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퓨처스리그& 유망주

2013 드래프티 1라운더의 비교 대상은


2013년 드래프트가 마무리되었다. 아마추어 신인 지명은 해마다 되풀이되는 행사지만, 항상 팬들의 가슴을 설레게 한다. 유망주는 유망주일 뿐이라고 해도 해마다 대어급 신인은 어김없이 나오고 있다. 최근 드래프트를 봐도 2009년의 4대 유격수, 2010년 안승민과 문성현, 2011년 유창식과 임찬규, 2012년 한현희와 박지훈, 나성범 등은 팀의 기둥이 되고 있는 선수들이다. 


그럼 올해 드래프트는 어떨까? 아래는 올해 신인 지명 결과다.





노란색은 고졸 투수, 붉은색은 대학 투수, 녹색은 고졸 야수, 하늘색은 대졸 야수, 회색은 상무 출신으로 구분했다. 작년부터 NC가 참여하면서 즉시 전력감이 필요하기에 전체적으로 대졸자의 비율이 늘었다. 그중에서도 작년에는 대학 투수의 강세가 뚜렷했던 시즌이다. 강속구가 좋거나 제구력에 강점을 보이는 선수가 많아서 1, 2라운드에 7명의 선수가 선택됐다. 대학 야수들도 조윤준, 김민식, 신본기 등 수준급 선수들이 배출됐다.


반면 올해는 다시 고졸 강세가 이어졌다. 전체적으로 완성도 있는 투수는 적으나 원탑 윤형배를 필두로 큰 체격과 강한 어깨의 정통파 투수들이 유독 많은 연도다. 강승호, 김인태 등의 야수는 작년 하주석, 박민우 못지않은 장래성을 가진 선수들이다. 이 중 '진짜 보석을 찾아라'가 올해 드래프트의 키워드라 할 수 있다.



NC 우선지명 & 1라운드

북일고 우완 윤형배 185cm 86kg

비교 대상: 김선우 OR 이용찬 최대치 : 윤석민 (다소 투박한)


2013 드래프트 NC의 우선 지명 슬롯 하나는 일찌감치 결정되었다. 북일고의 윤형배는 최고 150km에 육박하는 빠른 볼, 고교 수준에서는 수준급 제구로 리그를 초토화했다. 2009 드래프트의 성영훈, 2011 드래프트의 유창식과 함께 초고교급 투수로 불릴 만하다. 준수한 하드웨어를 갖춘 수준급 우완으로 NC는 윤형배가 리그의 에이스가 되기를 바랄 것이다. 


모든 것을 갖춘 듯한 윤형배에게도 한 가지 모자란 것이 있다면 변화구 구사능력이이다. 아직 윤형배는 빠른 볼 외에 확실한 무기가 없다. 슬라이더, 커브 등을 던지는 것으로 아는데 결정구라 할 만한 구질은 아닌 듯하다.  이는 롤모델로 언급한 윤석민과의 차이점이다. 해외 진출을 무기로 할 윤석민의 확실한 구질은 슬라이더지만, 국내로 한정하면 뛰어난 손재주로 타자를 현혹시킬 수 있다. 한국에 오기 전 김선우가 그랬던 것처럼 보조구질 연마가 프로에서 윤형배의 성공 과제다.


한가지 다행이라면 북일고의 이정훈 감독이 윤형배의 건강을 염려해 슬라이더 외의 구질을 일부러 봉인했다는 것이다. 본인 스스로 포크볼을 던질 줄 안다고 하는데 프로에서 잘 연마한다면 이용찬과 같은 선발로도 성장이 가능해 보인다. 그럼 당장 내년의 기대치는? 



한현희를 최대치로 보면 될 듯하다. 한현희는 올해 윤형배가 그랬듯 고교 리그를 평정한 투수였다. 두 선수의 성적은 비슷한 수준으로 사이드암의 특성을 고려하면 한현희를 뛰어넘기 쉽지 않다. 윤형배는 첫 시즌 위 기록보다는 못할 가능성이 있지만, 장래성 면에서는 더 큰 가치를 지닐 수 있다.




