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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메모

무결점 팀, 삼성의 우승 확률은?


사진 제공 - 삼성 라이온즈


삼성 라이온즈가 페넌트레이스를 5경기 남겨두고 2년 연속 정규시즌 우승을 확정 지었다. 프로야구 31년사에서 총 9회, 2000년대 들어서는 무려 6번의 페넌트레이스 우승을 만들어내면서 바야흐로 삼성 전성시대를 열어가고 있다. 만약 삼성이 남은 경기 전패를 당하지 않는다면 통산 8번째 6할 승률을 달성하게 되는데 이는 타이거즈의 7회 기록을 넘어서는 기록이다. 


올 시즌 삼성의 독주는 시즌이 시작되기 전부터 예상되어 있었다. 지난 시즌 압도적인 팀에 이승엽이라는 프랜차이즈 최고 스타가 합류했다. 여기에 검증된 외국인 투수들인 탈보트와 고든의 합류는 삼성을 더욱 견고하게 만들었다. 비록 기대치에 부응하지 못한 면이 있더라도 대세에 영향을 주지 않는 활약이라고 여겨진다. 그럼 삼성이 얼마나 강한 팀인지 정규시즌 투타 기록을 통해 살펴보자.



완벽 밸런스, 빈틈이 없다




지난해 OPS 5위, 득점 3위를 기록했던 삼성은 올해 두 부문에서 모두 1위가 유력하다. 특히 득점부문은 SK와 무려 67점 차이로 전체 팀 중 유일하게 600점을 넘어섰다. 출루율 스케일의 세이버메트릭스 공격지표인 wOBA에서도 .332를 기록해 전체 1위, 다른 구단을 압도하고 있다.


이러한 비결은 작년 약점으로 꼽혔던 포지션 문제를 완벽히 해결한 덕이 크다. 1루는 이승엽 효과를 톡톡히 봤고, 2루는 조동찬이 공수에서 맹활약했다. 조동찬의 포지션 전환에는 팀 내 MVP 박석민이 풀타임 3루수로 뛰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작년 선발 평균자책점 1위를 고수하던 삼성은 올해 그 자리를 두산과 롯데에게 내줬다. 대신 수비를 가능한 배제하는 FIP에서는 작년보다 성적이 좋아 전체적으로 보면 현상유지를 했다고 볼 수 있다. 눈에 띄는 점은 낮은 사사구 수치다. 긴 레이스를 치러야 하는 정규시즌에서 좋은 제구력이 팀에 안정감을 심어 줬다고 해석할 수 있다.


다만 비교적 낮은 삼진률에서 볼 수 있듯이 단기전 구위로 압도할 투수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은 아쉽다. 류중일 감독이 왜 전반기 팀을 위기에 빠뜨리면서까지 차우찬을 중용했는지 알 수 있는 부분이다.




선발이 다소 밋밋했다면 불펜은 난공불락의 요새다. 작년 철벽 계투에 막내 심창민이 합류하면서 더욱 화려한 진용을 갖췄다. 정현욱이 부진했다는 평들도 상대적일 뿐 다른 팀에서라면 마무리 직책이 가능할 만큼 준수한 성적이다. 리그 탈삼진율 1위, 피안타율 1위, 사사구비율 2위를 비롯해 모든 부분에서 상위권을 독식하고 있다.


한국시리즈에서는 구원진이 더욱 중용될 가능성이 크다. 선발진이 불안해서가 아니라 불펜진이 워낙 강력해서다. 수준급 오버스로 투수들이 많아 좌완 계투의 부족도 큰 문제는 되지 않을 듯싶다. 




득실마진으로 보는 업셋의 가능성


타선의 지속성과 폭발력, 안정된 선발과 압도적인 불펜의 조화는 삼성을 2년 연속 최강 팀으로 만들었다. 과연 삼성이 역대 팀들과 비교해 얼마나 강한 걸까? 득실점 마진으로 본 피타고리안 승률을 구해보았다. 방법은 빌제임스의 수정공식을 이용하였다.


피타고리안 승률 = 팀득점1.82÷(팀득점1.82+팀실점1.82)



 ※ 주황색은 한국시리즈 우승 실패


100경기 이상의 큰 표본이기에 득실점 마진을 통해 승률을 구해봄으로써 팀의 실제 전력을 유추한다는 의미가 있다. 2012년 삼성은 역대 11번째로 피타고리안 승률이 높고, 21세기로 한정하면 2008년 SK 다음이다.


.630이상의 피타고리안 승률을 기록한 팀은 2008년 통합 우승을 차지한 삼성을 제외하고 모두 한국시리즈에 진출했다. 이 중 우승에 실패한 것은 단 세 차례인데 아이러니하게도 비운의 주인공은 모두 삼성이었다. 1982년에는 박철순의 OB에 무너졌고, 1993년에는 정규시즌 해태에 1위 자리를 내주면서 아픔을 겪었다. 



가장 큰 눈물은 1987년으로 삼성은 전기와 후기리그 모두 우승을 차지했다. 그러나 1985년 통합우승을 차지하면서 전후기 2위 팀에게도 포스트시즌 진출권이 주어졌고, 플레이오프에서 OB를 물리친 해태와 상대해야 했다. 당시 해태는 김봉연의 노쇠화 등으로 타격 부진을 보였고 정규리그 .532의 승률, 피타고리안 승률은 .491에 불과한 팀이었다. 


당연히 삼성의 우세가 예상됐으나 시리즈 스코어 4 : 0의 무참한 패배였다. 1차전 1회부터 이만수와 장효조의 실책으로 선취점을 내줬고, 정규시즌 .236의 타율로 부진했던 한대화에게 투런홈런을 허용하며 경기를 내줬다. 삼성 프랜차이즈 최고의 에이스 김시진을 비운의 투수로 만들었고, 김응룡 감독에게 신화를 안긴 시리즈가 됐다. 1987년 삼성과 KIA의 피타고리안 승률 차이는 .153로 역대 가장 놀라운 업셋 시리즈로 회자될 만하다. 참고로 올 시즌 삼성과 SK의 기대승률은 .097의 차이를 보이고 있다.



30년 프로야구사에서 한국시리즈 직행 팀이 업셋을 당한 경우는 총 6차례다. 이 중 플레이오프가 없던 초기를 제외하면 1987년, 2001년 삼성과 1989년, 1992년 빙그레뿐이다. 플레이오프가 생긴 1986년 이후 양대리그 시즌을 제외하면 KS 직행 팀의 우승 확률은 무려 84%다. 이중 올해 삼성과 SK의 피타고리안 승률보다 차이가 큰 경우는 앞서 언급한 1987년의 시리즈밖에 없다. 


25분의 1 확률. 4%의 드라마를 만들어 내는 팀이 나올 수 있을까? 만약 이루어진다면 25년 만에 최고의 업셋시리즈가 나오는 셈이다. 삼성 팬의 여유가 마냥 부럽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그래도 기적을 바라는 게 사람의 마음이고 믿기 어려운 확률을 현실로 만들어내는 것이 스포츠의 매력이 아닐까 싶다. 



  

 ※ 이 글은 마구스탯에 송고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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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월 4일까지의 기록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음을 밝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