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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메모

FA 시장 과열 논란? 관건은 단위 아닌 효율

최정, 장원준이라는 투타 대어가 출현한 FA 시장. 어느 해보다 FA 인플레에 대해 우려가 크다. 이런 식으로 몸값이 폭등하면 프로야구는 '공멸'할 수도 있다는 공포스러운 분위기가 형성되는 듯하다. 특히 '한국 FA 대어 몸값, 日 에이스보다 높다 왜?' '최정 100억인데 김광현·양현종은 20억…왜?'라는 타이틀의 기사들을 보면 마치 국내 프로야구가 MLB나 일본 프로야구의 연봉 수준을 위협하는 듯한 뉘앙스도 있다.


그런데 정작 기사의 내용을 살펴보면 사실관계를 호도하거나 적합하지 않은 비교를 통해 상황을 과장되게 보도하는 경우가 많다. 앞서 기사에서 말한 일본의 에이스는 나루세 요시히사라는 투수로 이번에 3년 6억 엔이라는 금액을 받고 지바 롯데에서 야쿠르트로 이적한 투수다. 나루세 요시히사도 한때 지바 롯데의 에이스로 손색이 없을 만큼 뛰어난 피칭을 하기도 했다. 2007년 24경기 173.1이닝 동안 1.82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했던 시즌이나 2009년 150이닝 이상 140가량의 FIP+시즌은 커리어 하이라고 할 만하다. 그러나 2012년 200이닝을 던진 시즌부터 세부 수치가 나빠졌고, 다음 해 부상으로 87이닝만을 투구했다. 올해는 3.63의 리그 평균자책점보다 약 1점 이상 높은 평균자책점을 기록하는 등 부진한 투구를 했다. 최근 3년간 FIP+는 90이 되지 않을 정도로 에이스라고 하기는 초라한 성적이다.


앞으로 3년간 연평균 2억 엔(18억8240만원)을 받는 이 투수가 실제로 장원준보다 크게 나은 투수라고 할 수 있을까? 외국인 투수라고 한다면 이 금액도 어려웠을 가능성이 있다. 다음으로 최정과 김광현, 양현종의 비교. 최정은 최근 3년간으로 보면 미국 진출을 시도하고 있는 두 투수보다 나은 활약을 했다. 국내 리그에서는 두 투수보다 더 나은 가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최정이 받는 100억이란 4년간 보장 금액에 옵션을 포함한 액수. 김광현의 22억2180만 원이라는 금액은 선수의 연봉이 아닌 포스팅 금액이다. 김광현이 만약 2년 300만 달러에 연봉 계약을 맺는다면 MLB 팀이 김광현을 쓰기 위해 소비하는 금액은 연간 250만 달러로 최정이 받을 20억가량의 보장금액보다 큰 액수다. 위 기사들이 현재 FA 제도의 문제점이나 메이저리그의 합리성을 지적하기 위함이라고 해도 적절한 비교가 되지 않으면 본래의 취지를 제대로 전달하기 어렵다.


그러면 실제 메이저리그, NPB, 한국 프로야구의 대략적인 시장 규모는 어떨까? 구단 페이롤과, 시즌 최고 계약자, 경제 규모를 표현하는 GDP의 차이를 비교해 보았다.






한국과 일본, 미국의 팀페이롤, 개인 연봉을 직접적으로 비교하기는 어렵다. 페이롤 합산 과정에서 국내는 FA 계약금, MLB와 NPB는 신인이나 해외 계약금 등이 산출되지 않은 자료 일 듯하다. 개인 연봉은 국내 계산과 달리 일본은 계약금이 포함되지 않았다. 계약금이 포함되면 오승환도 평균 4억엔으로 TOP 10내 순위권에 든다. 결정적으로 일본 금액이 과소 평가된 원인은 최근 엔저 현상에 있다. 3년간 최고 1엔당 1,514원에서 현재 935원까지 떨어지면서 환율로 계산하기에 어려움이 있다. 밴덴헐크, 니퍼트를 두고 일본팀과 경쟁할 수 있는 비결도 엔저 현상이 결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러한 요소들 배제하고 보더라도 현재 국내 프로야구의 연봉 규모는 대략 경제 규모와 비교하면 위험 수위에 도달하지 않았다고 해석할 수 있다.


물론, MLB나 NPB와 다른 수익 구조를 가지고 있는 프로야구에서 GDP와 프로야구 시장 규모를 비교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FA 몸값의 상승은 야구 시장 규모의 성장을 통해서 보는 게 더 타당하다. 프로야구 시장 측정의 한 가지 기준이 될 수 있는 연도별 관중 수와 입장수입을 정리하면 아래와 같다.





