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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메모

한국시리즈 잠실 변수, 누가 유리할까?

프로야구의 마지막 피날레를 장식하는 한국시리즈. 국내 프로야구는 특이하게도 2만 5000명 이상을 수용하는 홈구장을 가진 서울팀이 참가하지 않을 경우 마지막 5, 6, 7차전을 잠실에서 치른다. KBO 대회요강을 보면 이에 대해 설명 할 필요 없이 정규시즌 1위 팀의 홈에서 6, 7차전을 치르는 일정이 예외로 규정되어 있다. 아마도 국내 가장 많은 인구가 몰려있는 서울에서의 경기를 중립으로 놓으면서 명분을 찾는 듯한데 실제로는 입장 수입과 큰 연관이 있다고 여겨진다. 매진을 전제로 대전과 목동에서 경기에서 한 경기당 나오는 입장 수입은 약 3억 원 내외, 잠실은 10억 원가량이라고 하니 적지 않은 차이이긴 하다. 그러나 월드시리즈 카우프만 스타디움에서 캔자스 팬들이 열띠게 홈팀을 응원했던 모습을 기억하는 이라면 KBO의 지침이 야속하게 느껴질 만하다. 앞으로 신규 구장이 연이어 개장한다면 조건을 2만 석으로 완화해 현재의 규정을 유명무실하게 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으면 한다. 


안타까움은 뒤로 하고, 당장 눈앞의 경기 대비가 우선이다. 잠실에서 치러지는 한국시리즈는 어떠한 변수가 발생할까? 삼성이나 넥센 각각 유불리가 있다. 먼저 삼성은 정규시즌 1위의 혜택인 홈구장 어드벤테이지를 읽게 됐고, 올해 잠실에서 성적이 좋지 않다. LG와 두산을 상대로 지난해에는 8승 8패로 호각을 이뤘으나 올해는 5승 11패로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반대로 넥센은 지난 2년간 잠실에서 18승 14패로 5할 이상의 승률을 올렸으나 팀의 가장 큰 장점인 장타력을 살리기 어려운 환경이라는 불리함이 있다. 투타 세부 수치를 보면.



잠실 극강 밴덴헐크, 끝판왕 밴헤켄 전에 끝낼까?



밴덴헐크는 외국인 투수 중 소속팀에 대한 자부심이 가장 큰 선수 중에 한 명이다.(사진 출처 - 삼성 라이온즈)



양 팀 투수 가운데 잠실에서 가장 인상적인 피칭을 한 선수는 밴덴헐크다. 뛰어난 구위로 우수한 삼진, 볼넷 비율에 비해서 홈런이 많은 밴덴헐크가 잠실에서 강한 면모를 보인 것은 우연이라고 보기 어렵다. 기선을 제압할 5차전에서 선발 밴덴헐크는 자신에게 유리한 환경을 등에 업은 채 더욱 안정된 피칭을 할 확률이 높다. 단, 넥센 타자들의 타격감이 올라와 있고, 표본이 크지는 않다는 점에서 변수도 존재한다. 만약 삼성이 이러한 유리한 매치업에서 승리를 가져가지 못하면 나머지 경기에서는 유리할 게 없다. 2차전 눈부신 피칭을 했던 윤성환은 잠실에서 그다지 좋은 기억을 가지고 있지 못하고, 두 번째 상대할 넥센 타선은 또 다르게 느껴질 수 있다. 잠실이라는 환경은 5차전은 삼성에 6차전은 넥센에 약간의 자신감을 주는 정도라고 보면 무리가 없다.


시리즈가 마지막 7차전까지 가면 마리아노 리베라의 시구와 함께 박빙 승부를 기대할 수 있다. 두 명의 좌투수는 잠실에서 가장 많은 피칭을 했는데 좌투수에 약했던 LG의 영향도 있을 듯하다. 상성으로 보자면 넥센에 우타자가 많기에 장원삼이 더 까다로운 승부를 해야 하고, 헤켄은 4차전 투구 수가 많지 않았다고 해도 3일 휴식 후 피칭이라는 어려움이 따른다. 


