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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메모

한화와 LG, 이제는 셀러(Seller)가 돼야 할 시간

하나의 상황을 가정해보자. 페넌트레이스의 한 경기 혹은 10번을 먼저 이겨야 하는 시리즈의 첫 번째 경기다. 경기는 7 : 1로 기울어진 5회말, 선발 투수 교체의 시간이 왔다. 당신이 감독이라면 승리조를 낼 것인가? 추격조를 낼 것인가? 아마도 답은 정해져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점수 차가 3점이라면?

 

선택은 달라질 수 있다. 프로의 경기인 만큼 팬들을 위해 끝까지 이기기 위해서 가능한 최선의 방법을 써야 한다고 생각하는 감독도 있을 것이다. 반면 내일의 경기를 위해 불펜을 아끼는 것이 결국 합리적이라고 여기는 시각도 있다. 전자가 성공했을 때 SK 시절 김성근 감독처럼 많은 경기를 승리로 이끌 수 있다. 하지만 대부분은 올 시즌 한화처럼 불펜 과부하로 시즌이 어그러지거나 선발 주키치를 일주일에 세 번 쓰고도 낭패를 보게 된다.

 

프로야구는 이미 정규시즌 절반이 지나버렸다. 한화는 앞으로 모든 경기를 위닝시리즈로 가져간다고 해도 .489의 승률에 머무를 뿐이다. 기적이 일어나지 않는 한 4강 진출은 사실상 좌절됐다. LG 4위 두산과 5.5경기 차로 불가능하진 않지만 4위 그룹이 두터워 역시 쉽지는 않다. LG 9년 연속 '가을야구'에 실패한 원인은 매년 역전을 위해 승리조를 지는 상황에 내보내서가 아닐까 한다. 그래서 두 팀에게 지금보다 앞을 대비하는 지혜를 발휘하길 권해본다. 트레이드 데드라인이 일주일 남은 시점, 팀에 도움이 되는 움직임을 찾아보자.





사진 제공 - 한화 이글스


 

한화 장성호 + α <-> 넥센 유한준

한화 장성호 + α <-> 넥센 이성열

 

한화는 현재 317타석 .278AVG .373OBP .410SLG 6홈런으로 김태균, 최진행에 이은 팀 내 세 번째 타자다. 나이를 고려하지 않아도 한화에는 필요한 선수다. 문제는 내년 김태완이 복귀한다는 것이다. 최진행과 김태완이 외야에 공존한다면 투수들은 뒤에 칼이 겨눠진 채로 피칭을 하라는 뜻이다. 트레이드를 한다고 해도 내년보다 지금 시점이 가치가 높을 가능성이 크다. 장성호가 필요한 팀이 있다면 장사를 할 필요가 있다.

 

넥센은 장성호와 잘 들어맞는 팀이다. 목동 구장은 타자 친화적인 구장에 가깝고 강정호, 박병호, 이택근은 모두 우타자다. 평소 같으면 유한준을 바꿀 이유가 없지만, 토미존 수술로 송구를 제대로 할 수 없다면 더 좋은 타자인 장성호가 매력적이다. 사실 81년생 유한준도 적은 나이는 아니기에 넥센은 부담을 좀 덜 수 있다. 물론 한화에 충분한 알파가 붙어야 한다. 예를 들어 장민제나 이상훈, 김재우 같은 유망주 레벨의 선수가 낀다고 해도 한화는 손해가 아니다.

 

넥센이 유한준을 내주는 게 껄끄럽다면 이성열을 교환하는 것도 생각할 수 있다. 이성열의 가능성은 높게 사지만, 현재는 장성호의 컨택과 선구안이 훨씬 안정적으로 여겨진다. 오재일과 장성호를 교환했다고 생각하면 여전히 이득이고, 한화로서도 더 젊고 외야수비가 가능한 이성열이 매력적이다.

 

 

한화 박정진 + α <-> SK 김민식 + α

 

박정진은 한화에서만 10년 이상 뛴 선수로 트레이드가 쉽지는 않다. 그러나 선수 생활 말년 트레이드가 되고도 코칭 스탭으로 다시 고향 팀에 돌아오는 경우는 많이 있었다. 동안과 달리 76년생 노장, 2013년 혹은 2014 FA가 가능한 선수라고 보면 트레이드를 생각해 볼 수 있다. 올 시즌 평균자책점은 7.40으로 높지만, 6월 이후 13이닝 동안 2.08ERA 2.12FIP로 완전히 회복했기에 시장의 수요는 여전하다.

 

물론 트레이드는 어렵다. 한화는 아무나 받고 프랜차이즈를 팔 수 없고, 상대 팀도 노장에게 미래를 내주기 어렵다. 두산은 박정진을 위해 최재훈이나 윤석민 같은 탑 유망주를 내줄 리 없다. 그렇다고 KIA에서 김주형을 받느니 너무 애매한 선수다.

