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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메모

[전반기 결산] 이대호, 일본 리그 최고 타자로 올라서다

사진 출처 - 오릭스 버팔로스



올스타 휴식기, 일본에서 낭보가 들렸다. 오릭스 버팔로스에서 뛰고 있는 이대호가 홈런왕 레이스에서 우승을 차지한 것. 이벤트성 경기에 우승을 너무 많은 의미를 부여할 순 없다. 그러나 이대호가 현재 퍼시픽리그 홈런왕이고, 리그 수위의 타자라는 점을 고려하면 일본 야구팬들에게 강한 인상을 심어준 것은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이대호의 큰 덩치와 함께 현 아시아 최고는 이대호라는 생각을 했을지도 모르겠다. 아마도 추신수는 염두에 두지 않을 것이므로.^^



그러면 실제로 이대호가 얼마나 뛰어난 활약을 하고 있는 걸까? wOBA계열 스탯을 통해 알아보자. wOBA는 이미 블로그에서 여러 번 소개한 바 있다. 메이저리그 실제 경기를 분석해 각 상황(안타, 볼넷, 홈런, 등등)으로 기대되는 득점확률을 계산해 적용한 스탯이다. 많이 알려진 세이버 스탯인 RC보다 직관적이면서 결과 값이 만족스럽고, 확장성이 좋아 선호하는 스탯이다. 공식은


wOBA = (0.72*(볼넷-고의사구) + 0.75*사구 + 0.90*1B + 0.92*실책으로 인한 출루 + 1.24*2루타 + 1.56*3루타 + 1.95*홈런) / (타석-고의사구)



wOBA가 비율 스탯이라면 타자의 누적된 활약을 구하는 방법도 있다. wRC는 리그 평균 wOBA와 타석수, 리그득점을 통해 타자가 팀에 얼마만큼의 득점 기여를 했는지 말해주는 스탯이다. 공식은


WRC = (선수wOBA-리그평균wOBA)÷1.15) X 선수 타석 + (리그 총득점 ÷ 리그 총타석) X 선수 타석


이렇게 구한 일본 퍼시픽리그와 센트럴리그 wRC TOP 11 선수는 다음과 같다.




굳이 TOP 10이 아닌 11명의 선수로 늘린 것은 이대호와 홈런왕 경쟁을 벌이고 있는 나카무라 타케야를 포함하기 위함이었다. 흔히 '오카와리군'(한 그릇 더)이라 불리는 이 선수는 투고타저에 아랑곳하지 않고 작년 48홈런을 친 일본 대표 홈런 타자다. wOBA도 규정타석을 채운 선수 중 이대호 마쓰다에 이어 3위에 올라있다. 하지만 wRC는 11위다. 그 이유는 이대호처럼 꾸준히 출장한 것이 아니라 부상으로 많은 경기 출장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비율 스탯인 wOBA만 보자면 일본리그 전체 홈런 1위인 센트럴리그에 속한 야쿠르트의 발렌티엔, 요미우리의 아베 신노스케가 1, 2위에 해당한다. 그러나 누적으로 보자면 이대호가 그 위에 있다. 이대호는 규정타석을 채운 선수 중 퍼시픽 리그 타율 6위, 출루율 2위, 장타율 2위, 홈런 2위에 올라 종합 비율 스탯인 wOBA는 퍼시픽리그 1위다. 전 경기 출장하며 누적과 비율을 모두 만족시킨 이대호가 팀 타격 공헌도 1위인 것은 당연하다고 할 수 있다. 기록을 종합해서 해석하자면 이대호는 팀의 63.4득점을 공헌해 현재까지 퍼시픽리그, 센트럴리그에서 가장 가치 있는 타자다.



여기서 한 가지 드는 의문. 2006년 요미우리로 이적해 전성기를 맞은 이승엽과 비교하면 어떨까? 당시 이승엽은 41개의 홈런으로 리그를 압도한 선수 중 한 명이었다. 타율도 .323로 이대호보다 높다. 이승엽과 비교하면 부족해 보인다는 인상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여기서 간과한 것이 있다. 당시와 달리 2011년부터 공인구의 변화로 일본리그가 극단적인 투고타저를 겪고 있다는 것이다. 2006년의 센트럴리그 OPS는 .715, 2012년 퍼시픽리그의 OPS는 .649로 큰 차이가 난다. 이를 고려해 보면




OPS+는 리그 출루율과 장타율을 보정해 준 값으로 연도별 투고타저가 반영된다. (여기서는 파크팩팩터를 계산하지 않았다.) wRC+는 1타석당 득점기여도를 나타내는 값으로 역시 해당 연도의 득점수준이 조정된 비율스탯이다. 2006년 이승엽과 2012년 이대호의 OPS+, wRC+는 큰 차이는 없지만, 이대호가 조금이나마 앞서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후반기를 앞둔 시점에서 체력 문제를 고려하면 이대호가 시즌이 끝날 때까지 2006년 이승엽의 wRC+를 능가할지는 미지수다. 또 수비와 주루플레이까지 고려해야 실제 선수의 가치가 나온다.



그렇더라도 이대호가 일본 첫 시즌에 이 정도까지 활약한다는 것은 상상치도 못했던 일이다. 명실상부한 NPB NO.1 타자가 된 이대호가 후반기에도 지금의 활약을 이어간다면 퍼시픽리그 MVP의 꿈도 불가능은 아닐 듯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