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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메모

2013년 KIA의 추락, 감춰진 곳을 보라

KIA 타이거즈가 거듭된 추락을 거듭하고 있다. 후반기 6승 17패, 일요일 승리 전에만 5연패를 당했다. 연패 기간 한 번도 리드한 적이 없으니 팀이 얼마나 패배의식에 시달리고 있는지 짐작이 간다. 팀의 부진에 대한 원인을 찾자면 한도 끝도 없다. 총체적 난국이다. 그런데 이 말은 너무 추상적이다. 정확히 타 팀과 비교해 무엇이 부족한 걸까?


스탯 설명은 링크



전체적으로 보자면 공격력에는 큰 문제가 없다. 타율이 높지 않아도 출루율, 장타율, wOBA, 게임당 평균 득점 등의 스탯이 리그 평균에 가깝다. 또 wRC는 443.4로 타선의 생산력대로 득점이 이루어지고 있다.


문제는 실점. 평균자책점과 경기당 실점이 한화 다음으로 높아 득실마진이 -46에 달한다. 득실점을 고려한 피타고리안 승률은 .456로 오히려 실제 승률이 더 잘 나오고 있다. 결국, KIA의 과제는 높아진 실점을 어떻게 낮추는데 초점이 맞춰진다고 하겠다.


높아진 평균자책점에 대해 많은 이들은 팀 투수력이 무너졌다는 말을 한다. 그러나 스탯을 더 자세히 살펴보면 투수력의 문제라고만 하기 어렵다. 수비를 가능한 배제 하려고 만든 스탯인 FIP를 보면 선발과 불펜 모두 리그 평균보다 낮다. FIP에 대한 여러 논쟁에도, 통계가 커질수록 투수력을 평가하기에는 평균자책점보다는 신뢰할 만한 스탯이라는 게 정설이다. 만약 KIA의 FIP를 실점에 반영하면 .512의 승률로 5위에 위치한다. 또 FIP-ERA 차이를 SK나 NC에 대입하면 각각 .561 .543의 승률로 두산의 뒤를 바짝 쫓는 4위로 순위가 상승한다. 즉, 올해 KIA의 실패는 FIP와 ERA 간극에 기인한다고 하겠다.


FIP와 ERA는 운의 요소가 포함되어 있지만, 수비력에 대한 참고 사항이 되기도 한다. 표에 적은 DER에서도 KIA는 시즌 최저의 수치를 기록 중이다. DER은 인플레이 된 타구 중 아웃을 잡아낸 비율을 나타내는 지표로 수비력을 그대로 반영하지는 않으나 유의미한 상관관계를 나타낸다고 말해진다.





위는 2008년부터 2012년까지 메이저리그의 DER, FIP-ERA, UZR 지표를 순위로 따져 상관관계를 비교한 표다. DER은 베이스볼레퍼런스, UZR과 FIP-ERA는 팬그래프의 자료를 참고했다. UZR이 수비력을 완벽히 측정한다고 확신할 수는 없어도 현시점에서 가장 신뢰가 높다.


DER과 FIP-ERA와의 상관관계(1.0이 최고)는 매년 0.54 이상 최고 0.7이상으로 개별적으로 보면 앞의 두 스탯이 수비력과 일치하지는 않음을 알 수 있다. DER이나 FIP와 ERA의 차이를 가지고 팀의 수비력을 판단하는 방법은 상당히 위험하다. 그래도 전체적으로 보면 비례 관계에 있고, 두 스탯이 일치하는 경우 수비력과의 상관관계는 매우 높아진다.



KIA 팀 실점, 수비력 고민이 우선


다음 표에서는 2005년부터 2013년까지 KBO의 DER, FIP-ERA 값을 비교했다. 2013년은 유독 DER 값이 높은 시즌이었기에 단순 비교는 적절하지 않다. 그래서 매년 리그 평균 DER과의 차이를 순서대로 나열해 최저값 TOP10을 구했다. 이 값의 의미는 앞에 설명했듯이 타자가 친 공을 수비수들이 아웃시킬 확률이라고 이해하면 된다. 그리고 오른쪽은 연도별 FIP-ERA 값이 가장 낮은 팀들이다. 투수들이 운과 수비력 등 기타 요소로 손해를 본 팀이라고 보면 무리가 없다.



KIA는 총 9년간 73개 팀 중 리그 평균과 비교해 DER 수치가 가장 낮은 팀이었고, FIP-ERA 값도 전체 4위를 마크했다. 이 자료를 유추하면 KIA의 수비력이 지난 9년간 전 구단을 통틀어 최악이라고 판단하기는 위험하나, 하위권에 위치할 확률은 상당히 높다고 해석할 수 있다. 또한, 운도 지지리 없는 시즌임에 분명하다.



KIA의 좌익수 자리에 김원섭이 아닌 나지완이 출장할 때 투수는 더욱 고독한 자리가 된다. (사진 출처 – KIA 타이거즈)


KIA의 수비력 하락은 충분한 근거가 있다. 먼저 외야는 중견수 이용규가 부상 등의 이유로 총 62경기만을 출장했다. 대신 센터에 선 김주찬과 신종길은 원래 내야수 출신으로 주력에 비해 외야 수비력에 물음표가 붙는다. 게다가 김원섭의 부상으로 나지완이 무려 61경기를 코너 외야수로 선발 출장하면서 외야 수비는 리그 최악으로 변했다.