 

SK를 생각해 본다면 포수 김민식이 떠오른다. 2012드랩 1라운더 김민식은 앞날이 창창한 선수지만, 팀의 포수 깊이가 워낙 좋아 2군에서도 36타수만을 부여받았다. 상무에서는 이재원이 포수 수비를 하고 있어 미래를 장담할 수 없다. 게다가 신인 워크숍 당시 SK 코칭 스탭에게 좋은 인상을 심어주지 못했다는 것도 고려사항이다..

 

김민식은 확실히 정범모보다는 가능성이 높은 포수다. 또 포수 포지션을 유지하지 못한다고 해도 빠른 발로 외야수로 좋은 타격을 보여줄 수 있다. 만약 한화가 박정진으로 김민식을 얻는다면 개인적으로 스틸이라고 생각한다. SK도 박정진을 영입함으로써 4강 진출에 강력한 힘을 얻게 된다. 참고로 신인 지명 선수도 트레이드가 가능한 것으로 알고 있다.

 

야구 규약 제109 [지명권 양도금지] 지명회의에서 구단이 선택한 선수는 입단 후 1년간(2 1-한국시리즈 종료) 양도할 수 없다. , 선수간 트레이드는 가능하다.

 

2008년 두산에 지명받은 김용의도 이재영과 함께 LG로 트레이드 된 예가 있다.

 

 


사진 제공 - LG 트윈스


LG 이진영 <-> 두산 김재호 + α

LG 이진영 <-> 두산 고영민 + α

LG 이진영 + 이상열 + (정주현) <-> 김재호 + 고영민 + α

 

LG는 이번 시즌이 끝나면 이진영과 정성훈이 FA로 풀릴 수 있다. 이진영은 앞으로 36경기, 정성훈은 21경기만 출장하면 자격을 얻는다. NC를 말하지 않더라도 이진영은 팀을 나갈 가능성이 꽤 된다. 먼저 LG가 큰 계약 액수를 제시할 개연성이 적다. 부상이 많은 인저리 프론이고, 외야에 큰병규, 박용택, 이대형, 정의윤에 유망주 황선일을 비롯해 외야로 컨버전 할 가능성이 있는 선수 몇몇이 있다. 그렇다면 강하게 오퍼하는 것보다 트레이드로 팀의 약점을 메우는 쪽이 현명하다.

 

LG는 오지환의 백업을 해줄 유격수가 변변치 않다. 만약 오지환이 차후 3루나 외야로 컨버젼하게 되면 김재호는 주전 유격수로 1순위가 될 것이다.

 

반면 두산은 손시헌과 허경민이라는 팀의 미래와 현재가 될 유격수를 보유했다. 김재호도 결국 한화로 이적한 이대수처럼 '아끼다 똥 된다'라는 말을 증명하는 선수가 될지 모른다. 오재일 트레이드로 팀의 약점이 된 외야를 이진영으로 보강한다면 당장 삼성을 위협할 만한 팀으로 떠오르게 된다. 그에 비해 부담은 적다. FA로 이진영을 잡지 못한다고 해도 보상금으로 만족할 수 있을 정도로 김재호는 큰 출혈이 아니다.

 

고영민도 마찬가지. 두산에는 이미 주축으로 떠오른 최주환이 자리를 잡았다. 2013년 혹은 2014년 후 FA가 될 가능성이 있는 고영민을 두산은 잡지 않을 것이다. 오재원이 군대를 간다고 해도 내년 두산 내야는 손시헌, 최주환, 허경민, 최주환, 이원석으로 꾸리기에 충분하다. 정 백업이 걱정이면 LG의 멀티플레이어 정주현을 요구하면 된다.

 

고영민은 올해 146타석 동안 .256의 타율에도 .336의 출루율과 .416 장타율로 타격과 수비에서 서동욱, 김일경을 압도한다. FA가 되면 박경수와 바톤터치 한다고 생각하면 된다.

 

 

그리고...

 

정성훈 역시 매물로 내놓을 수 있는 선수라고 생각한다. 오지환이 유격수보다는 3루에서 더 좋은 수비와 타격을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강정호가 된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다만, 팀에서는 이런 확신을 하지 않았을 것이므로 NC에 뺏길지 모를 정성훈을 트레이드 하는 모험수는 두지 않을듯하다.


이 글에서 세 가지의 트레이드를 제시했다. 솔직히 말하면 일어날 것이라고 기대하지 않는다. 또 설명한 트레이드의 균형은 보는 이에 따라 달리 평가될 수 있다. 하지만 방향성 면에서 가치가 있다고 주장해 본다. 한화와 LG가 좀 더 장기적인 시각에서 팀을 꾸려야만 내년, 내후년이 더욱 밝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