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야구메모

KIA 계약 유력, 데니스 홀튼의 커리어는?

사진 출처 - DaKinestuffs808's Bucket


KIA 타이거즈가 세 번째 외국인 투수로 79년생 우완 데니스 홀튼(D.J. Houlton)과 계약에 근접했다는 소식이다. 그동안 한국에 오는 외국인 선수에 대해 꽤 정확한 정보를 주었던 MY KBO의 소스가 있었고, 국내 언론을 통해 KIA 관계자 역시 이를 인정했다고 한다. 


이에 대해 국내 팬들은 대체로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홀튼이 메이저리그와 일본 리그를 통해 알려진 이름인데다, 2011년 다승왕이란 타이틀을 따내는 등 검증된 선수라는 인식 덕분이다. 그런데 우리는 많은 사례를 통해 승이란 스탯이 투수의 능력을 측정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홀튼이 정말로 뛰어난 피칭을 해왔는지 커리어를 따라가 보자.


홀튼은 2001년 드래프트에서 휴스턴에 11라운드 전체 326번째로 지명되면서 프로생활을 시작했다. 높지 않은 순번에서 나타나듯 홀튼은 대단한 유망주로 평가받지는 못했으나 완성된 대학 출신으로 빠르게 레벨을 통과해 갔다. 하지만 팀이 40인 로스터에 포함할 만큼 매력적이라고 여기진 않았고, 2004시즌 후 룰5 드래프트를 통해 LA 다저스로 이적한다.


국내 2차 드래프트와 달리 MLB는 1군에서 계속 기용하지 않으며 다시 원소속팀에 선수를 내줘야 한다. 홀튼은 2005년 선발과 불펜에서 5점대 초반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하며 1년을 버텨냈고, 다음해 다저스 소속으로 트리플A에서 경험을 쌓는다. 안타깝게도 홀튼은 2번 째 팀에서도 빅리그에 자리 잡는데 실패했다. 주위에서는 그를 전형적인 AAAA형 선수로 평했고, 비교적 어린 28살의 나이로 일본 리그에 진출하게 된다.


2008년부터 소프트뱅크에서 뛰던 홀튼은 2011년 커리어 하이를 기록하고, 요미우리 자이언츠로 이적한다. 2010년 이후 기록은 아래와 같다.


FIP = (13*HR + 3*(BB-IBB+HBP) - 2*K) / IP + 시즌에 따른 특정값

FIP+ = 리그평균ERA / 개별선수 FIP X 100 (파크팩터 미적용)



트리플A 기록이 좋지 않은 이유는 적응기가 지나고 곧바로 일본에 진출했던 탓도 있다. 홀튼은 낮은 볼넷 비율에서 드러나듯 준수한 제구력을 갖추고 있다. 또한, 메이저리그에서 뛰었을 당시 pfx 수치를 보면 낙차 큰 커브의 위력을 알 수 있다. 193cm의 신장에서 나오는 패스트볼 역시 상하 무브먼트가 뛰어나 타자들을 현혹시키기에 안성맞춤이다. 좌타자를 상대로는 체인지업, 우타자에게는 슬라이더도 구사하지만, 최고의 무기는 국내에서도 역시 패스트볼 커브 콤보가 될 전망이다.


고민이라면 높은 피홈런 비율. 이런 성향은 루키리그, 트리플A, 메이저리그, 심지어는 일본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난다. 홀튼은 워낙 플라이볼 성향의 투수이고, 80마일 후반대로 빠르지 않아 언제든 장타에 대한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만약 KIA가 중견수 이대형을 영입하지 않았더라면 홀튼은 가능한 피해야 할 투수였는지도 모른다. 또 내년 신축 광주구장의 홈런 팩터가 어떠하냐도 성적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성향을 뒤로하고, 일본에서 홀튼은 어느 정도 위치의 선수였을까? 표의 맨 오른쪽 FIP+ 수치가 한 가지 판단의 기준이 된다. FIP+는 100을 리그 평균으로 하고 높으면 높을수록 좋다. 홀튼은 대체로 리그 평균적인 선발 투수였고, 커리어 하이인 2011년에도 리그를 정복했다고 하기는 무리가 있다. 승수만 높았다 뿐이지 리그 탑 투수였던 다르빗슈 유나 다나카와 비교하면 FIP가 1.3~1.5가량 높았다. 퍼시픽리그 100이닝 이상 투구한 선수 중 13위를 마크, 최전성기에도 2선발 끄트머리의 투수라고 보면 된다. 


물론, NPB 평균의 성적을 거둔 선수가 국내에 오는 자체가 흔치는 않다. 아래는 2009년 이후 일본에서 한국 프로야구로 이적한 외국인 투수들의 진출 전후 3년간 기록이다.




구톰슨을 제외하고 일본에서 그럴듯한 활약했던 선수는 없다. 오카모토의 성적이 좋아 보이나 진출 전 3년간 FIP+는 113 -> 95 -> 81로 하락세가 뚜렷했다. 이닝도 당연히 줄어들었다. 그렇게 보면 번사이드를 제외하면 대부분 성적은 올랐다. 상위리그에서 하위리그로 옮겼기에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그러나 카도쿠라를 제외하면 급격하게 성적이 오른 선수도 없다. 한국에서 일본에 진출한 경우와 달리 이미 일본에서 경쟁력을 잃은 상태에서 리그 이적이기 때문이다. 홀튼도 마찬가지. 타자 친화적인 도쿄돔, 달라진 공인구가 영향을 미쳤다고 해도 2013년 삼진% 하락은 찜찜한 요소다. 최근 중계 영상을 보면 홀튼의 패스트볼은 평균 130km 중후반, 최고 140km 범위에서 형성되고 있다. 일본 방송의 스피드건 차이가 있더라도 젊은 시절과는 적지 않은 차이다. 2009년 뛰었던 구톰슨 이상의 성적을 올릴 수 있을까?



홀튼의 커리어와 패스트볼-커브 조합은 국내 리그에서 경쟁력이 있다. 동양 야구에 익숙하고, 경험이 풍부하다는 점에서 3선발 이상의 역할은 충분히 기대할만하다. 허나 작년 성적 하락과 패스트볼 구위는 미심쩍고, 니퍼트와 같은 압도적 에이스와는 거리가 느껴진다. 


참고로 작년 시즌 중반 합류했던 빌로우의 FIP+는 117로 니퍼트(128), 벤덴헐트(118)에 이어 외국인 투수 중 3위였다. 제구가 기대에 못 미쳤지만, 같은 조건에서 기회가 주어졌다면 결과는 전혀 달랐을 수 있다는 의미다. KIA의 용병 교체가 옮았을까? KIA 스카우트가 다승왕 타이틀이 아닌 정밀한 관찰로 홀튼의 영입을 결정지었길 바란다.



마지막으로 홀튼의 경기 영상




2008년 데뷔 시즌, 힘이 느껴지는 투구들



5년 후 2013년 9월 말, 경기 중계 영상 (30:20 초부터 검색 스피드는 위 영상보다 떨어져 있다.) 다른 영상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