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야구메모

LG 양상문 감독 선임 배경과 올 시즌 방향은?

9년 만에 1군 지회봉을 맡게된 양상문 감독은 자신의 야구 철학에 대한 믿음이 강한 인물이다. (사진 출처 - 롯데 자이언츠)


LG가 김기태 감독 후임으로 MBC 스포츠+ 해설위원으로 활동한 양상문 감독을 선임했다고 밝혔다. 세부 계약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으나 2017시즌까지 3년 6개월 동안 13억 5000만원이라고 알려졌다. 이는 일반적으로 신임 감독들의 금액보다 조금 많은 수준이다. 한대화, 김기태, 염경엽 등의 초보 감독 등은 예외 없이 계약금 2억, 연봉 2억, 총 3년간 연봉 8억에 도장을 찍었다. 양상문 감독 계약과 비슷한 예라면 3년간 계약금 3억, 연봉 3억, 총 12억을 받는 김시진 감독으로 반년 연봉이 추가됐다고 보면 된다. 양상문 감독의 롯데 시절 감독 경험과 오랜 프로와 국제대회에서 쌓은 코치로서의 커리어가 존중됐다고 여겨진다.



감독의 선임 배경에 대해서는 어렵지 않게 추정할 수 있다. 먼저 양상문 감독은 2002년 준우승을 이뤘던 김성근 감독 대행 체제 시기와 다음 해 이광환 감독 시기까지, 그리고 2007~2008년 김재박 감독 아래 LG 투수 코치를 역임했다. 다른 구단보다는 직접적인 인연이 있었으므로 후보 명단에 계속 오르내렸을 가능성이 있다. 


결정적 원인으로는 2004년부터 2년간 롯데 감독으로의 성과다. 당시 롯데는 2001년부터 최하위로 칠흑 같은 암흑기에 있었다. 양상문 감독 부임 기간에도 성적은 5위와 8위로 신통치 않다. 하지만 2004년 드래프트 1차 지명자 장원준과 2차 3라운드에 지명된 강민호에게 꾸준한 기회를 주면서 롯데 중흥기의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을 듣고 있다. 


장원준은 첫 2년간 61경기 36번의 선발 등판 192이닝을 소화하며 ERA는 5.63에서 5.11로 FIP는 5.77에서 4.37로 낮아졌다. 그리고 강병철 감독이 부임한 2006년부터 3점대 중반의 평균자책점으로 팀의 중심 투수로 성장했다. 강민호는 안정된 베테랑 포수 최기문이 있었음에도 2년 차부터 더 많은 출장 기회 속에 공수에서 발전한 모습을 보였다. 2002년 이미 281타석 동안 .792의 OPS를 기록했던 이대호까지 결부시키는 것은 다소 무리가 따르나 리빌딩 기간 방향 설정은 나쁘지 않았다고 보여진다.


현재 LG에는 임지섭이라는 좌완 탑 유망주가 있다. 또 윤요섭, 최경철 등 30대 이상의 어정쩡한 포수 라인도 세대교체의 필요성이 대두하고 있다. LG 프런트로서는 양상문 감독이 현재 팀의 과제를 잘 수행할 적역이라는 판단이 설 만하다. 



LG 프런트는 임지섭이 장원준 이상의 투수가 되길 바란다. 단, 육성 방법과 속도가 같아야 할 이유는 없다. (사진 출처 - LG 트윈스)


시대 변화에 따른 위험요소도 있다. 루키들의 진입 장벽이 낮았던 예전에 비해서 이제 탑유망주라고 하더라도 곧바로 1군에서 활약하기 쉽지 않다. 또 퓨처스리그의 활성화로 2군에서 길러지는 게 팀에 유리하기도 하다. 강민호와 양의지를 비교해보자. 강민호가 OPS 7할 이상의 빼어난 공격력을 선보인 시점은 서비스타임 2년을 채우고 난 후인 2007년이다. 반면 양의지는 경찰청에서 공수에서 기량을 다듬고 난 후 실질적인 루키 시즌인 2010년에 잠실을 홈으로 쓰며 20홈런을 치고 신인왕을 수상했다. 임지섭도 지금 1군에서 기용하자면 어떻게든 활용할 수 있지만, 경제적으로 비효율적이다. 그간 LG의 사례를 봐도 성급한 신인 기용에는 위험이 더 따른다.



양상문 감독이 무리하게 성과를 내고자 신인들을 밀어붙인다면 독이 될 수도 있는데 해설자로 외부에서 본 경험이 있기에 잘 조절하리라 믿는다. 그 밖에 이전 언행을 떠올리자면 스스로 배우려는 의욕을 가지고, 자신만의 철학을 가지고 있는 선수를 지도함을 알 수 있다. 선수에게 얼마나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지를 떠나서 위부에 순응하기만 하는 감독보다는 색깔을 가지는 게 낫다.



한편, LG가 양상문 감독 선임 전 김성근 감독과 접촉을 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이 말이 거짓이 아니라고 할지라도 한대화 감독 중도 교체를 이유로 한화 감독 부임을 고사했다는 이전 사례를 고려하면 의미 없는 접촉이 아닐까 싶다. 또한 현재 최하위에 있는 LG에 시즌 중 감독 선임은 팀 상황과 어울리지 않는다. 위 표를 보면 2003년 이후 올해 비슷한 상황에서 4위와 5경기 이상 차이가 나는 팀이 4강에 올라간 경우는 한 번도 없었다. 시즌이 진행됨에 따라 승률은 올라갔으나 4위와의 승차는 2003년 두산, 2009년 넥센을 제외하고 더 멀어졌다. 4강은커녕 6위 이내에 든 팀도 겨우 두 팀뿐이다. 아무리 성적을 잘 내는 감독이라고 해도 7.5경기 역전은 난이도가 상당한 미션이다.


아직 시즌 초반이기에 포기해서는 안 되지만, 구단 프런트나 팬들이 양상문 감독에게 성적에 대해 요구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의미다. 적어도 올해 LG의 우선 목표는 4강이라기보다 '준비된' 유망주의 활용, 그리고 적절한 포지션 정리로 맞추는 게 합리적이다. 그에 따른 베테랑과의 원만한 조율도 양상문 감독의 역할이 될 것이다. 


감독은 선수를 만들어내는 자리가 아니라 길을 열어주는 자리에 가깝다. 프런트와 긴밀한 협조 속에 팀의 방향을 설정해 나가는 이상적인 모습을 바랄 수 있을까? 감독도 프런트도 계약 기간을 지키지 못했던 지난 모습이 되풀이될까 걱정이 더 앞서는 게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