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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메모

8월 한 달 팀 스탯, 가을 티켓 전쟁

FIP는 가능한 수비를 배제한 추정 방어율

FIP = (13*HR + 3*(BB-IBB+HBP) - 2*K) / IP + 3.20(혹은 시즌에 따른 특정값)


wOBA는 출루율처럼 보면 되는 종합 타격 스탯입니다.

wOBA = (0.72*(볼넷-고의사구) + 0.75*사구 + 0.90*1B + 0.92*실책출루 + 1.24*2루타 + 1.56*3루타 + 1.95*홈런) / (타석-고의사구)

 

DER은 파울이나 홈런을 제외하고 타자가 친 공을 수비수들이 아웃시킨 확률. (그라운드 상태에 의해 실책이 많이 나오는 구장은 타자의 wOBA가 소폭 상승할 수 있으며, 반대로 DER은 하락하게 된다.)

DER = (타석-안타-삼진-사사구-에러로 인한 출루 허용) ÷ (타석-홈런-삼진-사사구)




SK 와이번스 - 끝나지 않은 제국의 역습


후반기 SK가 폭주 중이다. 8월에만 14승 7패 득실마진 38점으로 전성기 못지않은 기세다. 돌풍의 원동력은 역시 왕조를 책임졌던 야수들의 힘. 수비 조직력은 DER 수치를 통해 유추 가능하고 wOBA 1위를 기록하는 등 불방망이를 뽐내고 있다. 특히 김강민은 8월 19경기 동안 .365의 타율 .698의 장타율로 공수에서 MVP급 활약 중이다. 부진하다는 최정도 6개의 홈런 포함 .895OPS로 기본은 하고 있다. 그 외 박정권, 정상호 등의 베테랑과 이재원, 한동민의 신진급 선수들이 맞물리며 이상적인 조화를 이루고 있다.


불펜진은 못하는 선수를 찾기가 더 어렵다. 박희수와 박정배 듀오는 여전하고, 윤길현이 비로소 예전 자신의 모습을 찾은 듯하다. 또 제구력이 약점이던 진해수가 10이닝 동안 볼넷을 단 2개만 허용하는 깜짝 놀랄 호투를 이어가고 있다. 그에 반해 선발진이 아쉬운데 김광현은 5점대 평균자책점과 FIP로 평범한 이하의 투구다. 그래도 이닝을 많이 끌고 가면서 팀에 보탬이 되고 있다. 현재의 SK라면 실낱같은 희망을 꿈꿀 자격이 있다.




두산 베어스 - 니퍼트 없이 이 정도


국내 야구계에서 야구는 투수 놀음이라는 말을 많이 한다. 그중에서도 선발의 중요성은 말이 필요 없다. 그러나 8월 두산은 선발진의 약점도 야수진의 힘으로 극복하고 있는 양상이다. 니퍼트가 없는 동안 두산의 선발 평균자책점과 FIP는 리그 평균보다 약 03~0.5가량 높았다. 반면 야수진은 올 시즌 내내 상위권을 유지하는 중이다. 홍성흔이 90타석 동안 .361AVG 1.044OPS로 연봉값을 두둑이 해냈고, 양의지도 .424의 출루율을 기록하며 생애 첫 골든 글러브 수상에 한 발짝 다가섰다. 선수층이 두터운 두산은 9월 확장 엔트리 덕을 더 많이 볼 개연성이 있다.


불펜진에는 새로운 스타가 탄생했다. 2년 전 대학야구를 평정했던 윤명준이 8월 무려 17이닝을 던지며 1.06ERA 2.49FIP를 기록하며 불펜 에이스로 등극했다. 워낙 커맨드가 뛰어난 선수이니 앞으로도 큰 기복은 없으리라 예상한다. 다만, 이전 투구량이 많지 않았으니 페이스 조절의 필요성이 있다. 홍상삼과 함께 지난달 너무 무리한 경향이 있다. 두산은 현재 선발진의 에이스 없이도 이 정도로 끌고 가고 있다. 앞으로 니퍼트가 복귀한다면 정규시즌이나 포스트시즌에서 극적인 역전극도 기대해 볼 만하다.




