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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메모

kt 외국인 투수, 앤디 시스코-필 어윈 최근 3년간 기록 & 영상

국내 프로야구에서는 '용병만 잘 뽑아도 4강은 간다'라는 말이 자주 쓰인다. 외국인 선수의 성공 확률이 높지 않은 현실에서 다소 왜곡된 표현일 수 있다. 하지만 전력의 기반이 닦이지 않는 KT 입장에서는 최소한의 승률을 올리기 위해 외국인 선수 스카우트에 사활을 걸어야 하는 상황이다. KIA 소속이던 조찬관 스카우트 팀장을 영입한 배경도 이 부분의 특화된 능력이 있다는 평이 크게 작용했다고 전해진다. 그럼 KT가 선택한 외국인 투수가 NC의 찰리, 에릭처럼 로테이션의 중심을 잡아줄 기량을 갖추고 있는지 지난 발자취를 따라가 보자.



사진 출처 - 포토버켓


먼저 지난 6월 말 시즌 중 영입했던 앤디 시스코의 프로필을 보면 208cm 122kg의 체격을 가진 거구의 좌투수다. 나이는 1983년생 1월생으로 많지는 않아 힘으로 상대를 압박하는 선수라는 인상을 준다. 스카우트 입장에서는 매력을 느낄 수밖에 없는 신체적 조건. 시카고 컵스도 고교를 졸업한 시스코를 2001년 드래프트 2라운드 전체 46번째 픽으로 지명하며 가능성을 인정했다. 프로에 입단해서도 강력한 구위로 타자를 압도하며 무난한 시즌을 치렀다. 저명한 야구 주간지 베이스볼 아메리카는 시스코를 2003년과 2004년 연거푸 MLB TOP 100내의 유망주로 랭크 시키기도 했다.


프로 5년 차가 된 2005시즌은 시스코의 커리어에 큰 변화가 생겼다. 강력한 구위와 별개로 마이너리그 레벨을 빠르게 통과하지 못했던 시스코는 컵스의 40인 로스터 명단에 포함되지 못했고, 규정에 따라 룰5 드래프트로 캔자스시티 로열스로 이적하게 된다. 참고로 2003년 시스코와 팀 동료로 뛰기도 했던 류제국은 역시 같은 룰5 드래프트 대상자였지만 지명을 받지 못하고 컵스에 남게 된다.


하이 A에서 메이저리그로 직행하게 된 시스코는 선발에서 불펜으로 보직을 바꿔 67경기 75.1이닝 3점대 평균자책점과 FIP를 기록하며 성공적인 데뷔 시즌을 보낸다. 그러나 2년 차부터 제구력 난조로 부진한 시즌을 보냈고, 2006시즌 후 시카고 화이트삭스의 백업 1루수 로스 글로드와 트레이드되며 저니맨 생활을 시작하게 된다. 급기야 2008년 4월 토미존 수술을 받으며 약 2년간 공백기를 가진다. 부상에서 복귀 후 난조는 계속되어 맥시코 리그와 독립리그 등을 거치고 2013년 대만 EDA 라이노스와 계약을 맺는다. 이후 성적은 아래와 같다.





대만 리그에서 시스코는 확실히 압도적인 피칭을 보였고, 2013시즌 후에는 KT 스카우트의 레이더망에 들어온다. 좌투수로 150km에 육박하는 빠른 볼은 어느 리그에서도 통할만큼 매력적으로 보인다. 주무기는 슬라이더와 체인지업이라고 하고, 영상에서 보이는 스플리터도 효과적으로 쓰일 수 있다. 메이저리그에서도 이닝당 한 개꼴로 삼진을 잡을 만큼 시스코의 구위는 좌우 타자를 가리지 않고, 국내 타자들을 어렵게 만들 것으로 전망한다.


관건은 역시 제구력. 대만 리그에서 볼넷 수치는 크게 줄었으나 리그 상대성을 고려해야 하고, 퓨처스리그 피칭 기록은 같은 팀 내 로리와 비교할 때 우위에 있지 못하다. NC 이성민, 롯데 홍성민, 이상화, 삼성 정인욱 등과 비교해도 크게 앞선다고 하기 어렵다. 물론, 시스코의 삼진 볼넷 비율과 국내에서 대부분 타자 친화적인 성균관대 구장에서 던졌다는 점을 고려해야 하지만 말이다.


대만과 퓨처스리그 경험은 시스코의 리그 적응에 매우 큰 도움을 주리라 예상한다. 국내에서 메리트 있는 큰 체격과 좌투수로 위력적인 구위. 2014시즌은 대만에서 뛰었던 유먼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기에 어느 정도 견적이 나오는 투수이기도 하다. 단, 커리어가 기복 있는 투수라고 보면 국내에서 얼마나 특별한 투수가 될 수 있을지 우려되는 면도 없지 않다. 마지막으로 시스코의 대만 리그 투구 영상은 아래와 같다.








