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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메모

한화 새 외국인 야수, 펠릭스 피에 최근 4년간 기록

Baltimore Orioles left fielder Felix Pie (18)

사진 출처 - Keith Allison님 플리커


한화 이글스가 새로운 외국인 야수로 도미니카 출신 외야수 펠릭스 피에(Felix Pie)와 계약금 5만 달러, 연봉 25만 달러에 계약했다고 밝혔다. 전통적으로 한화는 중견수 용병과 궁합이 잘 맞는 팀이다. 용병 도입 초창기에는 역대 최고의 외국인 야수 중 한 명으로 꼽히는 제이 데이비스와 7년을 함께 했고, 2008년 덕 클락과의 계약도 성공적이라고 할 만하다. 현재는 대전 구장이 투수 친화적으로 변했지만, 피에에게 거는 기대도 적지는 않을 것이다.


피에는 외면적 조건에서 스카우트의 눈을 쏙 빼놓는 선수다. 188cm 86kg의 체격 조건은 외야수로 이상적이다. 나이도 1985년 2월생으로 젊어 그의 환상적인 툴이 무뎌질 염려도 적다. 미국에 진출하기 전에도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은 피에의 신체적 능력을 몹시 매력적으로 여겼다. 


2001년 컵스와 계약하고, 본격적으로 마이너리그 시스템에 들어가자 피에에 대한 평가는 더욱 천정부지로 뛰어오른다. 만 17세의 나이로 프로에 데뷔한 피에는 257타석 동안 .314의 타율과 .936의 OPS 4홈런 17도루로 루키리그를 폭격했다. 유망주에 관한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매체 베이스볼 아메리카(BA)는 곧바로 피에를 메이저리그 전체 72번째 유망주로 랭크 시켰고, 신인 자격을 상실할 때까지 줄곧 최상위 유망주로 분류했다. 


마이너리그에서 피에는 모든 레벨을 무난히 통과했으며 카를로스 벨트란과 같은 5툴 외야수로 미래의 성공이 머지않은 듯 보였다. 그러나 빅리그에서의 안착은 결코 녹록지 않았다. 콜업되어 올라온 지 2년간 287타석 동안 .223의 타율, 72개의 삼진을 기록하는 등 선구안이 발목을 잡았다. 이미 비슷한 유형인 코리 패터슨의 실패에 질려있던 컵스는 투수 유망주 개럿 올슨의 대가로 피에를 볼티모어에 트레이드 시킨다. 


볼티모어에서 피에는 아담 존스에 밀려 코너 외야수로 주로 출장했다. 첫해는 나름 좋은 활약을 하기도 했지만, 이내 타율과 출루율이 곤두박질치고 만다. 또한, 도미니카 윈터리그에서 심판에 대한 과도한 반응은 피에의 가치를 더욱 떨어뜨렸다. 이후 피에의 기록은 아래와 같다.




지난 3년간 투수 친화적인 인터내셔널 리그에서 뛰었다고 해도 피에의 타격은 만족스럽지 못하다. 무엇보다 2013년 늘어난 삼진과 함께 타율과 장타율이 모두 하락했다. 피에의 나이와 커리어를 보면 일시적인 현상으로 볼 수도 있지만, 전년도 OPS 7할의 선수를 영입했다는 자체는 께름칙한 일임은 틀림없다.


다행스러운 점은 지난 시즌 대비 두 배로 늘어난 도루 숫자다. 단순히 도루의 문제가 아니라 몇몇 부상 등으로 움츠러들었던 피에의 운동능력이 커리어 초창기로 많이 회복하지 않았느냐는 추정을 하게 한다. 피에는 마이너리그 시절 컵스 내에서 가장 운동능력이 뛰어난 선수로 꼽혔다. 특히 폭발적인 스피드는 이번에 양키스와 계약한 엘스버리와 함께 트리플A 최고의 툴로 선정되기도 했다.


수비와 주루의 팀 기여도는 국내 팬들 사이에서 과소평가되곤 한다. OPS처럼 기록으로 구현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제 경기를 보다 보면 생각이 달라질 때가 많다. 여태까지 영입된 야수 용병 중 피에는 유일하게 중견수 수비가 가능한 선수이며 주루플레이는 압도적으로 뛰어나다. 미국의 세이버메트릭스의 자료를 통해 보면 이 두 가지만으로 팀 기여도는 많게는 2~3승 이상 차이가 날 수 있다. 설령 피에의 OPS가 2013년 기록에 수렴한다고 해도 수비와 주루에서의 활약에 따라 충분히 성공적인 영입으로 만들어낼지 모른다.


관건은 피에가 얼마나 뛰어난 수비수인가다. 팬그래프에 나타난 피에의 UZR 수치로 갈수록 떨어졌다. UZR 수치가 절댓값이 아니더라도 마이너리그 시절 높았던 수비력이 메이저리그에서는 제대로 구현되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피에의 수비력은 국내에서 다시 시험대에 오를 듯하다.



국내 선수 중 피에와 가장 유사한 선수는 SK의 김강민이 아닐까 싶다. 두 자릿수 홈런이 가능한 파워와 기복 있는 타격. 대신 수비에서 부족분을 메우고도 남는다. 피에는 수비에서 김강민에 못 미치더라도 스피드를 비롯해 폭발력은 우위에 있다. 수비와 주루가 취약한 한화에는 딱 들어맞는 선수이기에 긍정적인 시선으로 지켜보고 싶다.



피에의 공수주에서의 활약 모습. 국내 외국인 선수 중 메이저리그에서 이런 하이라이트 필름이 만들어지는 예는 극소수다.


험상 굳은 표정과 천진난만함이 동시에 나타나는 피에의 인터뷰 장면. 피에도 예전 데이비스처럼 한국의 컵라면을 좋아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