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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메모

첫길 연 류현진, 소년들의 꿈이 되다


MLB에서도 류현진은 99번을 달게 됐다. LA 다저스는 한글로 류현진과 한국 팬을 반겼다. (출처 - LA 다저스 트위터)



야구팬들을 조마조마하게 했던 류현진의 다저스행이 확정됐다. 협상 마감시한인 10일 아침 7시경(한국시각) 미국 언론은 트위터를 시작으로 류현진의 계약 성사를 차례로 보도했다.


계약 내용은 6년간 보장된 금액 3600만 달러, 매년 100만 달러의 옵션이 있다. 옵션은 170이닝 이상 투구했을 때부터 10이닝마다 25만 달러가 추가된다. 게다가 첫 5년 내에 750이닝을 투구했을 때 FA시장으로 나갈 수 있는 옵트아웃 조항이 있다. 사이영상 수상에 대한 인센티브가 있는지 확인되지 않았으나 예상했던 내용보다 훨씬 좋은 조건임은 분명하다. 왜 선수들에게 에이전트가 필요한지 알 수 있고, 끝까지 느긋함을 유지했던 류현진의 배포도 놀라울 따름이다.



위는 미국에 진출한 한국 선수 중 가장 큰 성공을 이뤘다는 평가를 받은 박찬호와 류현진의 연봉 비교다. 박찬호는 연봉 조정신청 권리를 얻은 1999년부터 고액 연봉을 받을 수 있었다. 2002년 FA 계약으로 류현진보다 많은 돈을 받은 것은 알 수 있지만, 생각만큼 큰 차이는 아니다.


만약 류현진의 계약 내용에 750이닝을 달성하면 4번째 시즌 이후에도 옵트 아웃할 권리가 있다고 하면 FA가 가능한 나이는 박찬호와 불과 1년 차이다. 박찬호는 FA가 되기 전 4년 동안 875이닝, 5년 동안 875이닝을 던졌다.  류현진은 매년 150이닝을 던지면 박찬호보다 2살 많은 나이에 FA가 가능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류현진의 미국 도전은 지금부터 시작이지만, 본인이 하기에 따라서 박찬호 못지않은 어메리칸 드림을 이룰 발판을 마련한 셈이다.


※ 류현진이 FA가 되려면 4년 내에 750이닝을 채워도 2017년 후 FA가 된다고 합니다. 이에 관련 내용을 수정합니다.



스타들의 미국 러쉬? 한국야구 쫄지마!


지금까지 박찬호 키드들이 있었다면, 이제 유망주들은 한국 프로야구에서 류현진을 꿈꾼다. (사진 출처 - 포토버켓)


한편 류현진의 미국 진출로 십여 년 전 박찬호의 MLB 중계를 회상하며 한국 야구에 침체기가 올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MLB에 대한 흥미뿐 아니라 우수한 자원이 미국에 진출하며 국내리그의 수준이 떨어질 수도 있다는 문제도 제기된다. 실제로 내년에는 윤석민이 미국 진출을 앞두고 있기도 하다.


이런 지적은 일견 맞는 말이다. 하지만 대처하기에 따라 류현진의 미국진출은 한국야구의 호재가 될 긍정적 요소들을 내포하고 있다. 일단, 박찬호와 다르게 류현진은 프로야구가 만들어낸 스타다. 박찬호의 성공이 한 명의 영웅 탄생을 알렸다면, 류현진의 성공은 한국 프로야구 경쟁력이 상당함을 증명한다. 류현진을 키운 리그에서 윤석민이 다시 압도적인 피칭을 한다면? 김현수와 최정이 라이벌 대결을 시작한다면? 미디어와 팬들은 더욱 자부심을 갖고 프로야구를 지켜볼 것이다. 


그동안 빈번했던 아마야구 선수들의 해외 진출도 막는 효과도 있다. 류현진이 박찬호와 비견될 정도로 부와 명예를 이룬다면, 고교 선수들이 굳이 위험부담을 안을 필요가 없다. 현재 LG와 계약에 난항을 겪고 있는 류제국이나 미국에서 오랜 부상으로 고생한 정영일 등은 국내에 있었다면 한국야구의 기둥이 됐을 확률이 높다. 앞으로 나갈 선수들 못지않게 채워질 유망주들이 있기에 구단들이 하기에 따라 한국 프로야구는 충분히 내실을 기할 수 있다.  국내 프로야구 출신 MLB 스타들이 탄생하는 만큼 장기적으로는 뛰어난 자원들이 프로야구의 문을 두드릴 것이다.



그리고 WBC와 같은 국제전이 열리는 등 교류가 활발한 글로벌 시대에 국내 스타들의 미일 진출은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다. 설사 류현진이 올해 미국에 가지 않았더라도 2년 후에는 FA 자격을 얻을 예정이었다. 윤석민이나 오승환은 미국이 아니라면 더 시장이 큰 일본에 진출할 것이 유력하다. 최정이나 김현수, 강정호 등의 특급 야수들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한국 야구 수준이 높아질수록 미국과 일본 스카우트들은 한국 야구에 주목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KBO와 구단들이 선수들의 해외진출을 막으려고만 해서는 해결책이 나오지 않는다. 그보다는 기존 선수들에게는 국내에 잔류할 만한 메리트를 주고, 아마야구와 2군 시스템에 투자해 스타를 재생산하려는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 당장 한화는 포스팅 금액으로 250억 이상의 거액을 받았다. 야구 시장이 성장하는데 두려움을 갖지 않고, 더 많은 수익을 내기 위해 투자한다면 한화 혹은 한국야구의 미래는 그리 어둡지 않으리라 확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