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퓨처스리그& 유망주

기록과 함께 본 2013년 드래프트 - 두산, KIA, 롯데 편

2012년 드래프트가 마무리되었다. 만족스러운 지명을 한 팀도 있을 것이고, 의아한 선택을 한 팀도 있을 것이다. 구단마다 지명의 변이 있겠으나 그간 알려진 스카우팅 내용과 기록을 바탕으로 어떤 평가를 해 보는 것도 즐거운 일이다. 이번 글에서는 선수들의 출신, 포지션 별로 구분해 면면을 살펴보았다. 


고교 투수는 노란색, 대학 투수는 붉은색, 고졸 야수는 녹색, 대졸 야수는 푸른색, 2년제 선수는 보라색으로 표기했다. 수비를 가능한 배제한 평균자책점이라고 할 수 있는 FIP는 고의사구가 제외됐다는 점을 참고하고 보시기를 당부한다. 기록은 대한야구협회의 자료를 인용해 정리하였다.





사진 출처 - 두산 베어스



두산 베어스 - 천재 타자 고른 철저한 전략픽




드래프트 중계방송에서 박동희 기자의 말에 의하면 두산이 고르려고 했던 선수는 북일고의 강승호였다고 한다. 이 스포가 사실이더라고 해도 두산에 더 어울리는 선수는 강승호가 아니라 북일고의 천재 타자 김인태였다. 내야는 이미 허경민, 최주환 등 많은 자원이 있지 않은가? 김인태는 체격은 170cm 중반대로 작지만 타격에서는 강승호보다 한 수 위인 자타공인 고교 최고의 타자다. 잠실에서 홈런을 치기 어렵겠지만, 갭히터로 김현수의 해외진출 시점에 자리를 메꿀만한 픽이다. 


대전고의 이우성도 타격에는 상당한 재능이 있는 선수로 알려졌다. 재밌는 것은 체격에 비해 발도 빠르고 올해는 중견수 뿐 아니라 포수로도 상당히 많은 경기를 뛰었다. 장기적으로 이성열 이상의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고 보인다. 제물포고의 장승현도 만만치 않은 유망주다. LG 장광호 코치의 아들로 프로야구 포수 2대다. 훌륭한 체격에 타격기록이 작년보다 일취월장해 라원탁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 선수로 여겨진다. 


투수 상위픽은 가능성 있는 좌완으로 갔다. 북일고 정혁진은 팀의 에이스는 아니었지만, 완벽한 체격 조건에 높은 타점으로 고교리그에서 위력적인 피칭을 했다. 제구가 좋은 함덕주는 2학년 때 더 주목받은 선수로 올해 성장은 더뎠지만 5라운드 픽이 아깝지 않은 선수다. 진정한 스틸은 북일고 송주영이다. 역시 작년 더 좋은 피칭을 했던 투수로 고교 정상급 사이드암이란 호칭이 아깝지 않다. 언제나 그렇듯 두산의 스카우트들은 제 몫을 해냈다.





KIA 타이거즈 - 실적 무시한 논란의 대졸픽





KIA의 1라운더 손동욱은 좌완으로 최고 140km 중후반의 빠른볼을 뿌리는 투수라고 한다. 스카우트에게 강하게 어필할 만한 요소다. 그러나 과연 1라운드에 뽑힐만한 선수였는지는 회의적이다. 본인 스스로 인정하듯 기복이 있고 제구력이 취약한 선수다. 대학 무대에서는 4학년이 되기 전까지 공식경기 8.1이닝밖에 던지지 못했다. 기량 부족도 있겠지만 팔꿈치 통증으로 재활을 길게 한 탓이다. 아마도 2000년대 KIA 1~2라운드 지명자 중 가장 실적이 없는 선수일 것이다. 


그럼 KIA가 왜 이런 선택을 했을까? 좌완의 대졸자를 선호하는 선감독의 전언이 있었다고 한다. 올해 드래프트는 유독 대졸이 약세다. 특별히 1라운드에서 뽑을 만한 선수가 없다 보니 이런 결과가 나오지 않았나 싶다. 올 초에도 KIA는 외국인 투수로 좌완을 원했지만 결국 여의치 않아 시즌 초반 고전한 바 있다.


그런데 감독의 말이 변명이 될 수 있나? 선수를 뽑는 것은 스카우트의 일이다. 기록에서 보다시피 KIA가 뽑은 선수들은 체격은 좋지만, 한결같이 삼진 볼넷 비율이 형편없다. 선구안과 제구력에 직결되는 문제로 권윤민 스카우터 스스로 제구력보다 스피드를 우선으로 봤다고 말한다. 1군에서는 그렇게 볼넷을 질색하면서 스카우트는 체격만 보니 비극이 생긴다. 단순히 대졸을 뽑는 게 문제가 아니라 즉시 전력감이 될 수 없는 나이 많은 선수를 지명하는 것이 진정 안타까움이다.


이런 악평을 뒤로하고 매력적으로 느껴지는 픽도 있다. 단국대의 포수 이홍구는 강한 어깨와 배팅 파워는 리그 수위급이다. 작년 LG의 조윤준과 비교해 신장이 작을 뿐이지 비교가 될 만한 선수다. 단지 주전으로 경기에 나선 경험이 적다. 동강대의 사이드암 박준표는 대학 2부리그지만 압도적인 투수였고 올 초 KBO총재기에서는 연세대, 대불대, 동국대를 상대로도 매우 좋았다. 유일한 스틸픽. 성균관대에서 2루와 중견수를 오가는 쌕쌕이 고영우도 지켜볼 만한 선수다.




롯데 자이언츠 - 뜻하지 않은 연고지 배려




행운이 따른 걸까? 롯데로서는 생각지도 못한 선수가 가시권에 들어왔다. 부산고의 송주은은 중학 시절부터 지역의 별로 떠오른 선수로 재능 만큼은 작년 NC에 우선 지명된 이민호에 조금도 뒤지지 않는다. 그에 비하면 3학년까지 제구력 난조가 해결되지 않아 롯데 순번까지 지명이 밀리는 상황이 오고 말았다. 그 좋은 체격과 150km에 육박하는 강력한 빠른 볼, 성장잠재력까지 롯데는 도저히 송주은을 지나칠 수 없었을 것이다. 송주은이 굴러들어온 복이 되려면 각고의 노력이 필요하다.


2라운드에서 뽑은 강릉고의 박진형은 위험부담이 있는 선수다. 유격수에서 전향한 지 얼마 안 돼서 투수로서 경험이 부족하다. 그럼에도 마른 체격으로 최고 140km를 찍었다는 것은 희망적인 부분이다. 프로에서 몸을 키우고 성장한다면 기대치 이상을 보여줄 것이다. 송창현은 언뜻 KIA의 1라운더 손동욱과 비슷한 유형으로 최고 140km 이상을 뿌리는 좌완이지만, 제구력이 약점이다.


야수 중에는 조홍석, 백민기, 임종혁은 빠른 발을 무기로 한 대졸 외야수들이다. 문제는 얼마나 출루하느냐인데 프로에서 통하려면 시간이 필요할 듯싶다. 그보다는 타격에 장점이 있는 고도현이 눈에 들어오고 있는데 구단에서는 파워를 더 기대하는 눈치지만, 홈런보다 출루에 더 장점을 보여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