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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메모

윤석민 14K 완벽투, 류현진과 라이벌 대결 불 지필까?

사진 출처 - 타이거즈 홈피

윤석민이 17일 넥센과의 경기 완벽에 가까운 투구로 팀의 승리를 이끌었다. 최고 150km의 빠른 볼, 140km 전후의 고속 슬라이더로 넥센 타자들을 유린했다. 2회 박병호에게 가슴 철렁 홈런을 맞기도 했으나 이후 루상에 주자를 허용한 것은 딱 2번뿐이다. 6회말, 선두타자 허도환이 2루타를 치고 나갔을 때도 후속 타자를 포수 플라이, 삼진, 삼진으로 잡아내며 쉽게 이닝을 마쳤다. 

흔히 에이스는 경기의 흐름을 무시하게 한다고 말하기도 한다. KIA 타자들이 넥센에 못지않게 빈타에 허덕였음에도 경기에 영향을 끼치지 못했다. 오히려 9회 점수를 못 내며 시간을 끄는 게 아쉬울 정도로 윤석민의 피칭은 압도적이었다. 이전까지 윤석민의 한 경기 최다 탈삼진 경기는 2011년 7월 30일 넥센을 상대로 12K 무사사구 완봉승을 거둔 것이다. 오늘 경기는 2개의 삼진을 더 잡아내면서도 투구수는 23개 적은 103개로 마무리 지었다. 거침없이 공격적인 투구를 한 오늘의 퍼포먼스는 윤석민 데뷔 후 최고의 경기라고 불릴만하다.


오늘 경기를 보면서 자연스레 떠오르는 투수가 있다. 2010년 5월 11일, 류현진은 LG를 상대로 17개의 삼진을 잡으며 정규이닝 최다 탈삼진 기록을 세웠다. 굳이 이 경기를 말하지 않더라도 류현진의 존재감은 독보적이다. 커리어 7년 차에 165경기 1100.1이닝 2.81ERA 1046탈삼진 340볼넷 81피홈런을 기록했고 154번의 선발 등판에서 평균 6.9이닝을 책임져줬다. 여기에 한 살 차이의 와일드씽 좌완 김광현은 류현진과 라이벌 구도를 형성하며 리그의 원투펀치로 불려 왔다.


이런 흐름은 지난해를 기점으로 달라졌다. 류현진과 김광현이 모두 부상으로 주춤한 사이 우완 투수 중 최고의 피칭을 보였던 윤석민이 만개하며 MVP와 투수 골든 글러브를 휩쓸은 것이다. 세 선수의 기록을 비교하면

평균자책점(ERA)보다는 FIP가 투수를 평가하는데 더 유용한 스탯이라고 인정받는 추세다. FIP는 삼진과 사사구, 고의사구, 피홈런으로 투수를 평가하기에 수비와 운이 들어갈 요소가 적기 때문이다. 조정 FIP는 (리그 FIP)/(선수 FIP)*100을 한 값으로 더 손쉬운 비교가 가능하다. 이를 봤을 때 류현진이 두 투수보다 훨씬 많은 이닝을 던졌고 더 낮은 FIP를 기록했다. 파크팩터까지 고려하면 류현진을 두 투수와 비교하는 것은 실례일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2011년을 기점으로 윤석민의 페이스가 심상치 않다. 커리어 하이인 172.1이닝을 던지면서 조정 FIP도 2010년 류현진의 수치에 크게 떨어지지 않는다. 게다가 올해 출발이 매우 강렬하다. 윤석민의 고속 슬라이더 또한 류현진의 체인지업에 비교될 정도로 뛰어난 구질로 평가받고 있다. 만약 윤석민이 선수로서 한 단계 올라선 상태라면 리그 위의 존재인 류현진과 경쟁할 유일한 투수라 할 수 있겠다.


선동열 감독은 최고의 투수를 묻는 인터뷰에서 항상 류현진과 윤석민을 함께 언급하고 있다. 자신의 팀 소속의 투수를 띄워 줄 법도 하건만 인터뷰에서 오히려 류현진을 위에 놓는 뉘앙스마저 느껴진다. 의식적으로 윤석민을 자극하려고 하는 걸까? 아니면 평소 성격답게 솔직한 인터뷰일까? 어떻게 보더라도 두 투수의 기량을 동일 선상에서 비교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역대 최고의 우투 계보라는 타이거즈 윤석민과 역대 최고 좌투 계보인 이글스 류현진의 대결은 2012년 최고의 흥밋거리 중 하나다. 두 투수가 만나게 될 때 영화 '퍼펙트게임'이상으로 리얼하고 흥미진진한 드라마가 펼쳐지길 기대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