불펜투수를 보면 손승락-조상우 외에 믿을맨이 없는 넥센이 열세라고 평가되는데 대승, 대패 경기가 나오면서 우려했던 것보다 등판 관리는 잘 된 편이다. 또 잠실에서 불펜 성적은 오히려 넥센이 삼성에 뒤지지 않는다. 평균자책점으로 보면 오히려 월등히 좋다. 부진한 한현희도 이전 구장에서보다 좌타자 상대 피홈런에 대한 부담을 덜 수 있고, 무엇보다 마정길이 매우 좋은 활약을 했었다. 중요한 순간 문성현, 김대우, 마정길이 나오기 쉽지는 않더라도, 잠실에서는 보다 폭넓은 투수진 운용이 가능하다. 삼성은 차우찬, 배영수가 부진하면서 중요한 순간 등판할 수 있는 투수는 안지만과 임창용으로 넥센과 마찬가지로 한정된다. 여기에 심창민이 중간을 보태는 정도인데 만약 7차전까지 간다면 하루 휴식 후 선발이었던 밴덴헐크가 무리해서라도 등판할지도 모른다. 



강정호 VS 최형우, 잠실에서도 중요한 홈런포 대결



강정호는 메이저리그 진출 전 팀에 큰 선물을 안겨줄 수 있을까?(사진 출처 - 넥센 히어로즈)





한국시리즈가 4차전까지 동포지션의 리드오프 대결은 삼성 나바로의 완승이라고 할 만하다. 서건창이 4차전 빼어난 활약을 하기는 했으나 홈런 3방을 곁들인 나바로의 KS OPS는 1.412로 서건창보다 0.91가량 높다. 하지만 잠실에서는 나바로의 홈런을 칠 수 있는 파워보다 3루타가 빈번히 나오는 서건창의 주력이 더 유용하게 쓰이는 곳이다. 서건창의 상승세는 포수 진갑용의 출장을 제한하는 1석 2조의 효과를 거둘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 삼성이 믿을 부분은 역시 장타력이기도 하다. 잠실에서 타석당 홈런 숫자는 1.9%로 홈런 구단이라는 넥센보다 0.2% 높았다. 문제는 중심타선의 부진. 옆구리와 손가락 부상을 안고 있는 박석민은 한국시리즈에서 장타 없이 0.277OPS로 타격과 수비에서 모두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류중일 감독은 기다려 주겠다는 입장이나 부상인 선수에게 극적인 반전을 기대하기는 쉽지 않다. 그보다 한국시리즈에서 아직 홈런이 없는 최형우의 한 방이 터져야 삼성이 산다. 넥센에서는 박석민만큼은 아니지만, 강정호가 1차전 홈런 이후 단 한 개의 홈런도 치지 못하고 있다. 정규시즌 양 팀을 통틀어 가장 강했던 타자가 강정호인 만큼 슈퍼스타로서의 면모를 증명하리라 믿고 싶다. 물론, 한국 프로야구 슬러거의 계보인 이승엽, 박병호의 파워는 잠실을 가리지 않을 것이다.



지난 2년간 잠실에서 열린 32경기에서 넥센은 홈런을 더 많이 치지 않았음에도 삼성보다  28점을 더 올렸다. 4차전 보인 타격에서 상승세까지 고려하면 넥센이 분위기를 타고 있다고도 볼 수 있다. 그렇지만 5차전 삼성에는 밴헤켄 만큼이나 무시무시한 투구를 하는 밴덴헐크가 선발 등판 예정이다. 매치업상 우위를 가진 삼성과 자신들의 리듬을 타기 시작한 넥센. 7차전 마지막 카운트를 잡기 전까지 승부는 예측불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