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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메모

프로야구 '승부조작' 사전예방 조치 있었나?

2012년 프로야구는 어느 때보다 뜨거운 시즌이 되리라고 예상됐다. KIA에 선동열 감독이 부임하면서 삼성과의 라이벌 관계가 강화됐고 박찬호, 김병현 같은 메이저리거와 이승엽, 김태균 토종 거포들이 돌아왔다. 압도적인 최하위였던 넥센마저 오프시즌에 돈 보따리를 풀면서 8개 구단 전력 평준화도 이루어졌다. 말 그대로 차려놓은 밥상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런데 이 모든 호재를 물거품으로 만들어버리는 위기가 발생했다. 아니 위기라고 하면 너무 가벼운 '경기조작' 파문에 대한 루머다. 

지난해 프로축구 승부조작 사건에 이어 프로배구 승부조작이 터졌고 수사과정에서 프로야구에서도 승부조작 가능성이 불거졌다는 것이다. 사설 도박업체와 프로배구 선수를 연결한 브로커가 '첫 이닝 볼넷'과 관련된 경기 조작 방법과 관련된 선수 2명을 언급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이에 의심되는 선수로 알려진 선수가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고 넥센의 문성현은 승부조작 제의를 받고 거절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사태는 걷잡을 수 없는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

이 과정에서 언론매체에 허위제보자가 나오는 해프닝이 발생하기도 했다. 또 8개 구단에서는 우리 팀은 아닐 것이라는 입장을 밝히고 있지만, 검찰이 수사에 들어가기 전에 의혹이 쉽게 해결될 것 같지 않다.



만약 승부조작이 사실로 드러날 때 그 후유증은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크고 깊게 상처를 남길 것으로 예상한다. 지난해까지 프로야구가 최다 관중 신기록을 경신하며 흥행을 가속할 수 있었던 것은 치열한 승부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김성근 감독의 '일구이무(一球二無)라는 가치관답게 최강팀 SK는 공 하나, 발자국 하나에도 허투루 보내는 것을 허용하지 않았다. SK뿐인가? 어느 팀이든 경기에 지면 하늘이 무너져라 심각해하던 한국프로야구다. LG의 경기 후 청문회는 명암이 있지만 그만큼 승부에 대한 절실함이 컸기에 나타나는 것이다. 오직 사람과 사람으로 붙는 치열한 승부이기에 팬들은 불편한 좌석에 앉아 팀에 자신을, 지역을 투영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한 야구가 사회에서 보이는 것처럼 조작이 있었다면 경기를 보러 갈 이유가 없다. 누구에게는 생활이고 종교였던 야구가 '그깟 공놀이'가 되는 순간이다.



현실적으로 사설 도박장이 성횡하고 도박자체가 사라질 수 없기에 100% 근절이 쉽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한국프로야구가 대만이 승부조작 파문으로 팀이 줄어들 때, K-리그가 작년 홍역을 앓을 때 어떤 예방 조치를 취했나? 이번 사태를 대하는 태도 역시 적극적일 필요가 있다. 프로야구는 승부조작이 어렵다거나 문제가 없으면 다행이다가 아니라 이른 시일 내에 협의를 통해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

적발 시 영구제명 같은 단호한 조치는 당연하다. 포상금 지급과 신변이 보장되는 체계화된 신고 시스템, 효과적인 감시 시스템도 필요하다. 프로야구가 성장하고 그만큼 수익이 생긴다면 이에 대한 투자는 당연한 것으로 여겨진다.

또 프로야구만으로 끝나서는 해결이 되지 않는다. 몇년 전 아마축구 K3리그에 중국 도박조직의 개입으로 선수가 구속되는 사태가 있었다. 그러한 유형이 아닐지라도 아마야구에도 입시와 관련된 승부조작 의심은 있었다. 어릴 때부터 이런 환경에 노출된다면 지는 상황 볼넷 하나 정도야 어때라는 인식이 생길 수도 있지 않을까? 


그리고 불행히 검찰 조사를 통해 선수들 사이에 승부조작이 실제했다면 후유증이 크더라도 철저하게 밝혀내고 징계를 해나갔으면 한다. 폭력조직과 관련된 도박에 연루됐다고 하면 숨기는 것은 암을 도려내지 않고 넘어가는 것과 같다. 아프지만 불가피한 일이다. 물론 이번 일이 단지 루머에 불과해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일이 아니길 절실히 바라는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