영남대 우완 이성민 185cm 85kg

비교 대상 : 박지훈 OR 문광은


드래프트 당일 NC 스카우트들은 고졸 원석들과의 선택에서 즉시 전력감이 될 수 있는 영남대 이성민을 지명했다. 이성민은 3학년 때까지는 크게 주목받지 못했으나 구속 향상과 함께 꾸준히 성장하는 모습을 보이며 대학 최고의 투수로 거듭났다. 근데 이성민이 드래프트에서 더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이 선수의 덕도 있었다.



 


KIA에 1라운드 지명된 박지훈은 1년 차에 기대 이상의 모습을 보였고 그보다 못할 게 없다고 여겨지는 이성민에 대한 기대치도 덩달아 커졌다. 이성민 역시 피하기보다 거침없이 승부하는 유형의 투수다. 내년 NC에 이성민이 그 정도의 활약을 해준다면 지명한 보람이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성민의 기대치를 너무 높게 잡으면 곤란하다. 미디어가 말하는 140km 중후반은 어디까지나 최고 구속이지 평균 구속은 아니다. 박지훈은 지난 드래프트 스카우팅 리포트에서 이성민 이상의 파이어볼러로 말해졌지만, 실제는 위와 같다. SK에 지명됐던 문광은도 최고 147km로 말해졌다. 이성민이 프로에서 잘해나갈 수도 있지만, 여러 사례를 볼 때 그렇지 못할 수도 있다는 것은 염두에 둬야 한다.




서울고 우완 장현식 183cm 83kg

비교 대상 : 안승민 OR 임찬규


서울고의 장현식은 2012년 들어 크게 기량이 는 선수 중 한 명이다. 빠른 볼은 최고 140km 중반까지 형성되고 더 윗 순번에 뽑힌, 조상우, 조지훈보다 제구에 강점이 있다. 그럼에도 뒷순위에 뽑힌 것은 2010년 드래프트의 사례와 비슷하다. 당시 안승민과 문성현은 체격과 빠른 볼 구속에서 1라운더에서 밀렸지만, 구위와 커맨드의 조합으로 고교리그에서 빼어난 피칭을 했다. 장현식도 이 선수들처럼 프로에서 더 빨리 적응해 기여할 수 있다. 빠른 95년생의 나이로 육체적 기술적으로도 임찬규 만큼 성장이 빠르다면 선발로도 시험해 볼 만한 선수다.




넥센 히어로즈 1라운드

대전고 우완 조상우 185cm 88kg

비교 대상 : 장효훈 & 김정훈


스카우트를 가장 환호하게 하는 선수는? 아무리 제구가 중요하다고 해도 역시 빠른 볼이다. 특히 고졸 선수는 변화무쌍하기에 일단 체격이 좋고 빠른 볼을 던지는 선수가 눈길을 끌게 된다. 조상우는 빠른 볼만큼은 윤형배에 뒤지지 않는 선수로 반짝반짝 빛나는 원석이다. 대신 채워야 할 공간이 많아 1군에 오르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아무리 감독과 투수코치가 명성이 높다고 해도 마찬가지다. 넥센이 그 사실을 증명해 줬다. 장효훈과 김정훈은 고교 시절 역시 150km를 넘나드는 빠른 볼로 주목을 받았지만, 아직 제 몫을 하고 있진 못하다. 아래는 프로 6년 차에 접어드는 장효훈의 성적이다.



 


조상우는 더 탄탄한 체격을 가지고 있기에 잠재력은 더 클 수 있지만 당장 1~2년 후에 승부를 보려 한다면 실망만 느낄 것이다. 대신 인내심이 클수록 수확할 열매도 함께 커지지 않을까?.




