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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메모

in 한승택 out 신승현, KIA 보상선수에 웃다

경찰청, 상무 입단은 2차 드래프트, 보상선수 지명에 오히려 득이 되는 요소로 변했다 (사진 출처 - 한화 이글스)


KIA 타이거즈는 이번 FA 시장의 패배자로 불린다. 팀 내 프랜차이즈 스타로 여겨졌던 이용규가 한화로 이적했고, 대체 선수로는 지난 3년간 부진했던 이대형을 영입했다. 이대형의 수비 기여도가 어떻든 간에 이용규와 비교하기는 어렵고, 보상 제도로 인해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영입이라고 말해지기도 했다. 따라서 보상 선수 관련 KIA의 선택은 어느 때보다 관심을 모았다. 


보상 선수 관련 일정은 이용규와 이대형은 모두 17일 한화와 KIA와 계약을 마쳐 보상 선수 선택 마감일도 27일로 같았다. 먼저 결정을 한 팀은 KIA다.


 

마감일 하루 전인 26일 KIA는 이용규의 보상 선수로 94년생 포수 한승택을 지명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한편으로는 놀랍고, 한편으로는 자연스러운 결정이다. 내년 신구장을 개장하는 KIA는 당장 성적을 내야 하는 부담을 가지고 있다. 선동열 감독의 임기도 1년이 남아 현장은 급해질 수 있었다. 22일 시행됐던 2차 드래프트에서도 김상현, 김민우 등 나이 많은 즉전감 베테랑을 영입하기도 했다. 한화도 군에 입대하는 한승택 지명은 예상외라며 아쉽다는 반응이다.


그런데 막상 한화의 20인 보호선수를 추정해 보면 KIA의 선택 폭이 좁음이 느껴진다. 내년 시즌 뛸 불펜 투수들과 팀 내에서 애지중지하는 투수 유망주를 묶고 나면 남는 투수는 작년 15.2이닝 6.57ERA 5.41FIP를 기록한 마일영 정도다. 유망주 김경태 역시 경찰청 입대가 예정되었다. 야수 중 딱히 매력적인 선수가 없다고 하면 팀의 약점인 포수 포지션 유망주 선택은 지극히 정석에 가깝다. 그리고 한승택은 KIA가 뽑기에 충분히 매력적인 유망주다.


한화가 보호 선수 명단을 작성할 때 엄태용과 한승택 사이에 고민이 될 수도 있다. 고교 시절까지는 한승택이 더 좋은 타격을 했고, 수비에서 평가도 좋았다. 현재는 1년 먼저 입단한 엄태용이 1군에서의 활약으로 한화 코칭스탭 사이에 신뢰를 받고 있는 듯하다. 특히 체격을 중요시하는 김응용 감독의 눈에 들었다고 보인다. 공수에서 차분함은 한승택이, 장타력 면에서는 엄태용에 손을 들어주고 싶다.


냉정히 말하자면 두 선수 다 가능성만 보여준 원석으로 아직 갈 길이 멀다. 한화는 30대 이전의 포수만 정범모, 박노민, 이준수 등이 있고, 2014 드래프트에서 대졸 김민수를 뽑았다. 상무에서 제대한 이희근도 합류한다. 한화 입장에서는 경찰청에 보내 놓은 알짜가 지명된 게 아쉽다고 해도 중첩된 포수 포지션의 선수이기에 납득할만한 출혈이다. 내년 드래프트 전까지 포수 선택 폭을 넓혀 놓은 KIA도 만족. 양 팀에 최선의 선택이 됐다.



트레이드를 통해 기회를 잡은 신승현은 다시 LG에서 도전의 길을 걷는다. (사진 출처 - KIA 타이거즈)


다음 날은 공격의 위치에 있던 KIA가 수비자의 입장으로 LG의 발표를 기다리는 위치로 바뀌었다. LG의 선택은 올해 재기에 성공한 옆구리 투수 신승현이다. 즉시 전력감이라는 점에서 기뻐하는 반응이 있는가 하면 LG 불펜진에 큰 메리트가 없다는 의견이 있다. 신승현은 올해 2006년까지 100이닝 이상을 던지며 프로에서 큰 활약을 했다. 그러나 이후 부상과 입대를 거치며 깊은 암흑기에 빠져들었다. 2군에서도 돋보이는 활약은 하지 못했다.


 


그러던 중 트레이드로 큰 기회를 얻어 올 시즌 55경기 51.2이닝 4.88ERA 4.70FIP를 기록하며 시즌을 마쳤다. 시즌 초반 페이스를 고려하면 아쉬운 성적이다. 처음 8경기에서 10.1이닝 동안 실점 경기 후 47경기 41.1이닝 6.10ERA 5.39FIP로 부진했다. 사이드스로 투수로 140km 중반 이상의 구속은 위력적이나 제구력 불안이 문제가 됐다. WAR로 보면 마이너스로 대체 레벨에 걸쳐있는 피칭이었다. 2000년 지명되어 실제 나이는 81년생으로 기존 옆구리 계열 김선규, 김기표보다 경쟁력이 있을지 의문이 남는다.


FA 보상선수라고 하면 다소 아쉬움이 남는 지명. 20인 보호 선수를 추정하면 KIA가 전략을 잘 짰다고 여겨진다. KIA가 LG에 보호선수 명단을 넘겨주기 전에 2차 드래프트라는 중요한 행사가 있었다. 여기서 KIA가 김민우를 지명하며 박기남을 명단에서 내보낼 수 있었고, LG의 임재철 지명은 김원섭 픽의 위험을 줄였다. 여기에 유망주 김윤동까지 20인에 포함하면서(기사 상 확인) LG가 매력적으로 여길 선수들이 대부분 보호됐다. LG로서는 참 젓가락이 가지 않는 반찬이 된 셈이다.


보상 선수 지명에서 KIA가 취한 전략은 유망주 우선으로 정리할 수 있다. 한화에서는 경찰청 입단이 예정된 한승택을, LG 보호 선수 명단에는 상무에 합격한 김윤동을 보호했다. 윤석민, 이용규가 빠져나간 상황에서 KIA는 당장 승부를 걸기 쉽지 않다. 2년 후를 내다보면서도 출혈을 최소화한 KIA의 결정은 후반기 이후 내내 우울했던 KIA 팬들을 간만에 웃음 짓게 하지 않았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