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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메모

송은범-김상현 트레이드, 상반된 반응 이유는?

프로야구에 빅딜이 성사됐다. 6일 와이번스의 홈페이지는 우완 송은범, 신승현을 내주고 KIA 타이거즈 외야수 김상현, 좌완 진해수를 맞바꾸는 트레이드를 단행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꽤 갑작스러운 전개다. 송은범은 FA를 앞뒀지만, 오랫동안 팀과 함께해온 프랜차이즈 스타였고, 김상현은 09년 우승의 최대 공헌자로 김주찬 복귀 전까지 주전 라인업에 드는 선수였다. 아마도 SK와 KIA의 협상 과정에서 송은범의 이름이 오르내리기 되자 KIA는 도저히 인내심을 발휘할 수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양 팀 트레이드의 동기는?


 

송은범이 불펜에 투입된다면 앤서니를 대신해 종종 경기를 마무리 짓는 역할을 할 것이다.(사진 출처 – SK 와이번스)


먼저 빅딜이 이루어진 계기를 살펴보자. KIA의 입장은 명확하다. 선동열 감독은 최향남이 부상으로 엔트리에 제외된 후 불펜운영에 매우 어려움을 겪었다. 사실상 필승조가 와해된 상황에서 앤서니가 9회가 되기 전 올라와 연투해야 했다. 반면, 타선은 작년 외야수 OPS 2위를 기록한 김원섭의 부진에도 신종길의 분전으로 승승장구했다. 김주찬이 복귀할 시 3명의 준수한 외야 요원 중 2명은 백업으로 빠져야 해 전력 낭비가 필연적이다. 자연스럽게 트레이드 논의가 대두됐고, 상대 팀에 가장 매력적인 카드는 김상현이었다. 


SK의 입장은 어떠한가? 가장 유력한 근거는 송은범 재계약에 대한 우려다. 송은범은 올 시즌을 마치고 FA 자격을 얻는다. 만약, SK가 정대현과 그랬던 것처럼 선수를 잡을 확신이 없다면 보상선수보다 가치가 큰 선수와 트레이드 하는 게 이상한 일은 아니다. 송은범과 코칭스탭, 프런트와의 관계는 차치하고, 구단 예산이 정근우를 잡기에 빠듯하다면 어쩔 수 없는 선택일 수도 있다.


트레이드 상대가 포스트시즌의 경쟁자가 된 이유도 명확하다. 1년이 안 되는 기간 렌탈 개념의 트레이드를 할 경우 제값을 받기 어렵다. 한화가 2013시즌만을 위해 팀의 미래를 내줄 수는 없지 않은가? 트레이드 대상 팀은 우승권에 근접하는 컨텐더팀, 그리고 다음 시즌 송은범을 잡을 여력이 되는 팀에 한정된다. KIA는 윤석민의 해외진출로 올해 승부를 걸어야 하며 동시에 내년 신축구장 개장으로 큰 돈을 쓸 동기부여가 있다. 여러 모로 송은범과 딱 맞는 조합인 셈이다.




균형이 맞는 트레이드였나?


다소 기복이 있더라도 김상현의 장타력과 강한 어깨는 SK에도 유용한 무기다. (사진 출처 – KIA 타이거즈)


트레이드의 주축인 송은범과 김상현은 모두 전국적으로 이름이 알려진 스타 플레이어들이다. 송은범은 구위만큼은 윤석민에 뒤지지 않는 희소성있는 우완선발 자원이고, 김상현은 2009년 MVP를 수상한 홈런왕 출신이다. 두 선수가 얼마나 뛰어난 선수인지 스탯을 통해 알아보자.




송은범 최고의 시즌은 2009년 전후다. 프로야구 역대 최고의 수비력을 가진 팀이라고 여겨지던 당시 SK 야수들은 역시나 FIP보다 송은범의 평균자책점을 낮췄다. 2010년은 너무 과장되긴 하지만 전반적으로 볼 때 선발로 뛰면 3점대 후반에서 4점대 초반을 기록할 수 있는 선발 투수라고 보면 된다. 2011년 이후에는 팔꿈치 등 부상 관리가 철저히 되지 않아 불펜으로 많은 경기를 뛰기도 했다. 작년은 어느 정도 반등의 시즌이지만, 올해 어느 정도로 회복할지에 대해서는 확신이 어렵다. 그래도 KIA 불펜에서는 앤서니와 더불어 더블 스토퍼의 역할이 가능하다. 선발로 등판해도 어느 정도의 역할은 해줄 만한 선수다.




