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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메모

KT '리빌딩 전문가' 조범현을 택하다

8월 2일 10구단 KT가 삼성 인스트럭터로 있던 조범현 감독과 3년간 계약금 포함 총액 15억 원에 계약했다고 발표했다. 계약 규모는 NC의 김경문 감독보다 딱 1억이 많고, 조범현 감독이 KIA와 연장계약을 맺을 당시보다는 1억이 적다. 감독의 커리어를 고려하면 적정선의 계약이다.



조범현 감독은 SK에 처음 부임한 후 2년 이상 쉬지 않고, 현장의 부름을 받을 만큼 야구계에서 능력을 인정받는다. (사진 출처 - KIA 타이거즈)


그럼 대상은 적당했나? 조범현 감독은 프로야구에서 리빌딩에 일각연이 있는 인물로 꼽힌다. SK에서는 강병철 감독에 이어 사령탑에 올라 팀을 중위권으로 발돋움시켰다. 선수를 키웠다 아니다를 떠나서 신인이었던 정근우와 최정은 이 시기에 많은 기회를 부여받으며 팀과 함께 성장했다. 


KIA에서도 행보는 비슷한 편이다. 프랜차이즈 사상 가장 어수선한 분위기라 말해지는 시기 바톤을 이어받아 2년 차인 2009년 팀을 우승으로 이끌면서 연장계약을 이끌어냈다. 우승의 주역인 대졸 나지완과 고졸 안치홍은 루키 시즌부터 주전에 가까운 역할이 주어진 매우 드문 사례다. 이렇듯 조범현 감독은 선수를 보는 안목을 증명해왔고, 팀의 체질 개선에 성공한 감독이란 평을 받는다. 개인적으로는 솜씨 좋은 한의사가 떠오르곤 하는데 리빌딩이 절실한 한화 입장에서는 아쉬운 계약이란 생각도 든다.



한 가지 흥미로운 사실은 고교 시절부터 프로에서까지 라이벌로 묘한 인연이 있는 김경문 감독과 비교를 피할 수 없게 됐다는 것이다. 창단시기는 2년의 텀이 있지만, KT가 1군에 진입하는 2015년에는 NC도 외국인 선수를 2명만 써야 한다는 핸디캡이 생긴다. 정규시즌 성적은 NC 승률이 조금 낫더라도 맞대결에서는 양 팀간 불꽃을 튈 게 분명하다. 통신사 라이벌 SK 외에 또 하나의 대결 구도가 발전하는 셈이다.


물론, 감독이 팀에 영향을 미치는 부분은 생각보다 크지 않을 수 있다. 사실 신생팀에게 있어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관리나 경기조율보다 선수를 뽑는 스카우트다. 그런 면에서 KT는 NC보다 출발이 다소 불리하다.





위와 같이 드래프트가 연고 지명으로 바뀌고 팀이 하나 늘어나면서 전체적인 KT의 픽 순위가 조금씩 밀렸다. 결정적으로 첫 12번째 픽에서 4명의 선수를 지명했던 NC와 달리 KT는 22번째 순번이 돼서야 4명의 선수를 채운다. 게다가 NC는 2012 드래프트에서 프로 지명 경력이 있는 선수의 1차 지명 불가 규정으로 2라운드 1순위로 나성범을 지명한 행운을 누렸다. 반면 KT는 연고 지명의 특성상 선수를 너무 일찍 뽑아 올해 실질적 최대어인 제주고의 임지섭을 놓치는 우를 범하고 말았다. 결과는 시간이 지나봐야 알지만, 지금 시점에서는 안타까운 일이다.



하지만 나성범이 NC의 간판으로 성장하기까지 김경문 감독의 야수 전향 등 코칭 스탭의 노력이 있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또 현재 NC의 돌풍은 스피드를 중요시하는 팀 컬러가 수비와 주루에서 녹아든 효과이기도 하다. 조범현 감독도 2015년 1군에 올라가기까지 자신의 야구 철학을 발전시키고 팀에 입힐 수 있다면 NC 이상의 선전도 불가능은 아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KT 프런트의 전폭적인 지원이 전제돼야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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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아직 4강 도전권에 있는 KIA가 윤석민의 보직을 마무리로 전환한다는 소식이다. 일반적인 상황이라면 동의하기 어려운 결정이다. 그러나 윤석민은 부상에서 복귀 후 선발로 11경기 동안 62.2이닝 4.16ERA 4.48FIP로 부진했었다. 참고로 8월 4일까지의 리그 선발 투수들의 FIP는 4.37. 윤석민이 리그 평균보다도 못한 피칭을 한다면 마무리로의 전환은 시도해볼 만하다. 새 외국인 투수 빌로우가 합류하고, 양현종의 복귀하기에 팀의 여력은 충분하다고 할 수 있다. 장기적으로 봐도 FA를 앞둔 윤석민의 보직 전환은 팀의 미래에 해가 되는 요소가 아니다.


그렇다고 윤석민의 마무리 전환을 해외진출 포기로 받아들이면 곤란하다. 올해 부진으로 국내에 상주하는 미국 스카우트가 윤석민을 MLB에서 버틸 선발투수로 평가했을 리 만무하다. 전화위복으로 정대현의 예처럼 릴리버 혹은 스윙맨으로 가치를 높일 확률도 있다. 또한, 일본에서라면 여태까지 윤석민의 커리어 만으로도 협상이 되는 수준이다. 지금 윤석민에게 중요한 것은 어디서 뛰느냐가 아닌 얼마나 잘 던지느냐가 아닐까? 이번 결단이 팀과 선수에게 모두 득이 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