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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메모

미국행에 몸 실은 윤석민, 어디까지 갔나

2년 전 미국에 진출했다면 이라는 가정은 무의미하다. 이와쿠마처럼 실력으로 자신을 증명해야 한다. (사진 출처 – KIA 타이거즈) 


류현진 이후 프로야구에서 다시 한 번 MLB 직행 메이저리거가 탄생할 수 있을까? 윤석민에 대한 메이저리그 구단의 영입 소식이 아직 들리지 않고 있다. 한동안 언급되던 미네소타 관련된 연결 소스도 시간이 지나자 끊긴 지 오래다. 마침 연말을 맞이해 윤석민이 입국하자, 국내 언론 프로야구 리턴 가능성을 언급하기 시작했다. 이에 대해 선수와 에이전트는 국내 잔류를 강하게 부인하며 거북함을 나타냈지만, 두 달 전에 비해 낙관적인 상황은 아닌 듯하다.


어쩌면 윤석민의 순탄치 못한 미국 진출은 올 시즌 중반부터 예상됐는지도 모르겠다. WBC를 시작으로 주가를 올려야 하는 FA 선수임에도 부상으로 시즌 초반 경기에 출장하지 못했다. 더 큰 문제는 복귀 후였다. 완벽한 몸 상태가 되지 않았는지 선발로 에이스의 역할은커녕 4점대 초중반의 방어율로 리그 평균보다 못한 투구를 했다. 결국, 윤석민은 시즌 중반 마무리로 전향됐는데 불펜에서도 압도적인 모습을 보이진 못했다. 


현재 윤석민이 메이저리그 협상에서 장애가 되는 부분 중 하나가 너무 많은 불펜 경력이라고 한다. 팀을 위해 불펜 알바를 뛰었던 희생이 불이익으로 돌아오는 현실은 안타깝다. 하지만 자의든 타의든 올해 보직 변경의 근본 원인이 성적 부진에 있다는 사실은 부인하기 어렵다. 국내 프로야구에서 외국인 선수를 뽑을 때도 직전 해의 성적을 중요시하기 마련이다. 이를 대입하면 메이저리그의 냉정한 시선은 이해 못 할 바도 아니다. 


그럼 커리어로 볼 때 윤석민의 가치는 어느 정도일까? 지난 5년 간의 성적은 아래와 같다.


FIP = (13*HR + 3*(BB-IBB+HBP) - 2*K) / IP + 시즌에 따른 특정값(약 3.20)

FIP+ = 리그평균ERA / 개별선수 FIP X 100



작년 시즌 징글징글하게 부진했다고 하더라도 국내 리그에서 윤석민은 압도적이고 꾸준한 활약을 해왔다. 리그 위의 투수였던 류현진을 제외하면 외국인 투수 포함 윤석민보다 나은 FIP+를 기록한 선수는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과연 메이저리그에서 이 수치는 어떻게 변할까?


류현진이 미국에서 진출하기 전 3년 동안 기록한 FIP+는 149에 달한다. 그리고 2013년 다저스에서 기록한 FIP+는 119를 기록했다. 약 20 30정도의 차이로 윤석민에 대입하면 100가량을 예상할 수 있다. 100을 기준으로 리그 평균 선발 투수보다 나은 투수라는 의미다. 류현진의 내구성, 파크팩터 등을 적용하면 두 선수의 차이는 더 벌어지겠으나, 국내 용병의 사례를 보면 메이저리그 4선발 정도의 기대치라고 해도 허풍은 아니지 않을까? (관련 글 - 링크)




위는 현재 FA 계약한 주요 선발 투수를 정리한 표다. 이 중 구로다, 놀라스코, 헛슨, 카즈미어는 확실히 윤석민과 비교하기 미안해지는 성적을 냈다. 바톨로 콜론이나 댄 하렌, 조쉬 존슨은 단기 계약이라고 했을 때 확실히 더 매력적인 선수들이다.