LG 트윈스 - 절묘한 밸런스, 베테랑 관리 필요


어느덧 서른이 된 이동현은 자신의 몸상태를 자신하지만, 관리자는 냉정해져야 한다. (사진 출처 - LG 트윈스)


LG의 상승세가 멈추지 않는다. 8월 승률이 6할을 넘지는 않았으나 선발, 불펜, 타격 모든 면에서 평균 이상의 수치를 내면서 1위 도전을 계속 하고 있다. 활약하는 타자를 보면 투자의 효과가 엿보인다. 올해 FA 재계약에 합의한 정성훈과 이진영이 모두 3할이 훌쩍 넘는 고타율로 중심을 이끌고 있으며 SK와 삼성에서 영입한 손주인과 권용관이 110타석을 합작하며 .300AVG .407OBP .467SLG의 비율 스탯을 찍어냈다. 시즌 전 어느 누가 이들이 이런 활약을 하리라 생각이나 했을까? 되는 집은 뭐가 달라도 다르다.


선발진에는 신정락이 주춤한 상황에 신재웅이 3경기 16.1이닝 1.10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해 위기를 막았다. 9개 구단 중 3개월 연속 선발이 3점대 FIP를 유지한 팀은 LG뿐이다. 불펜은 시즌 평균자책점 1위 팀이니 더 말하면 입이 아프다. 그렇지만 유원상이 복귀했음에도 이동현에 대한 쏠림이 줄지 않아 위험 요소는 존재한다. 승리를 많이 하는 팀은 불펜에 과부하가 걸리기 쉽다. 앞으로 남은 기간 승부수를 걸더라도 나이 많은 베테랑들의 건강관리를 제대로 체크하지 않으면 마지막에 김빠진 결과를 받아들여야 할지도 모른다.




NC 다이노스 - 육상부 2호점, 파워는 기본


2000년대 후반 두산을 상징하는 단어는 육상부였다. 그리고 2013년 김경문 감독이 부임한 NC는 새로운 육상부의 모습을 재현해내고 있다. 8월에는 다른 팀보다 10개 이상 많은 도루로 팀 최다 도루 부문에서 두산을 추격 중이다. 이번에 육상부에 입부한 선수가 또 있다. 2군에서 경험을 쌓은 박민우는 7월 말 1군에 콜업되어 한 달 동안 24타석에만 들어섰음에도 .417의 출루율로 7개의 도루를 성공했다. NC 스카우트는 흐뭇한 웃음을 지을 듯하다.


NC 야수들은 발만 빠르지 않다. 이호준, 조영훈, 모창민 등 외부 영입선수들이 홈런 9개, 루키 나성범과 권희동이 똑같이 9개의 홈런을 합작했다. 팀 자체가 호타준족이다. 투수진은 힘이 살짝 빠졌는데 이재학이 26이닝 동안 5개의 피홈런으로 5.84의 FIP로 부진했다. 불펜에서는 투수층이 얇다 보니 임창민이 너무 많은 투구를 해야 했다. 12경기 17.1이닝 290개의 투구수는 9개 구단 불펜 투수 중 가장 많았다.




롯데 자이언츠 - 계속된 빈타, 김빠진 콜라


전트란이라 불리던 전준우, 지금의 모습은 호타준족이라 말하기 어색하다. (사진 출처 - 롯데 자이언츠)


롯데의 팀 컬러는 몇 년 새 많이 바뀌었다. '홍대갈'로 대변되는 화끈한 공격야구에서 넓은 투수층으로 경기를 가져가는 수비 중심의 야구가 되었다. 승리에 방법은 크게 중요치 않다. 하지만 한 쪽 밸런스가 무너지는 것은 다른 문제다. 롯데는 8월에도 홈런 8개로 이 부분 꼴찌, 손아섭 이외에 믿을 타자가 없는 김빠진 야구를 하고 있다. 한 방이 있다고 하는 강민호, 전준우, 황재균, 정훈이 모두 4할에 못미치는 장타율을 기록하면 팬들은 경기를 보기 괴롭다.


