼, 오승환 순이다. 왜 류현진이 최고인지 보여주는 결과이고, 마무리 오승환의 가치가 증명된다.



둘 중 어느 기준으로 하더라도 공통점은 위 후보 중 NO.1과 NO.2는 나이트와 류현진이라는 사실이다. 그런데 최근 언론에 나오는 기사들을 보면 뜬금없이 장원삼이 등판한다. 구시대의 기록인 다승에서 1위를 기록하고 있기 때문으로 추측한다.

208.2이닝 2.20ERA를 기록한 나이트와 157.0이닝 3.59ERA를 기록한 장원삼 중 누가 뛰어난 활약을 했는지는 명확하다. 그닥 의미 없는 기록이지만 승수 차이도 고작 1승이다. 나이트나 류현진이 삼성의 야수들과 함께했더라면 결과가 어땠을까? 장원삼도 물론 훌륭한 피칭을 했지만, 골든 글러브의 영광을 안기에는 상대적으로 부족했다.


올해 이대호는 외국인 타자임에도 데뷔 첫 시즌을 성공적으로 마치며 취재기자들의 득표로 선정하는 베스트나인에 뽑혔다. 우리나라 기자들도 최소한의 양심이 있을 거라고 믿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