중간급 선발 자원으로 리그 선발 평균자책점과 비슷한 수치를 기록한 투수는 펠드먼, 바르가스, 휴즈, 마이크 펠프리 등이 있다. 트리플 A 기록을 보면 휴즈를 제외하고 모두 4점대 FIP 내외로 높고, 2013년 MLB 성적도 리그 평균에 가깝다. 비슷한 눈높이에서 비교될만한 선수들인데 윤석민의 올해 폭락을 고려하면 비슷한 계약은 어려울 전망이다.


그 아래 규모의 계약자들인 볼퀘즈, 에르난데스, 플로이드 등은 보험 혹은 스윙맨 성격이 짙은 선수들로 한 가지 이상 결점이 있다. 볼퀘즈의 커리어는 만만치 않으나 올해 평균자책점에서 나타나듯 매년 기대치가 떨어지는 중이다. 개빈 플로이드는 화이트삭스에서 꾸준했으나 올해 5월 토미존 수술로 복귀 시점이 미정이다. 80년생 에르난데스는 선발과 불펜으로 통산 4점대 중반의 방어율로 리그 평균보다 아래의 성적이다.


윤석민의 젊은 나이와 커리어를 보면 이들보다 가치가 크게 떨어지지는 않을 듯하다. 보라스가 왜 2년 계약 연봉 500만 달러를 마지노선으로 설정했는지 위 계약자를 보면 알 수 있다. 




다음은 불펜 투수들. 윤석민이 마무리 급인 네이선이나 벤와보다 큰 규모의 계약을 맺을 수는 없다. 그래도 76년생 맷 손튼이나 작년 추격조에 가까운 역할을 했던 앨버스 보다는 시장 평가가 높을 확률이 높다. 


윤석민이 아직 계약을 맺지 못한 것을 두고, 포스팅 절차가 늦어진 다나카의 핑계를 대는 것은 변명에 가깝다. 그러나 시장에는 히메네스, 가자, 산타나, 버넷 등 대어급 선수들도 남아있다. 윤석민의 진로를 비관하기에는 시간이 많이 남아있고, 이와쿠마가 1년 150만 달러를 받았던 2012년보다 시장은 더 활성화되어 있다.



물론, 윤석민을 어느 팀에서도 선발로 생각지 않거나 200만 달러 이하의 계약을 제시했을 때 불펜행을 피하기 위한 국내 잔류 시나리오도 미세하게나마 없지는 않다. 그렇다고 해도 국내에 들어와 FA 태풍의 눈으로 떠오를 가능성은 매우 적다. 


윤석민이 올해 메이저리그 진출에 실패한다고 국내 구단과 장기 계약을 맺을까? 국내 잔류는 어디까지나 재수의 개념이다. FA 제도와 무관하게 최향남의 경우처럼 시즌 후 보류선수에서 풀게 되면 1년 후 다시 자유로운 신분으로 해외 진출을 노릴 수 있다. 또 에이전트나 선수가 원하지 않겠으나 포스팅 절차도 방법이다. 윤석민은 1년 후를 포함 언제든 해외 진출을 허용하는 구단과 계약할 것이고, KIA를 제외한 타 구단 이적 시 보상금과 보상선수는 적지 않은 부담이 된다.


선수의 선호도 그렇다. 항간에는 선동열 감독과의 불화로 KIA 잔류를 원치 않으리란 전망도 있으나 적응할 필요가 없는 친정팀이 가장 성적을 올리기 유리하다. 윤석민은 9개 구단 모두 탐을 낼 최고의 카드이지만, 현실은 그림의 떡으로 느껴진다. 


윤석민이 내년 무너진 가치를 회복하고, 메이저리그에서 선발로 많은 기회를 받을지는 미지수다. 시장의 냉혹한 평가를 받을 만큼 2013년 시즌 형편없는 피칭을 했다. 그럼에도 불구 선수의 도전 의지와 이제껏 보여왔던 기량마저 평가절하하지는 않았으면 한다. 설령 나중에 실패와 좌절을 겪더라도 지금은 날개를 펼칠 시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