한화 이글스 1라운드

서울고 우완 조지훈 187cm 85kg

비교대상 : 김혁민


조지훈은 보스턴에 진출한 일본인 투수 마쓰자카를 닮아 더 화제다. 선수 유형은 위에 소개한 장현식과 조상우의 중간쯤으로 볼 수 있다. 결코, 커맨드가 좋다고 할 순 없으나 조상우처럼 자리가 잡히지 않은 것은 아니고, 장현식보다는 구위와 체격 면에서 우위다. 팀 내에서는 김혁민과 비교할 수 있는데 업사이드 자체는 더 높은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장래성이 있다. 다만 앳된 외모만큼 선발 투수로 자리를 잡는 데에는 시간이 걸릴 거라는 예상이 많다.


김혁민이 프로에서 겨우 자리를 잡은 것은 작년으로 5년이 걸렸다. 그 기간을 싫증 내고 참지 못한다면 가능성만 있었던 선수로 남게 된다. 대전을 홈으로 쓰는 팀으라면 선수에 대한 더 각별한 관리가 요구된다.




LG 트윈스 1라운드

북일고 유격수 강승호 180cm 77kg

비교대상 : 오지환 OR 정성훈, OR 지석훈


투수자원이 풍족하다고 할 수는 없는 LG가 과감하게 강승호를 택한 것은 놀라운 일이다. 이 선택에 대해 비판을 하는 이도 많지만, LG의 내야사정을 아는 팬들은 이해할 만 하다고 여겼을 것이다. 강승호는 엔간한 선발 투수보다 가치 있는 야수로 기대할 수 있을 만큼 재능이 뛰어난 선수다. 평균 이상의 주력을 가진 유격수가 고교 리그에서 나무 배트로 4개의 홈런을 쳐낸 것은 흥미로운 일이다. 많은 이들은 강승호가 유격수가 아니더라도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을 거라고 예상하기 때문에 높은 순번에서 지명될 수 있었다.


문제는 LG의 상황에 강승호가 어떤 포지션으로 성장하게 될 것이냐다. 전체적인 툴에서 오지환과 흡사해 역시 3루와 외야 포지션 전향에 관한 얘기가 나오고 있다. 고교 시절 수비경험은 오지환보다 많기에 타격이 조금 못 미치더라도 수비에서 잘 해주는 게 최상의 시나리오다.




두산 베어스 1라운드

북일고 우익수 김인태 179cm 75kg

비교대상 : 손아섭 (수비 좋은) OR 우동균 (어깨 좋은)


2학년 때는 좌투수로도 유명했던 김인태는 3학년 들어 온전히 야수로 승부를 걸었다. 빠른 발과 강한 어깨를 가진 5툴 외야수로 투수 능력을 제외하고도 1라운드에 뽑힐 수 있었다. 그중에서도 가장 빛나는 툴은 컨택이다. 선구안을 바탕으로 한 타격 능력은 단연 고교야구 최고다. 최근 고졸 야수로 루키시즌에 유일하게 1군 무대에 버틴 안치홍과 비교될 정도가 아닌가 싶다.

 


외야수로 보자면 롯데의 손아섭과 비교할 수 있다. 작은 체격에도 불구 손아섭은 작년 15개의 홈런을 때려냈다. 하지만 고교 야수라는 게 어떤 변수가 나올지 모른다. 2008년 삼성의 1차 지명 제2의 장효조라며 천재 타자로 불리곤 했다. 김인태가 아무리 재능이 특출나다 할 지라도 자만하지 않고 겨울을 보내야만 프로에서 버틸 수 있을 것이다.





KIA 타이거즈 1라운드

단국대 좌완 손동욱 183cm 85kg

비교대상 : 임진우 OR 구본범


드래프트 1라운드에서 손동욱과 같은 사례를 찾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어느 정도 전력감을 기대하는 대졸자는 첫 순번에 뽑히기 위해서는 구위뿐 아니라 보여준 것도 중요하다. 그런데 손동욱이 4학년이 되기 전 경기 출장은 단 6경기 8.1이닝에 불과하다. 졸업반에도 48.1이닝 3.91ERA 볼넷이 31개나 돼서 결코 좋은 성적이라 할 수 없다. 그럼에도 KIA 스카우트들이 손동욱을 선택한 이유는 최고 140km 중후반을 던지는 강한 어깨와 큰 체구 덕분이다. 