프로야구 몸값 논란은 비단 최근에만 있었던 일이 아니다. 2004년 시즌 후 심정수와 박진만이 보장금액 4년 50억, 35억의 계약을 맺고, 삼성으로 이적하자 언론에서 올해와 유사한 지적이 줄을 이었다. 당시 프로야구의 평균 관중은 4,383명, 입장 수입은 정규시즌과 포스트시즌을 포함해 118억 가량으로 암흑기에 가까운 시절이다. 그 후 프로야구는 황금기에 접어들고 있고, 2012년에는 무려 737억 이상의 관중 수입을 올리며 6배 이상 상승했다. 작년 수입이 줄어들긴 했으나 신규 구단이 생기는 과도기를 겪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비관적이지는 않다. 앞으로 짝수 구단 체제로 안정적 시즌 운영이 가능하고, 경기 수가 늘면서 수입은 다시 상승할 전망이다. 또 광주 구장에 이어 대구, 고척돔 등의 건설로 평균 관중 수는 물론, 객단가도 상승할 여지가 있다. 스타 선수들의 해외 진출과 경기력 하락 등에 대한 우려로 한국 야구 위기론이 대두하고 있으나 인프라가 성장하며 안정적인 수익구조가 생기고, 차츰차츰 저변이 늘어나리란 예상을 할 수 있다.


프로야구에 운영하는 비용도 늘어나지만, 2004년과 비교해 늘어나는 수입이 무려 561억이 넘는다. 세금과 기타 비용을 40%로 잡는다고 해도 9개 구단 평균 37억 4300만 원의 수입이 늘어났다. 중계권료나 광고, 스폰서 수입도 간과할 수 없다. 2001년 70억이던 중계권료는 2006년 100억 이상으로 상승했고, 2011년 250억, 올해는 300억 이상이라는 상승했다고 한다. 구단별 평균 30억 씩 배분되고 있는데 2015년 재계약한다면 다시 한 번 크게 상승할 전망이다. 적자투성이라는 프로야구 모기업의 볼멘 목소리를 생각하면 꽤 의미 있는 성장 폭이다. 한 경제지에서는 모구단 지원을 제외한 야구단 수입이 2000년대 중반과 비교해 연간 100억 이상 늘었다는 보도가 있었다. 




이택근의 44억이 비싸다는 주장에 야구단 특수를 톡톡히 누린 넥센 타이어는 동의하지 않을 듯하다. (사진 출처 - 넥센 히어로즈)


그럼에도 불구 아직 적자 구조의 프로 야구에서 선수들의 몸값 상승은 납득할 수 없다는 주장이 있다. 하지만 이 주장이 설득력을 가지려면 구단이 흑자 체제로 돌아서기 위해 수익 구조를 개선하기 위한 노력이 전제되어야 한다. 신생 구단 NC나 넥센 등의 영향으로 마케팅이나 스폰서 유치 등이 점점 발전하고 있으나 여전히 야구 팬들은 구단의 팬서비스에 만족하지 못한다. 대표적으로 KIA 타이거즈 관련 머천다이즈는 원빈도 소화하지 못할 만큼 트렌드를 따라가지 못한다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정도다. 야구 선수들의 연봉이 미친 게 아니라 국내 굴지의 대기업에서 운영하는 프로야구의 구멍가게식 운영이 더욱 요상한 일이다. 원인을 따지고 들어가면 서울시를 비롯한 지자체의 고자세 행정과 법인세 감면 혜택을 받기 위해 표면적으로 적자 운영을 만들어야 하는 제도의 문제점 등도 있다. 그러나 환경적 어려움을 안고 있는 넥센이 올해 230억의 매출을 올렸다는 점을 고려하면 프로야구의 만성 적자 구조는 구단의 의지 부족이 더 커 보인다.



최근 야구 시장의 성장에서 보듯이 FA 인플레 현상은 구단이 선수들의 몸값을 충분히 감당할 수 있기에 가능한 현상이다. 고로 프로야구를 발전시키고, 구단의 재정 건전성을 위해 신경 써야 할 점은 단순히 선수들의 계약 규모가 아니라 얼마나 합리적인 소비를 했느냐에 있다. 예를 들어 FA 인플레의 시초라고 불리는 넥센의 4년 44억 이택근 계약은 결과를 생각하면 효율적인 영입에 가깝다. 넥센의 중견수 포지션은 대체 자원이 부족했고, 이택근을 영입하면서 팀 케미스트리와 전력 향상을 동시에 꿰했다. 올해 넥센의 한국시리즈 진출로 넥센 타이어가 스폰서로 얻은 경제적 효과를 생각하면 결코 비싼 영입이라고 할 수 없다. 넥센에도 배의 이득이 됐는지 모른다. 반면 이진영, 이병규, 이택근을 동시에 영입했던 LG의 중복 투자는 값이 문제가 아니라 비합리적인 영입이 된다.


올해 FA 영입도 동일한 관점의 접근이 필요하다. 방향성과 관계없이 중복 투자가 되더라도 시장에 당장 조그만 전력 상승을 위해 큰돈을 쓴다면 성공적인 영입이 될 수 없다. 한화가 언제까지 FA계의 큰 손으로 남을 수 있을까? 모기업 중심 야구단 운영의 특성상 구단주가 마음이 바뀌면 돌연 긴축재정으로 돌아설 수 있다. 현재 전력이 강하지 않다면 더욱 영리하고, 부지런한 움직임을 보여야만 골리앗 삼성을 쓰러뜨릴 수 있다. 얼마를 쓰느냐보다 어디에 투자하느냐가 오프시즌 성공의 관건이다. 합리적 소비가 가능한 야구 전문 경영인의 출연은 그래서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