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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메모

윤석민-장민석 스왑, 두산발 패닉이 계속된다

정신을 차리기 힘들 정도로 두산의 광폭 행보가 이어지고 있다. 25일 김선우 방출 소식에 이어 26일 넥센은 두산 베어스와 윤석민-장민석(개명 전 장기영)을 맞바꾸는 트레이드를 실행했다고 발표했다. 이유가 없지는 않다. 두산은 이종욱과 임재철을 연이어 내보내며 외야의 깊이가 얕아졌고, 1루-지명 포지션은 여전히 여유고 있는 상황이다. 반면 넥센은 2차 드래프트에서 김민우, 신현철 등을 잃어 내야 자원 수급이 필요했다. 몇몇 언론에서 윈윈 트레이드를 거론하는 근거도 여기에 있다.



윤석민 희소가치, 부상 변수에 지다


선수는 자신의 가치를 인정받는 곳에서 뛰는 게 행복하다. 윤석민은 이번 트레이드를 내심 기뻐했을지도 모르겠다. (사진 출처- 두산 베어스)


그럼에도 불구 윤석민의 잠재력을 아쉬워하는 반응이 대다수다. 윤석민은 이제 전성기에 진입할 나이고, 리그에서 희소성을 갖는 우타빅뱃 야수다. 잠실을 홈으로 사용하면서도 300여 타석 만에 두 자릿수 홈런을 기록했다.


박병호 08-11 2군 185경기 772타석 .341AVG 661.SLG 49홈런 128삼진 107사사구

윤석민 06-11 2군 147경기 578타석 .356AVG .623SLG 30홈런 75삼진 51사사구


위는 박병호가 2군에서 만개한 상무 2년 차 시절부터 4년과 군 공백 시기를 포함한 윤석민의 4년을 비교한 기록이다. 박병호의 순수 장타력이 높긴 해도, 윤석민 또한 빼어난 타격을 했다. 기복 없는 안정성 면에서 보자면 이성열보다도 우위에 있다고 여겨진다.



그에 반해 스피드를 무기로 삼는 장민석은 최근 3년간 출루율이 3할 언저리에 머물고 있다. 확연히 비교되는 타격 수치는 왜 두산 팬들이 이 트레이드를 못마땅하게 여기는지 보여준다. 더군다나 장민석은 준플레이오프에서 이른바 총검술이라는 영상으로 강한 인상을 남긴 바 있다. 2008년이 돼서야 본격적으로 야수로 전향해서인지 경기 중 종종 이해하기 어려운 플레이를 할 때가 있다. 빠른 발과 강한 어깨 등 외야수로 완벽에 가까운 툴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수비와 주루 능력을 어느 위치에 놓을지 다소 망설여진다.


물론, 윤석민에게도 커다란 약점은 있다. 지난 3년간 들어선 타석 수는 겨우 581회밖에 되지 않았다. 선수층이 두터워 기회가 나지 않은 탓도 있으나 내구성 문제가 더 큰 부분을 차지한다. 85년생의 나이에도 여전히 따라 붙는 '유망주' 꼬리표는 윤석민에게 그리 반가운 일은 아니다. 트레이드 가치 면에서 윤석민이 우위에 있다고 하더라도 지난 몇 년간 부상 경력은 커다란 핸디캡이 됐다.


방향 잃은 두산, 불확실성이 주는 공포


지난 2년 간 영입과 마찬가지로 이번 트레이드의 아쉬움은 선수 장민석의 가치와 별개의 문제다. (사진 출처 – 넥센 히어로즈)


실제로 트레이드는 시간이 지나 봐야 성패가 확인된다. 장민석이 실제로 대단한 수비수이고, 2010년에 근접한 타격감을 회복한다면 트레이드 가치는 역전될 수 있다. 문제는 움직임의 방향성이다. 내년 시즌 이성열이 FA 자격을 얻고, 강정호도 해외 진출 가능성이 있어 윤석민의 영입은 장기적으로 봐도 긍정적이다. 경쟁자라고 할 수 있는 안태영과 조중근 등은 윤석민 보다 나이가 많거나 동갑이며 1군과 퓨처스리그에서 더 좋은 타격을 보여주지 못했다.


장민석 08-11 2군 182경기 614타석 .300AVG .485SLG 15홈런 40도루 88삼진 59사사구

박건우 10-13 2군 223경기 663타석 .297AVG .468SLG 17홈런 37도루 89삼진 64사사구 


두산은 어떠한가? 언뜻 보기에는 이종욱, 임재철의 자리를 효과적으로 채워주는 그림이다. 그런데 여기에 한 가지 변수가 있다. 제4 외야수로 올라설 뻔했던 유망주 박건우의 존재다. 언뜻 비슷해 보이는 두 선수의 2군 타격 기록이지만, 박건우가 8살이나 더 어리다. 박건우는 작년 대박 픽이라고 칭송받는 김인태나 이우성보다 첫해 더 좋은 타격을 했고, 184cm의 좋은 신체 조건과 운동능력을 지닌 탑 유망주다. 팀의 발전을 위한다면 누구에게 더 기회를 줘야 할지는 명확하다.


두산이 1루수 용병을 영입하기로 했다면 윤석민 트레이드는 충분히 타당성이 있다. 하지만 그 대상이 외야수 장기영이 해야 했는지 의문이다. 차라리 지난해 4700만원을 받았던 이인구를 영입해 오현근과 제5 외야수 경쟁을 시키고, 투수를 얻어오는 게 더 효율적이지 않을까?


지난 2년간 두산 프런트는 중복된 영입으로 의아한 움직임이 많았다. 단기적으로 팀 성적에 도움이 되는 듯 했으나 후유증도 남았다. 이성열과 오재일 트레이드는 결국 윤석민을 떠나 보내게 했고, 홍성흔 영입은 최준석과 김동주의 자리를 밀쳐냈다. 그리고 장민석 영입으로 내년 또 어떤 나비효과가 발생할지 깊은 우려를 남긴다.


오프시즌 두산은 많은 선수를 떠나 보내고 있다. 그 배경에 모기업의 재정적 위기가 자리하고 있다. 단순한 리빌딩이 아님은 두산이 이 트레이드로 확인시켜준 셈이다. 팬들은 두산이 얼마나 어려운지 어떤 비전을 가지고 운영되는지 알지 못한다. 이 불확실성은 팬들을 패닉으로 몰아가고 있다. 오프시즌 전까지 두산 프런트가 신뢰를 회복하려면 많은 고난이 따를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