앤디 시스코에 이어 KT가 2015년을 함께할 투수는 미국 출신 우완 필 어윈이다. 계약금 포함 총 55만 달러에 사인했다고 밝혔는데 비싼 금액은 아니다. 어찌 보면 대단한 커리어를 갖지 못했던 NC의 외국인 투수 스카우트 전략과 유사하다고 느껴진다. 하지만 국내에서 성공은 메이저리그 커리어와 무관하다는 사실은 2014년 최고의 투수 헤켄을 통해 증명된 것. 필 어윈이 어떠한 강점을 지닌 투수인지 살펴보자.



사진 출처 - 피츠버그 파이어리츠 트위터


외형적 조건은 시스코와 상반된 모습을 보인다. 191cm 95kg의 체격은 국내 투수 중에는 상위권이나 외국인 투수 중에는 평균에 가깝다. 나이는 1987년 2월생으로 베테랑보다는 성장의 여지가 남아 있는 젊은 투수에 가깝다. 고교 시절에는 볼링과 야구팀에서 주 대회 우승을 차지할 정도로 재간이 있었으나 프로팀과 곧바로 계약할 정도는 아니었던 것 같다. 2009년까지 미시시피 대학에서 3년간 NCAA리그를 소화하고, 피츠버그에 21라운드 전체 625번째 순번으로 지명되어 프로 첫발을 내딛는다.


어윈은 하위라운드 지명자치곤 빠르게 마이너리그 레벨을 통과한 편이다. 실질적인 풀타임 3년 차 시즌에 트리플A에 진입했고, 더블A까지는 9이닝당 볼넷 숫자를 2개 이내로 줄일 만큼 안정적인 경기 운영을 보였다. 어윈은 유망주로 크게 이름을 날리지는 못했지만, 2013년 메이저리그에 데뷔하기 전까지 항상 리그의 상위권 선발 투수다운 피칭을 보였다. 유망주 평가로 유명한 존 시켈스씨로부터 슬리퍼 유망주로 평가받는 등 내실 있는 투수로 가치를 쌓았다고 할 수 있다. 2011년 이후 기록은 아래와 같다.





기교파 투수로 알려진 필 어윈의 2014시즌 성적은 의아하다. 여전히 평균자책점과 FIP는 3점대 초중반으로 매우 양호하나 볼넷 수치가 이전과 다르게 크게 상승했다. 원인은 2013년 중반 나타난 팔꿈치 부상에 있다. 5월까지 단 3경기만을 소화한 후 시즌 아웃됐고, 2014년 90마일 내외를 형성하던 빠른 볼 스피드도 80마일 후반대로 유의미한 하락을 나타냈다. 적은 표본이기에 절대적 수치와 거리가 멀더라도 2014년 수치 변화는 그냥 지나칠 수 없는 부분이다. 


어윈의 투수로서 장점은 역시 커맨드에 있다. 마이너리그부터 언급된 어윈의 평가에서 제구력과 완급조절 능력은 꾸준히 칭찬을 받았다. 결정구로 구사하는 커브의 움직임도 좋고, 싱커와 체인지업 등의 구종을 잘 활용하면서 우투수임에도 마이너리그와 메이저리그에서 모두 좌타자에게 강한 모습을 보였다. 마이너 통산 땅볼 아웃/ 뜬공 아웃 비율은 1.43으로 2014년 비교적 타자 친화적인 라운드 록 홈구장에서 10번의 선발 등판 동안 단 하나의 홈런도 허용하지 않았다.



기교파 투수로 어윈은 국내에서 충분히 통할만 한 기량을 가지고 있다고 여겨진다. 100이닝이 조금 넘는 통계라고 해도 어윈의 트리플A에서 성적은 분명 국내에 온 투수 중에 최상위권에 있다고 분류할 수 있다. 파워풀한 좌투수인 시스코와의 조합도 매우 이상적이다. 문제는 얼마나 건강한 몸 상태를 유지하고 있느냐이다. 만약 어윈이 부상에서 완벽하게 회복하지 못했다면 144경기를 치르는 2015년, KT는 큰 위험 요소를 안고 시즌을 시작하는 셈이다. 또 땅볼을 많이 유도하는 투수로 내야수들의 도움도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2014시즌 어윈의 피칭 영상.

 


2014년 프리시즌 인터뷰와 짤막한 피칭 영상



지난 7월 8일 휴스턴전 선발 피칭 (부상 여파에 따른 구위 회복 여부가 불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