당연히 위험이 따르는 선택인데 선동열 감독의 대졸 좌완 선호가 영향을 미쳤다고 한다. 과연 2009년 삼성의 1라운드 임진우만큼 가능성을 보여줄까? 아니면 2009년 한화의 2차 1라운드 구본범처럼 구위와 성적 모두에서 기대치를 보여주지 못할까? 두 선수는 모두 대학에서 손동욱보다 나은 모습을 보였다. 물론 미래는 알 수 없기에 SK의 고효준이나 이재영처럼 강력한 구위로 1군에 기여할 지도 모르는 일이다.




롯데 자이언츠 1라운드

부산고 우완 송주은 188cm 93kg

비교대상 : 진명호 OR 최현진


부산고의 송주은은 2년 전부터 2013 드래프트의 유력한 1라운드 후보로 점쳐졌다. 큰 체격에 최고 150km에 육박하는 빠른 볼, 게다가 프랜차이즈 출신, 롯데 팬들은 1라운드에서 송주은을 지명하는 순간 쾌재를 불렀을 듯하다. 근데 이 선수가 이렇게 지명이 밀린 이유가 분명히 있다. 황사기 충암고를 상대로 3이닝 3자책 7볼넷 1사구는 많은 이들에게 믿음을 잃게 하는 피칭이었다.


현재 송주은의 모습은 부산팬들이 희망했던 모습은 아니다. 그래도 여전히 뛰어난 유망주에는 속할 것이다. 소속팀의 진명호, 2011 드래프트의 두산 1라운드 최현진은 송주은과 비교할 만한 선수들이다. 진명호와 송주은이 함께 롯데 선발 로테이션에 포함 될 날이 오게 될지는 모르겠다.




SK 와이번스 1라운드

부산고 우완 이경재 186cm 98kg

비교대상 : 정현욱 OR 김현우


SK가 지명한 이경재는 투수로서의 경력이 많지 않다. 1학년 때는 포수로 경기 수가 2학년 때 투수로 출장한 경기보다 많다. 경험이 일천한 이 투수가 3학년 때 이처럼 존재감을 보여준다는 것은 기대 이상의 일이다. 186cm의 큰 신장에 고교 선수로 드문 두툼한 체형에서 나오는 빠른 볼은 가히 리그 최고 수준이다. 경험에 비하면 볼넷도 상당히 적어 꽤 공격적인 투구를 했다.


언뜻 삼성 소속으로 대학 4학년 때 투수로 전향한 김현우가 떠오르는데 현재 프로에서도 강력한 패스트볼을 선보이고 있다. 이경재는 투수 전향이 훨씬 일찍 이루어져 보다 유리한 입장이다. SK에서는 정현욱처럼 든든한 불펜 투수로 성장하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삼성 라이온즈 1라운드

부산고 유격수 정현 182cm 82kg

비교대상 : 나주환 OR 신명철


고교 1학년 때부터 유격수로 출장하는 선수는 드물다. 나이가 어려 수비력이 따라주지도 않지만, 졸업반인 3학년 선수를 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런 벽을 뚫고 1학년부터 주전 유격수를 꿰찼다면 수비에서 어느 정도 재능을 갖추고 있다는 얘기다. 부산고의 정현이 바로 그렇다. 강한 어깨와 안정된 수비를 갖췄고 3할 이상을 쉽게 칠 만큼 준수한 컨택 능력을 보였다. 다른 포지션에서는 미지수지만, 유격수라면 수위권에 드는 공격력이다.


그런데 삼성에서는 2루 혹은 3루수로 정현을 뽑았다. 정현은 2루에 가서도 주전을 노릴 만한 재능을 갖추고 있다. 그래도 유격수에서 만큼은 아닐 듯하다. 아직 입단도 하지 않은 선수의 포지션 문제를 미리 겁내긴 이르더라도, 포스트 박진만이 되겠다는 정현에게 김상수의 존재는 크게 느껴질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