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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메모

잠실벌 플레이오프, 승리의 전제 조건은?

13년 만에 잠실 라이벌 LG와 두산이 가을에 마주한다. LG는 내심 기다렸던 일이다. 어떤 상성이 있는지 정규시즌 넥센에는 5승 11패로 열세에 놓였다. 게다가 연장만 세 차례 5차전까지 혈전을 치르고 온 두산이라면 시작부터 유리함을 가지고 시작한다는 계산이다. 정말 올해는 하늘이 LG를 돕고 있는 인상이다. 


그런데 LG가 마음을 놓을 입장일까? 후반기 두 팀의 승률은 두산이 3푼8리 가량 더 높았다. 9월 이후로 한정하면 두산이 636. LG가 542.로 더 차이가 벌어진다. 6월 폭주했던 LG가 꾸준히 승률이 내려간 반면 두산은 후반기 꾸준히 예열 과정을 거쳤던 팀이다. 후반기 수치로 본다면 전력 자체는 두산이 가을 야구를 벌이는 4개의 구단 중 가장 앞서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이번 시리즈는 PO직행으로 일정상 이득을 본 LG가 이 격차를 얼마나 이용하느냐에 초점이 맞춰진다고 하겠다.



LG 센터라인, 포스트시즌 진정한 시험대


2년 연속 야수 실책 1위에 오른 오지환이 자신의 성장을 증명해낼까? (사진 출처 - LG 트윈스)



wOBA는 출루율처럼 보면 되는 종합 타격 스탯입니다.

wOBA = (0.72*(볼넷-고의사구) + 0.75*사구 + 0.90*1B + 0.92*실책출루 + 1.24*2루타 + 1.56*3루타 + 1.95*홈런) / (타석-고의사구)


올 시즌 두산 야수들을 보면 황홀한 탄식이 나온다. 기록에서 보듯 전 포지션에 약점이 없으며 백업 또한 주전에 크게 밀리지 않을 만큼 매우 탄탄하다. LG가 주전과 비주전의 wOBA 차이가 7푼 가까이 나는 것에 반해 두산은 약 2푼가량으로 경기 후반으로 갈수록 위력을 발휘한다. 또 잠실을 홈으로 쓰면서도 홈런이 두 배 이상 차이가 나서 LG보다 득점 루트가 훨씬 다양하다. LG가 더 많은 도루에 성공하긴 했으나 대포알 같은 송구능력을 갖춘 최재훈 앞에서 쉽게 뛰지는 못할 듯하다. 변수가 있다면 발목 통증을 겪고 있는 김현수의 몸 상태 정도다.


두산이 앞서는 부분은 타격만이 아니다. 중견수가 더 어울리는 수비 범위의 코너 외야수들과 전 국가대표 손시헌이 백업을 보는 유격수 포지션 등 두산의 센터라인은 안정성 면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LG도 수비 나쁜 팀은 아니나 윤요섭-오지환-박용택으로 이어지는 센터라인은 시즌 초부터 수비에서 우려가 나왔던 자리다. 이들이 플레이오프에서 허점을 보이기 시작한다면 밑 빠진 독처럼 팀이 가라앉을지도 모른다. 완벽은 아니라도 무난함 이상의 수비. 한국시리즈 진출의 전제 조건이다.


다만, LG 타선에는 이병규, 이진영, 정성훈, 박용택 등 컨택이 뛰어난 베테랑이 많아 경기를 풀어나가는 요령은 나을 수도 있다. 유희관 외에는 좌투수가 없다는 점도 LG가 상성 상 우위를 점하는 요인이다.




두산 계투진 해법 없이는 플레이오프 필패


윤명준을 믿을 수 없는 상황이라면 니퍼트만 굴리다 시리즈를 마치는 수순이 된다. (사진 출처 - 두산 베어스)



FIP는 가능한 수비를 배제한 추정 방어율

FIP = (13*HR + 3*(BB-IBB+HBP) - 2*K) / IP + 3.20(혹은 시즌에 따른 특정값)


설령 전체적인 야수진의 힘이 두산이 크다고 해도 LG가 믿는 구석은 있다. 애초에 투수력의 우위를 갖지 못하는 두산은 넥센과 마지막 경기에서 유희관과 니퍼트를 모두 소모했다. 1차전에는 노경은이 있다고 해도 2차전에는 선발 평균 5이닝이 안 되고 후반기 이후 5점대 FIP를 기록한 이재우가 등판할 확률이 높다. 급하게 니퍼트를 올린다면 그것대로 LG가 바라는 바다. LG 선발 중 상대적으로 강하게 느껴지지 않는 류제국이 1차전 승리를 거둔다면 시리즈는 생각보다 쉽게 기울어질 확률도 있다.



계투진 상황도 LG가 유리하다는 근거가 되는 부분이다. 사실 기록만 보면 후반기 필승조 봉중근과 이동현이 압도적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윤명준과 홍상삼도 그에 뒤지지 않는 피칭을 해왔다. 하지만 준플레이오프를 봤던 이라면 결코 그리 말하진 않을 것이다. 윤명준은 마지막 등판에서 연속 볼넷을 내주는 등 아직 긴장감을 풀지 못한 모습이고, 홍상삼은 고의사구 폭투로 PS 역대 최다 폭투 불명예에 올랐다. 김진욱 감독은 마지막 5차전 9회 3점 차 상황에도 변진수와 니퍼트를 기용하면서 이 두 선수에 대한 불신을 내비쳤다. 만약 플레이오프에도 두산이 필승조를 만들지 못한다면 승자는 정해져 있다고 예상한다.





마지막으로 올해 상대전적은 위와 같다. LG가 리즈보다 류제국을 먼저 내세운 이유가 나온다. 김기태 감독이 설마 승률이 높다고 류제국을 1차전 선발로 기용했을 리는 없지 않은가. 릴리버 중에는 정현욱이 비교적 강한 편인데 포스트시즌에는 역할을 해줘야 경기가 수월하다. 두산 입장에서는 역시 이재우가 걱정이다. LG에 강했던 니퍼트를 3차전 혹은 4차전 선발로 나오게 할 수 있도록 1차전 필승전략으로 가져가야 승산이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