그렇다고 투수력이 압도적이지도 않다. 용병 둘과 송승준 외 선발 투수가 없어 4일 휴식 후 등판이 일상화되는 타이트한 로테이션을 돌리는 중이다. 5선발 후보는 모두 무너졌고, 김사율은 3경기 평균 5이닝을 넘기지 못했다. 불펜은 김승회가 힘이 떨어지면서 팀은 두 달 연속 평균자책점과 FIP가 리그 평균에 못 미쳤다. 강점이 없는 야구는 상대에게 위협이 되지 않는다. 4강을 포기하진 않더라도 올해 잔여 경기에서 어떠한 방식으로든 변화를 시도해야 하지 않을까?




넥센 히어로즈 - 구조조정 성공, 실적은 미진


7월 선발, 불펜 모두 불안하던 넥센이 투수들의 보직 변경을 통해 난국을 타개했다. 선발 강윤구는 롱릴리프 역할을 맡으며 12.2이닝 2.84ERA 2.11FIP로 철벽투를 펼쳤다. 구원으로 10이닝 12.60ERA를 기록 중이던 문성현은 8월 선발로 출장한 4경기에서 평균 6이닝 이상 3점대 방어율로 팀의 3승을 이끌어냈다. 이 두 선수 외에 2군에서 김상수와 오재영이 합류하면서 5월 이후 두 번째로 3점대 평균자책점을 기록할 수 있었다.


타격도 나쁘지 않았다. 박병호는 집중 견제 속에 홈런은 줄었으나 .465의 출루율로 누상에 살아나갔고, 김민성, 강정호가 준수한 타격으로 타점을 쌓았다. 외야의 유한준과 이적생 서동욱은 모두 3-4-5의 타격라인을 기록하며 하위타순의 파괴력을 높였다. 문제는 이러한 경기 내용이 결과로 나타나지 않은 것. 넥센은 팀 wRC보다 13점가량 적은 득점을 했고, FIP보다 높은 평균자책점을 나타냈다. 간단히 말하자면 후반기 시작하며 팀이 이기는 분위기가 형성되지 않았다. 롯데와 함께 후반기 최강팀 SK가 무섭게 치고 올라오고 있기에 아직 안심할 단계가 아니다.




삼성 라이온즈 - 무너진 뒷문, 2년 만의 위기


지난 2011~2012시즌 2년간 무적에 가까운 모습을 보였던 삼성. 근간에는 강력한 불펜이 있었다. 여태껏 위기가 있었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타 팀과 비교해 그렇게 심각한 적은 거의 없다. 2012년 4월 5점대 방어율을 기록한 이후 한 번도 4.5 이상의 ERA 혹은 FIP를 기록하지 않았다. 그런데 선두권 경쟁이 치열한 8월 2년 만에 5점대 이상을 훌쩍 뛰어넘는 6.54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하게 됐다. FIP로 봐도 롯데와 함께 최하위권이다. 안지만 오승환의 FIP가 3점대 중후반에서 형성되니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다. 권력은 5.1이닝 6자책으로 하염없이 무너졌다.