내야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 3루의 이범호는 작년 햄스트링 부상으로 순발력과 주력이 예전과 같지 않게 느껴진다. 1루의 최희섭은 나이에 따른 수비력 저하가 나타나고 있는 모습이다. 자연스럽게 키스톤 콤비에게 부담이 가는데 김선빈의 체력 문제가 부각될 수 있다. 박기남, 홍재호 등은 타 팀의 백업 내야수들과 비교할 때 수비력이 좋다는 평을 듣지 못한다. KIA가 올해 드래프트에서 차명진을 지명한 것은 팬들로부터 지지를 받지만, 팀의 상황을 보면 대졸 유격수 강민국이 더 어울렸는지도 모른다.


이 정도가 되면 전력 분석팀에 대해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근래의 SK가 역대 최고의 수비력 팀으로 꼽히고 있는 배경에는 김정준, 노석기 체제의 전력분석팀이 있었다. 그리고 김성근 감독의 경질과 함께 이 두 사람은 SK에서 나왔는데 노석기 전력분석 팀장은 2011시즌 후 10년 만에 LG로 복귀했다. 올해 LG의 돌풍에는 전력 분석팀의 업그레이드도 영향을 미쳤을거라고 추측한다.



스카우트와 트레이닝 부문 모두 불만족



그 밖의 KIA의 부진 요인으로는 스카우트 부문이 빠지지 않는다. 현재까지 외국인 투수의 합산 승리기여도를 보면 FIP로 보면 삼성이, ERA로 보면 KIA가 가장 낮다. FIP로 보면 약 1~3승, 평균자책점으로 보면 1.3~7.7승까지 타팀과 차이가 난다. 리그 최악의 외국인 투수 조합은 KIA를 주저앉히는데 1등 공신이었다. 


2009년 KIA의 우승장면을 기억하는가? 당시 KIA는 로페즈와 구톰슨이라는 최고의 외국인 투수 듀오를 보유하고 있었다. KIA같이 전력이 완벽하지 않은 팀이라면 외국인 투수가 강력해야 우승을 도모할 수 있다. 


선수들의 부상 관리도 너무 안이했다. 윤석민과 이용규는 올해 정상적인 몸 상태로 회복되기도 전에 1군에 복귀했다. 이는 FA 자격 획득과 연관이 있긴 하나 두 선수는 국제대회에 뛴 경험으로 등록일자의 약간 여유가 있었다. 투타의 주축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니 팀이 잘 굴러갈 리가 없지 않은가? 두 선수 외에도 KIA는 몇 년 전부터 부상과의 전쟁을 치르곤 했다.



부진 탈출, 감독 교체가 정답인가?


KIA의 V11을 달성하겠다던 선동열 감독은 지도자 생활 최대의 위기에 직면했다. (사진 출처 – KIA 타이거즈)


이 모든 실패와 관련해 감독의 책임이 일정 부분 연관되어 있다. 수비력 파트는 둘째 치고, 외국인 투수 교체에 너무 안일했다. 이 정도면 불만 없다는 오프시즌부터 시즌 중반까지 최고가 아닌 차악을 지향했다는 점은 실망스럽다. 또 부상 문제도 삼성 시절과 달리 우승에 과하게 매달리는 등 쿨한 모습과 거리가 멀었다. 특히 후반기 입지가 불안해짐에 따라 박지훈, 심동섭을 무리하게 돌리는 기용은 고개를 갸우뚱거리게 한다.


시즌 중 중대 결정도 모두 실패했다. 김상현을 트레이드하자 외야수들이 줄줄이 부상에 시달렸고, 윤석민을 마무리로 옮기자 선발진이 대거 부상을 당했다. 말 그대로 마이너스의 손. 팬들의 원성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감독 경질을 예사로 여기는 최근의 프로야구계를 고려하면 시즌이 끝나고 감독이 교체된다고 해도 이변이 아니다.



하지만 감독을 바꾼다고 문제가 해결될까? 감독의 잘못이 절반이라는 일부의 표현은 역으로 감독이 달랐으면 우승도 가능했다는 로맨틱한 말로 들린다. 현실은 결코 그럴 일이 없다는 생각이다. 감독 한 명이 팀에 미치는 영향이 그렇게 클 리가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실제로 성적 부진의 이유로 감독을 경질했던 팀들이 성공했던 사례보다 그렇지 못했던 경우가 훨씬 많았다. 정확한 진단 없이 TV중계 화면에 비치는 감독의 얼굴을 바꾸는 것만으로는 비극이 연장될 뿐이다.


올해 감독이 바뀌면 내년 KIA는 선감독의 임금을 보장하고 신임 감독의 계약금과 연봉으로 최소한 4억 이상을 써야 한다. 김성근 감독 같은 빅네임이라면 10억까지도 지출을 요한다. 차라리 이 돈으로 전력분석팀, 스카우트팀, 전력분석팀에 투자하는 게 훨씬 효율적인 투자다. 2008년 LG는 꼴찌를 하고도 김재박 감독을 중도에 경질하지 않았다. 감독의 임기 보장은 팀 운영에 긍정적으로 작용한다. 올해 KIA가 선감독을 경질한다고 해도 놀랍지는 않지만, 2011시즌 후의 반복이 아니라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다.


야구는 선수가 한다. 그리고 그 선수를 기용하고 관리하는 일은 코치진의 몫이고, 이 모든 것을 장기적으로 계획하고 구성하는 일은 프런트가 한다. 올해 KIA의 부진이 어디에서 비롯됐는지 해답이 보이는가? 남은 기간 KIA의 할 일은 4강 도전이 아니라 지금의 부족한 부분을 어떻게 메워야 할까에 대한 고민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