김상현은 역시나 2009년의 임팩트가 대단했다. .339의 BIPA는 커리어보다 4푼가량 높아 이런 시즌이 다시 오기는 어렵다. 더 중요한 척도는 홈런 생산력인데 2009년과 2010년에는 안타의 25~35%가 홈런이 됐다. 커리어는 약 18%로 앞으로 어느 정도의 장타력을 보일지는 미지수다.


어쨌거나 꾸준히 OPS 7할 중반대 유지가 가능한 타자이며, 침체된 SK 타선에는 버팀목이 되어 줄 수 있다. 또 외야수로 뛰며 수비력이 일취월장해 근래에 들어서는 강한 어깨를 무기로 수비에서도 팀에 공헌하고 있다. SK에서는 그 기준이 높긴 하겠으나 평균 이상의 외야수로 봐도 무리가 없다. WAR을 통해 두 선수를 간접적으로 비교를 해보면 어떨까?




송은범은 불펜 등판 시 경기 중요도가 1.3(평균을 1로 볼 때)으로, 김상현은 수비와 주루 플레이를 제외한다는 가정하에 위 수치와 같다. FIP를 기준으로 합산 시 김상현이 근소하게 WAR이 높으나 2009년의 특수성을 반영하면 전반적으로 약 1승 정도의 차이로 송은범이 더 뛰어난 선수라는 해석도 일리가 있다. 다만, 송은범이 1년 앞서 FA가 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심각하게 추가 기우는 트레이드는 아니었다고 생각한다.



SK 팬들의 상대적 박탈감이 큰 이유


그러면 SK 팬들이 왜 트레이드에 더 실망하는지 살펴보자. 일단, 평균자책점과 FIP에 괴리에 따른 기대치의 차이를 들 수 있겠고, 인천 출신의 프랜차이즈 선수라는 점도 한몫한다. 그런데 연고 출신 선수라는 점은 김상현도 같다. 아래 표를 보면 더 확실한 이유가 느껴진다.



 ※ 하늘색 굵은 글씨는 우타자


SK의 외야진은 사실 KIA와 비교할 때 깊이 면에서 크게 뒤지지 않는다. 오히려 더 나은 부분도 있다. 문제는 기존 레귤러들이 집단 부진에 빠져 있다는 점이다. 예전 김성근 감독이라면 이 선수들을 잘 추슬러 단단한 팀을 만들었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깊게 깔려 있다. 실제로 안치용의 최근 타격은 김상현에 그리 뒤지지 않는다. 박재상 혹은 임훈과 플래툰 기용한다면 굳이 외부 영입이 필요했을까 싶다. 부상 중인 이재원이 복귀하면 포지션 중첩이 생길 여지가 있고, 최근 2군에 김도현과 정진기도 3할 중반의 타율 5할을 넘는 장타율로 불방망이를 휘두르는 중이다. 아직 여물지 않은 선수들이라도 김상현 영입의 필요성은 낮았다.


두 번째는 SK의 투수진 상황이다. 5선발 여건욱은 6점대 방어율로 1군 적응이 쉽지 않다. 불펜 FIP는 4.79로 전체 7위다. 박희수가 복귀했다고 해도 송은범이 빠져나가는 것은 부담이다. KIA 불펜이나 SK 불펜이나 WAR이 마이너스 기여도의 선수들로 인해 송은범은 실제보다 더 가치 있는 선수가 된다. 하지만 김상현은 기존 외야진과 더해 WAR만큼 효율적으로 활용하기는 어려움이 따른다. 김상현의 영입 팀이 야수가 부족한 롯데라고 하면 이런 불만은 생기지 않는다.


야구 팬들이 느끼기에 SK에게 이 트레이드는 절실하지 않았다. 송은범과 우선협상기간 동안 계약할 기회를 얻고, 그렇지 못해도 보상선수와 9억6000만원의 보상금을 얻는 게 나쁘지 않다고 생각되는 것이다. 반대로 KIA는 김상현을 떠나 보내는 아픔이 있더라도 설레임을 느낄 정도로 송은범이 꼭 맞는 퍼즐이다. 이런 예상을 비웃기로 하듯이 김상현이 빼어난 활약으로 SK를 포스트시즌으로 이끌기를 염원한다. 그렇지만 결과와 별개로 SK 프런트의 이번 움직임은 방향성 면에서 그리 좋은 평을 받기는 어려워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