다른 부분은 특별히 나쁘지 않다. 선발은 장원삼이 죽을 쓰고 있지만, 차우찬이 만회하며 평균 이상은 넘는다. 타격도 마찬가지. 이승엽과 박한이가 3할 초•중반대 장타율로 부진한 가운데 최형우와 박석민, 그리고 정형식, 김태완이 8할을 훌쩍 넘는 OPS로 활약 중이다. 물론, 채태인이 부상으로 빠지면서 팀이 타격을 입은 것은 사실이다. 현재 삼성과 두산은 2.5게임 차. LG만 신경 쓸 처지가 아니다. 이러고 보니 무책임한 카리대와 계약으로 날려 먹은 경기들이 떠오른다. 별수 있으랴. 불펜 재정비를 통해 활로를 찾는 수밖에.




한화 이글스 - 창단이래 최저 홈런 페이스


송창현은 올해 20이닝 이상 던진 56명의 선발 투수 중 가장 높은 8.21의 FIP를 기록 중이다. (사진 출처 - 한화 이글스) 


후반기에 들어서면서 한화는 분명 변화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첫 번째로 구원 평균자책점과 FIP가 최상위로 올라갈 정도로 안정을 찾았다. 7월 박정진에 이어 8월에는 황재규가 롱릴리프로 16.2이닝 동안 2.16ERA 3.68FIP를 기록하며 화려한 복귀를 알렸다. 게다가 김혁민이 불펜으로 전환하며 14.1이닝 2점대 방어율로 임팩트 있는 피칭을 하고 있다. 두 번째로 수비. 항상 하위권이던 DER 수치가 7~8월 내내 7할 이상으로 올랐다. 송광민은 2년여 공백이 믿기지 않게 공수에서 무난히 적응하며 유격수의 정답이 돼줬다.


그러나 이런 긍정적 요소들이 한화의 거대한 후퇴를 가리지 못한다. 외국인 투수 외 유망주들로만 이루어진 선발진은 5이닝을 버티지 못하고 여지없이 무너진다. 타격은 팀 창단이래 가장 홈런이 적게 나오는 등 수모를 면치 못했다. 득실점 마진 역시 2010년에 버금가게 역대 최악의 수치를 향해 나아가는 중이다. 야구에서 선발과 타격은 가장 큰 영역을 차지하는 부분이다. 한화는 이 두 가지가 되지 않으니 신생팀 NC에 13경기 뒤진 3할 언저리의 승률에 묶여있는 것이다. 문제의 심각성을 프런트가 마음 깊이 인식하고 있기를 바란다.




KIA 타이거즈 - 승수자판기, 부상에 KO


후반기에 최하위 한화보다 낮은 승률을 기록하는 팀이 있다. KIA는 대부분의 팀 승률을 올려주고 있으며 안타깝게도 의아한 성적이 아니다. 외야에 김주찬, 김원섭, 내야에 김선빈, 최희섭, 선발진에 양현종 이탈에 따른 당연한 결과다. 또 이용규가 수비에 나서지 못하면서 이종환, 나지완이 코너 수비, 신종길이 중앙을 책임지는 암울한 외야진을 꾸리게 됐다. 내야는 어떤가? 박기남 홍재호가 유격수 자리에 들어서며 아웃될 코스는 내야 안타로, 병살은 원 아웃으로 변모한다. 2개월 연속 DER 수치가 압도적인 최하위. 질 만하니까 진다.


투수진에는 등판 기회가 자주 없는 윤석민의 불펜 전환이 독이 됐으나 전체적으로는 양호하다. 1년 차 임준섭의 부진은 어찌하지 못해도 김진우, 빌로우, 소사의 FIP는 타 팀 대비 낮은 편이라 선수 개인의 탓으로 돌리기 어렵다. 불펜은 윤석민 - 심동섭 - 최향남 라인까지는 지켜볼 만하다. 내년 곽정철이 순조롭게 합류하고, 송은범과 재계약 한다면 희망은 있다. 이제 남은 기간 KIA는 픽 순위만 내려가는 승수에 집착하지 말고, 팀의 깊이를 두텁게 하려는 시도를 해야 할 때다. 그래야 내년 윤석민, 나지완이 없더라도 버틸 힘이 생기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