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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메모

타이거즈 LCK포의 공백, 얼마나 클까

KIA가 LG와의 마지막 시리즈에 3연패 하면서 카운터 펀치를 맞았다. 4위 두산과의 게임 차는 5경기로 벌어졌고, 앞으로 남은 상위권 팀들과의 경기를 고려하면 포스트시즌 진출 확률은 매우 희박하다. 더군다나 눈살이 찌푸려지는 실책 탓에 경기가 어그러져 팬들의 강한 질타를 받았다. 이미 5할 승률이 무너진 지는 오래. 시즌 초 삼성을 대적할 팀으로 꼽혔던 KIA는 어디서부터 무너진 것일까? 




지나친 낙관, 징조는 있었다



사진 제공 – KIA 타이거즈



KIA 팬들이 올 시즌을 기대한 가장 큰 요인은 아마도 선동열, 이순철이라는 프랜차이즈 스타들이 타이거즈에 복귀했기 때문이리라. 선동열 감독은 논란에도 불구 삼성을 두 번 우승시키고, 리빌딩을 성공적으로 진행해 능력을 인정받았다. 이순철 수석은 LG에서의 실패를 날카로운 해설로 만회하며 야구지식을 과시하곤 했다. 언론에서도 이들의 현장 복귀를 왕의 귀환처럼 묘사하며 기대감을 증폭시켰다.


좋은 감독이 서서히 팀을 건강하게 만든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런데 스타감독이 사람들의 사고판단을 흐트러뜨리기도 하는 듯하다. 오프시즌부터 계속된 악재에도 불구 KIA의 낙관론이 이어졌으니 말이다. 팀의 주포 최희섭은 겨우내 팀 행사에 불참하는 등 돌발 행동으로 스프링캠프에 참여하지 못했다. 마음을 추스르고 훈련에 매진한다는 소식이 들렸지만, 정상적인 몸 상태로 시즌에 임하기는 어려운 상황이었다. 


최희섭뿐 아니다. 이범호는 시범 경기 도중 햄스트링이 도져 개막 엔트리에 빠졌고, 김상현은 개막 첫 경기 왼 손바닥 골절 부상을 당했다. 투수 쪽에서는 양현종과 손영민, 김진우가 부상으로 전지훈련에서 중도 귀국했고, 심동섭은 지난겨울 이후 팔꿈치 이상을 보이다 시즌 중반 토미 존 수술로 시즌 아웃됐다. 용병마저 그라만, 라미레즈가 모두 몸 상태에 문제가 생겼으니 여러 징조가 KIA의 어두운 시즌 결과를 예고했다고 할 수 있다.



KIA 추락의 명확한 이유

 

사진 제공 – KIA 타이거즈



시즌 중반이 훌쩍 지난 마당에 시즌 초반 부상 상황을 언급한 데에는 이유가 있다. 선수보다 위대한 감독은 없다는 것이다. 아무리 토니 라루사나 마이크 소시아가 훌륭한 감독이라도 알버트 푸홀스나 마이크 트라웃 보다 팀에 미치는 영향력이 클 수는 없다. 김성근 감독도 쌍방울 시절 박경완의 트레이드 후 팀의 추락을 막을 수 없었다. 선동열 감독이 아무리 용인술을 발휘해도 이범호-최희섭 없이는 4강을 꿈꿀 수 없는 일이다.



다른 요소들을 모두 배제하고 LCK포(이범호, 최희섭, 김상현)의 영향력만 보기로 하자.

 





먼저 기록 소개를 하자면 wOBA는 메이저리그 경기 중 실제 벌어진 상황들의 득점 상관관계를 구하여 만들어진 세이버메트릭스 지표다. 출루율 스케일로 .350이상이면 일반적으로 평균 이상의 타자로 볼 수 있다. 2011년 LCK포는 리그 평균보다 5푼9리의 wOBA를 기록했다. 반면 2012년에는 투고 타저라 해도 리그 평균보다 4푼1리가 높아 작년보다 질적인 기여도가 적었다.


더 큰 타격은 출장과 타석수다. 최희섭이 유일하게 300타석을 넘겼을 뿐 이범호, 김상현은 둘이 합쳐 200타석이 조금 넘는다. 111점의 타점 차이로도 중심타선의 공백을 체감할 수 있는데 더 정확한 지표를 보자. wRC는 wOBA로 리그 평균보다 몇 점의 득점기여를 했는지 보여주는 지표다. 세 선수의 득점 기여도는 작년보다 100점가량 줄었다. 현재 득점 추이를 133경기로 환산하면 558점 작년보다 68점이 줄었다. 세 선수가 모두 없는 현 상황에서 예상 간극은 더 줄어들지도 모르겠다.


공격뿐이 아니라 수비에서도 빈자리는 크다. 이범호와 최희섭은 건강할 때 평균 이상의 수비수로 작년보다 1200이닝 가까이 경기에 뛰지 못했다. 최희섭이 작년 1루에서 529.1이닝을 뛰는 동안 4개의 실책을 범했는데 조영훈이 올해 437.2이닝 동안 실책이 10개이니 그 차이를 알 수 있다. 사실 조영훈도 이 정도로 실책이 많았던 적은 처음일 것이다.  


