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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메모

KIA 타이거즈, 가을 야구를 뜨겁게 마치다

롯데 자이언츠가 5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에 성공했다. 이 말인즉슨, KIA의 가을 야구 도전이 끝났다는 의미가 된다. KIA는 최근 선발 투수들의 무적에 가까운 호투로 마지막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있었다. 서재응의 선발 연속 이닝 신기록, 김진우의 7년 만의 완봉승, 윤석민의 노히트노런 도전, 소사의 150개 투구 등 4명의 선수가 4연속 완투라는 기염을 토했다.


그리고 10월 3일은 다시 한번 팀 3연속 완봉승 기록을 도전하는 날이었다. 비록 고원준이 KIA에 강하다고 해도 3일 휴식 후 등판. 최근 페이스도 좋지 않았기에 KIA의 우세가 예상됐다. 그러나 야구는 역시 50 : 50을 기본으로 하는 경기임이 증명됐다. 윤석민은 3회 2아웃까지 퍼펙트 피칭을 이어갔으나 조성환의 사구 후 연속 안타를 맞으며 무너졌다. 팀으로서도 아쉬운 결과이고, 윤석민 자신에게는 롯데전 트라우마를 떠올리게 하는 뼈아픈 패배가 아닐 수 없다.



사진출처 - 롯데 자이언츠



이후 KIA에도 기회는 있었다. 5회는 무사 1, 2루 찬스가 있었고 6회에는 2점을 추격하며 2사 1, 3루 기회가 왔다. 양승호 감독은 이를 빠른 템포의 투수교체로 막았고, 정대현에게 3.1이닝을 맡기는 초강수로 경기를 매조지였다. 반면, KIA는 구원투수들이 나오는 족족 실점을 허용하며 대패를 당할 수밖에 없었다. 특히 한승혁이 만루 상황에서 커리어 첫 피홈런을 허용한 게 결정적이었다.


경기 내용만 보자면 KIA 팬들의 속을 뒤집어 놓을 만한 경기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시즌 말미에 KIA가 보여준 선전을 기억하고 있는 이라면 도리어 박수를 치게 될지도 모르겠다. 



KIA는 타선의 최희섭, 이범호를 제외해도 불펜 상황이 최악이라 할 만큼 좋지 않았다. 손영민은 음주운전으로 임의 탈퇴, 유동훈은 무릎 부상, 최향남은 어깨 팔꿈치 부상으로 시즌 아웃됐다. 한기주도 손가락 부상으로 재활 치료를 하고 있으며 심동섭은 일찌감치 토미존 수술을 받았다. 불펜에 남은 선수라곤 올해 실망스러운 양현종과 박경태를 비롯해 신인, 유망주급인 홍성민, 진해수, 박지훈, 한승혁 정도만이 남는다. 이들이 불펜이 강한 롯데에 있었다면 엔트리에 들기도 쉬운 일이 아니다. 




사진 출처 - KIA 타이거즈



혹시라도 KIA가 롯데를 누르고 포스트시즌에 진출했다고 해보자. 아무리 막강한 선발진이라도 계속 완봉, 완투만 할 수는 없다. 게다가 4명의 선발 투수들은 완투하는 동안 심하다고 할 만큼 투구수가 많았다. 사실 소사에게 150개의 투구를 하게 한 것은 비정상적인 기용이 틀림없다. 만약 류현진이나 윤석민에게 150개 투구를 용인했다고 하면 반응은 상상이 가고도 남음이다. 김효봉 해설위원이 지적한 대로 김진우의 건강 상태 역시 아직 물음표가 붙는다. KIA의 포스트시즌 좌절이 아쉽기는 해도 어찌 보면 다행이라 할 만큼 팀의 한계를 넘어서는 일이었다.



그렇다고 해도 지난 한 주간 팬들에게 선사한 기쁨은 가을야구에 뒤지지 않는다. 시종일관 쿨한 야구를 보여왔던 선동열 감독이 과도하리만큼 뜨거운 운용을 보인 것도 팀이 포스트시즌에 가까운 전투태세를 보였다는 의미다. 그 과정에서 나타난 선발진의 저력은 내년 시즌 가능성과 자신감을 얻기에 충분하다. 


윤석민이나 한승혁도 움츠러들 필요가 없다. 윤석민은 KIA로 팀 명칭을 바꾼 후 최고의 선수라는 말이 과언이 아닐 만큼 팀에 공헌해왔다. 올해도 최고는 아닐지라도 준수한 피칭을 했고 내년에도 팀의 에이스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한승혁은 팀 내 NO.1 유망주라는 명성이 부끄럽지 않을 만큼 뛰어난 구위를 보였다. 단지 준비가 안 된 상태에서 너무 버거운 짐을 지게 된 것뿐이다.


KIA의 가을 야구는 조금 일찍 시작해 끝을 맞이했다. 아쉽게도 2012년의 주인공은 아니었다. 그래도 남은 가을 야구의 축제를 즐길 정도의 안도감을 갖게 하는 시즌이 아니었냐고 돌이켜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