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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메모

후반기 기록으로 보는 준플레이오프 전망

마라톤과 같은 정규시즌이 막을 내리고 10월 8일부터 대망의 포스트시즌이 시작된다. 팀의 저력을 알기에는 133경기를 치르는 정규시즌 순위가 더 유용할 수 있지만, 사람들이 환호는 역시 가을 야구에 크게 들린다. 이는 미국에서도 마찬가지다. 시카고 컵스는 정규리그에서 2008년 내셔널리그 1위, 1945년, 1935년, 1918년 MLB 전체 1위를 차지했지만, 여전히 순종 2년 이후 우승을 못한 팀으로만 기억에 남는다. 그래서 모든 프로구단의 목표는 가을야구에 향해있고 박용택이 유광잠바를 입기를 원한 것이다.


이제 정규시즌의 순위는 잠시 접어두자. 포스트시즌 기용될 선수를 분류하고 이들의 후반기 성적을 비교함으로써 두산과 롯데의 치열한 준플레이오프를 예상해 보았다.



4명의 이닝이터 VS 밀리지 않는 원투펀치



두 팀을 전망할 때면 대부분 언론매체는 두산의 선발진에 우위를 준다. 이용훈이 어깨부상으로 이탈한 롯데보다는 노경은이 선전한 두산의 선발진이 탄탄하다고 여겨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원투펀치의 힘만 보자면 롯데가 전혀 뒤지지 않는다. 노경은이 갈수록 좋은 피칭을 하고 있다지만, FIP를 보면 다소 운이 따른 부분도 없지 않다. 9월 이후 기록을 봐도 0.23의 평균자책점에 비해 FIP는 2.40으로 상대적으로 높다. 


첫 두 경기, 선발진의 우위를 가져가게 된다면 롯데로서는 상당히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다. 단, 여기에는 유먼이 건강해야 한다는 전제가 따른다.



사진 제공 - 롯데 자이언츠


 

기록에서 보면 알 수 있듯이 유먼은 짝수 달에는 도미넌트한 피칭을 했지만, 홀수 달에는 매우 부진했다. 이 페이스대로 10월 활약을 기대하려면 발가락 부상에서 회복해야 한다는 전제가 따른다. 이번 준플레이오프 시리즈에서 누구보다 유먼의 몸 상태가 가장 큰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풍부한 관록 VS 물오른 패기


 

원투펀치를 제외하면 롯데 선발진은 이닝이팅이 어렵다는 약점이 있다. 이를 상쇄하는 것은 정규시즌 위력을 발휘한 벌떼 불펜진이다. 사이드스로 정대현과 김성배, 오버스로 최대성, 김사율, 진명호, 좌완 강영식, 이명우, 이승호까지 부족함이 없는 구색을 갖췄다. 우려가 없지는 않다. 9월 이후 김성배와 김사율의 페이스가 떨어져 정대현에게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다. 롯데가 더 높은 곳을 본다면 잔 부상이 많았던 노장의 출장을 억제할 필요가 있다.


그에 반해 두산은 흔들림이 적은 베테랑이 부족하다. 불펜 에이스 홍상삼도 올해 처음 불펜으로 보직을 전환했고, 김강률과 변진수는 포스트시즌 경험이 없는 초짜다. 고창성과 이혜천이 엔트리에 포함되더라도 얼마나 도움이 될 수 있을지는 회의적이다. 두산이 기댈만한 선수는 따로 있는데 정규시즌 선발로 기용된 김승회다.



 

사진 제공 - 두산 베어스



김승회는 아직은 스윙맨으로 분류할 수 있기에 김선우보다는 구원으로 활용할 가능성이 높다. 김강률보다 빠른 볼을 던질 수 없더라도 제구력은 훨씬 나은 편이므로 중요한 순간 역할이 요구된다. 포스트시즌에서는 두산 선발들이 다소 빨리 강판당할 가능성이 높기에 김승회의 활약은 이번 시리즈의 열쇠가 될 수 있다.



최악의 '빈타시리즈'를 면해라


 

두산과 롯데는 시즌 전체, 후반기, 9월 이후로 봐도 모두 평균 이하의 타격을 했던 팀이다. 롯데는 이대호의 이탈, 두산은 김동주의 이탈과 김현수의 부진으로 팀이 침체에 빠졌다. 잠실 구장과 후반기 모습을 보면 두산이 다소 우위에 있다고 볼 수도 있지만, 손시헌과 정수빈의 부상이라는 악재를 간과할 수 없다.


그나마 외야는 베테랑 임재철과 경찰청에서 제대한 민병헌이 있다지만, 유격수 포지션은 걱정거리다.



기록에서 보면 허경민의 타격이 김재호보다는 좋았다. 그러나 김진욱 감독은 허경민을 시즌 내내 중용하지 않았다. 후반기 김재호에게는 115타수를 보장한 반면, 허경민에게는 단 23타수의 기회를 줬을 뿐이다. 경험이 적은 허경민은 준PO에서도 대수비, 대주자로 활용될 확률이 높고, 공수에서 손시헌의 공백은 불가피하다.


롯데도 부상으로 어려움을 겪는 선수들이 많다. 강민호는 SK전에서 목과 허리 부상으로 제 컨디션이 아니고, 김주찬도 무릎에 통증을 호소하고 있다. 박종윤은 광대뼈 부상 후 복귀가 가능하다지만, 후반기 무너진 타격 밸런스를 회복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야구는 운칠기삼이라는 사자성어가 가장 잘 통용되는 스포츠라고 한다. 바람의 방향 한줄기에 따라, 불규칙 바운드 하나에 따라 2루타와 홈런, 안타와 아웃이 바뀐다. 그리고 이번 준플레이오프는 그런 조그만 변수에 결과가 요동칠 만큼 양 팀의 전력이 백중지세다. 


두산이 선발의 힘이 길게 유지된다면, 롯데는 정대현을 필두로 한 경기를 완벽히 잡을 수 있는 계투 조가 뒷받침된다. 후반기 부진했던 김현수가 살아날지, 전준우가 맹폭할지도 예상이 불가하다. 개인적으로는 두산이 우세하다는 평가에 그리 동의하지 않는다. 


어떤 팀이 기세를 탈 준비가 되어 있을까? 점쟁이가 될 수는 없기에 월요일 경기를 손꼽아 기다리는 방법 뿐이다.


  

 ※ 이 글은 마구스탯에 송고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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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월 5일까지의 기록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음을 밝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