팀의 승수에는 얼마나 영향을 줬을까? wOBA를 통해 승리기여도(WAR)를 계산하면 2011년보다 5승 이상 줄었다. 9월 14일 기준으로 두산의 승률은 .526, 작년 KIA의 승률은 .526다. 만약 현재의 승수에 작년과 올해 LCK포의 WAR차이 5승을 추가하게 되면 .527의 승률로 간발의 차로 두산을 앞지르게 된다. LCK포가 2009년으로 되돌아갔다면? KIA는 약 13승을 추가해 삼성을 강하게 압박했을 것이다. 정수근의 말처럼 가정은 아무런 의미도 없지만 말이다.


혹시나 이런 설명에 대해 외국인 투수의 차이가 있는 작년과 비교는 무의미하다는 반론을 제기할 지도 모르겠다.





2011년과 2012년 외국인 투수의 성적은 거의 비슷하다. 단, 2012년 리그 평균자책점이 0.24가량 높아 로페즈와 트레비스 조합이 더 좋은 기록이라고 할 수 있다. 설령 소사와 앤서니가 지금과 같은 페이스로 9번의 선발 등판을 더 한다고 하여도 WAR에서는 2011년에 근소하게 뒤진다.


올 시즌 KIA는 작년 커리어 하이였던 나지완, 안치홍이 예년만 못한 것, 손영민과 심동섭의 부재 등 악재가 많았다. 그 구멍을 김진우와 최향남, 박지훈 등의 분전으로 해소할 수 있었지만, LCK포로 대표되는 중심타선이 무너진 것은 어찌할 도리가 없다. 팀의 엔진이라 할 수 있는 선수들이 없으니 KIA가 어떻게 나아가겠는가?



2013년 시즌 포커스도 감독이 아닌 선수


올해 코칭스탭의 과실이 없었다고 할 수 없다. 번트가 무익한 작전은 아니지만, 게임당 1개 이상의 번트는 편집증에 가깝다. KIA의 효율적이지 못한 득점루트에는 과도한 번트시도도 영향을 미쳤다. 타격코치의 부재도 비정상적이다. 이순철 코치가 타격부문을 겸하고 있는데 전임 타격코치가 없는 구단은 8개 구단 중 유일하다. 이순철 수석을 평가하기에는 너무 이른 시간이라고 하여도 두 가지 일을 완벽히 소화할 만큼 슈퍼맨이라고 생각되진 않는다. 과도한 ‘해태 색 찾기’가 팀 전반의 균형을 잃게 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가 되기도 한다.


그러나 올해 팀의 부진을 감독에게서 찾는 것은 엉뚱한 곳으로 표적을 겨냥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위에서 봤듯이 중심이 되어야 할 선수들의 부상이 4강 진출이 어려워진 주된 이유다. 그런 전제 하에 따끔한 지적이라야 건설적인 비판이 될 수 있다.


감독에게 책임을 지우고 비난하기는 매우 쉽고 통쾌한 일이다. 그런데 지금의 비난 양상과 시즌 초 선동열, 이순철 코치에 대한 열띤 찬양이 다를 바 있나? 성적 부진의 희생양으로 매번 감독을 사퇴시키는 하위권 팀의 모습이 재현될 뿐이다. 감독과 코치가 단번에 팀을 바꾼다는 것은 현실적이지도 바람직하지도 않다. 그보다는 감독의 역할과 한계를 명확히 하고 팀을 진단하는 것이 현명한 길이라 여겨진다.



2013년 시즌에 대해서도 너무 비관적으로 볼 필요는 없다. 올해 약간 주춤한 윤석민은 내년 해외 진출을 해야 하기에 어느 때보다 뛰어난 피칭을 할 개연성이 있다. 한기주, 한승혁 파이어볼러 듀오도 올해보다 내년을 기대할 만하다. 문제는 역시 야수진이다. 이범호, 최희섭, 김상현은 이제 30대 초중반의 나이로 올해보다야 낫겠지만, 도무지 계산이 서지 않는다. 몸이 아픈 세 명의 베테랑을 비난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그래도 팀을 운영하는 입장에서는 그에 대한 대비는 필수다. 


안타깝게도 KIA에는 당장 1군 전력감이 될 만한 야수 유망주가 보이지 않는다. 타자 용병을 영입하고, 선감독의 투수 조련만 믿을까? FA 선수 영입이 더 현실적인 해결책이 될 수 있다. 전성기 윤석민을 보유할 수 있는 마지막 시즌, KIA가 승부를 걸 수 있을지는 LCK포의 딜레마를 어떻게 푸느냐에 달려있다고 하겠다.


  

 ※ 이 글은 마구스탯에 송고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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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월 11일까지의 기록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음을 밝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