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야구메모

김선우 방출, 두산이 살아가는 법

뒤숭숭한 스토브리그를 보내고 있는 두산이 다시 한 번 논란에 휩싸였다. 지난 25일 언론을 통해 김선우의 방출을 발표한 것. 두산 팬들에게는 잔인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김선우는 미국에서 복귀한 후 지난 6년간 투수조의 큰형님 같은 존재였다. 또한, 작년까지 4년 연속 25경기 선발 출장해 준수한 성적을 기록하는 등 로테이션의 한 축을 담당해왔다. 겨우 한 해 부진했다고, 은퇴 후 코치직을 권유한 프런트의 처사에 팬들이 분노를 표출하는 것도 당연하다.



위기의 두산, 현실 인정 필요


김동주도 FA계약이 아니었더라면 김선우와 마찬가지로 은퇴를 강요받지 않았을까? (사진 출처 – 두산 베어스)


그런데 이와 거의 동시에 모기업 두산 그룹의 계열사 중 하나인 두산 건설이 보통주 10대 1 감자를 결정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이는 모기업의 재정 상황이 위기에 처했음을 뜻하고, 최근에 의아한 행보들을 설명해준다. FA에서 이종욱, 최준석, 손시헌을 모두 잡지 못한 이유, 2차 드래프트에서 임재철, 이혜천을 처분하듯이 풀어버린 전략은 모두 금전적인 부분과 연관이 있다. 2군 구장 리빌딩에 400억이란 투자금이 나온 배경도 두산 건설에 대한 지원으로 해석이 가능하다.


김선우 역시 올해 연봉 5억을 받는 고연봉자다. 60.1이닝 동안 5점대 중반의 평균자책점과 FIP를 기록한 만 36세의 투수에게 3억 이상의 지출을 하기란 껄끄럽다. 게다가 김선우는 FA 계약 후 선수도 아니라 연봉을 반 토막 이하로 줄이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 그렇다고 은퇴를 권유한 게 더 인간적인 대접은 아니나 다른 팀에서 뛸 기회를 준다는 자체는 최소한의 배려는 될 수 있다. 


사실 프로야구를 운영하는 기업 중 두산의 자산 규모는 상위권은 아니다. 주력 사업도 소비재에서 중공업으로 바뀌면서 다른 구단보다는 마케팅 효과가 작을 수밖에 없다. 이런 조건에서 모기업의 자금 유동성이 원할하지 않다면 야구단이 몸집 줄이기에 돌입하는 게 이해하지 못할 일은 아니다. 실제로 두산 그룹의 재정상황이 어떠한지는 알지 못한다. 단, 한 가지 분명한 점은 윗선에서 예산을 줄이기로 결정하면 구단 프런트의 선택 폭은 극히 제한된다는 사실이다. 아직 재정 독립화를 이루지 못한 국내 프로야구의 한계이기도 하다.



버티기 모드? 팬심을 지켜라


Dolphin Stadium

최하위권 페이롤로 2번의 우승을 일궈냈던 말린스의 홈구장. 잠실 구장처럼 뜨거운 열기가 경기장을 지배하진 못했다. (사진 출처 - Richard Lopez님 플리커) 


다행스러운 점은 두산의 오프시즌 출혈이 팀에 심각한 타격을 주지 않는다는 점이다. '화수분'으로 상징되는 두산의 팜은 올해 상무, 경찰청에서 제대한 탑유망주들이 집결하면서 절정을 이뤘다. 손시헌의 자리는 최주환과 허경민이, 최준석의 자리는 윤석민과 오재일이, 이종욱과 임재철의 자리는 부족하더라도 정수빈과 박건우가 돌아가면서 메울 예정이다. 외야는 외국인 타자의 자리가 될 수도 있다. 


물론 팀케미스트리를 고려하면 내년 시즌 전망이 밝지만은 않다. 베테랑들이 나가떨어지는 모습을 보고 선수들이 무엇을 느끼겠는가? 20대들로만 이루어진 팀 구성은 보는 이들에게 아슬아슬함을 느끼게 한다. 무엇보다 팬심의 동요가 가장 큰 고민이다. 설령 성적을 유지하더라도 함께 즐거워할 팬들이 없다면 승자라고 하기 어렵다. 


1997년과 2003년 우승을 했던 플로리다 말린스. 하지만 마켓의 한계와 파이어세일을 마다하지않는 지속성 없는 구단운영으로 평균 관중은 항상 하위권에 머물렀다. 순종 2년에 마지막 우승을 했음에도 열광적인 팬들의 성원을 받는 컵스와 말린스 중 어느 팀이 더 가치 있는지 답은 확연히 나온다. 홈구장 잠실에서 이미 많은 팬층을 확보한 두산 베어스는 말린스보다는 여건이 나은 편이다.


야구는 소수 몇 명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스포츠가 아니다. 다른 종목과 비교해 스몰 마켓 팀이 꾸준히 선전을 보여주곤 한다. 10년을 버틸만한 팀 구성. 김현수를 제외하면 딱히 부담되는 FA 선수도 보이지 않는다. 두산 프런트는 앞으로 조금만 영리하게 움직인다면 성적 유지는 불가능한 미션이 아니라고 여겨진다. 그보다 놀란 팬들의 마음을 다독이기 위한 노력이 요구된다. 꼭 큰 예산을 들이지 않아도 얼마든지 팬들을 위한 서비스는 만들어 낼 수 있다. 앞으로 두산 야구단이 더 바삐 움직여야 하는 이유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