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퓨처스리그& 유망주

2014 드래프트 1차 지명 발표, 이변은 없다

연고지명이 부활한 2014년 드래프트의 1차 지명 선수가 7월 1일 일괄 발표되었다. 우선 지명이 결정되고 난 후부터 여러 미디어를 통해 1차 지명 후보들이 소개되었고, 결과는 예상을 크게 빗나가지 않았다. 스카우트는 기존의 성향대로 고졸 투수를 선호하였고, 대부분 무난한 지명을 했다는 평이다. 가장 큰 특징이라면 KT가 뽑은 심재민을 비롯해 상위 라운드에 좌투수가 무려 5명이 뽑혔다는 점이다. 좌투수 부재에 시달렸던 프로야구에 이번 드래프트는 가뭄에 단비 같다고 할 만하다.



※ 프로필은 대한야구협회를 출처로 함.



-서울•제주권 결과 (6월 23일까지 성적)


임지섭 9G 5GS 45.2이닝 1.18ERA 72삼진 32볼넷 0피홈런 .115BAA

한주성 9G 4GS 44.0이닝 0.82ERA 60삼진 8볼넷 1피홈런 .179BAA

배재환 2G 0GS 1.3이닝 20.25ERA 2삼진 4볼넷 0피홈런 .286BAA


임병욱 12G 56타석 .318AVG .444OBP .477SLG 1홈런 8도루 8삼진 7볼넷

배병옥 11G 55타석 .476AVG .547OBP .714SLG 3홈런 6도루 7삼진 7볼넷


이런 행운이 있을까? 갑자기 바뀐 연고 지명 제도, 성적 역순에 의한 서울권 1순위 지명권, 추첨으로 뽑힌 제주지역, KT의 깜짝 픽이 더해져 임지섭과 계약할 권리가 LG까지 왔다. 그전까지 배재환을 낙점했었다는 설이 있었으나 겨우 3경기에 출장한 선수를 뽑기에는 위험성이 너무 컸다. 배재환은 1차 지명 발표 전 29일 배재고와의 경기에 구원 등판했으나 인상적인 모습을 보이지 못하며 아쉬움을 남겼다. 



영상출처 - 정영원님 네이트판


임지섭은 좌완이 득세하는 이번 드래프트에서도 최고의 잠재력을 지닌 선수다. 190cm로 투수로는 이상적인 체격, 최고 140km 중반이 나오는 빠른 볼은 스카우트들을 만족하게 한다. 만약, MLB의 국제 드래프트 제도가 예전과 같은 자유계약이었다면 미국 진출이 유력했을 확률이 높다. 다만, 무시무시한 볼넷 수에서 보듯 다듬을 게 많은 선수인데 그럼에도 준수한 성적을 냈다. LG가 조바심을 내지 않고 장기적으로 임지섭을 관리한다면 최고의 픽이 될 여지가 많다.


LG에 이어 지명권을 가진 넥센은 다소 뜻밖에 야수 지명을 했다. 성적으로 보면 탁월해 보이지는 않는다. 그러나 겨우 56타석 타율은 크게 중요하지 않다. 임병욱은 번개 같은 스피드와 투수 못지않은 강견을 소유한 툴 플레이어다. 일부에서는 외야수 전향 가능성을 말하기도 하나 운동능력만 보면 유격수가 더 이상적이다. 강정호 이후를 준비해야 하는 넥센에는 이변이라 부를 선택이 아니며 1차 지명이 어울리는 선수다. 물론, 고졸 야수라는 위험성은 안고 가야 한다. 그리고 배병옥이 1차 지명에서 제외된 이유는 임병욱보다 가치가 떨어져서가 아니라 각 팀의 사정이 영향을 줬다는 생각이다.


가장 불리한 위치에 놓여있던 두산은 언제나 그렇듯 최선의 선택을 했다. 덕수고의 한주성은 체격과 빠른 볼 구속 면에서 스카우트를 100% 만족시키진 않으나 올해 우완 투수 중 가장 빼어난 피칭을 했다. 위력적인 슬라이더와 훌륭한 커맨드는 엄지를 치켜들게 한다. 가장 실패 확률이 적은 선수라는 생각이 들 만큼 안정적인 픽이다. 



-인천•경기권 결과 (6월 23일까지 성적)


이건욱 7G 5GS 45.1이닝 0.99ERA 57삼진 27볼넷 0피홈런 .173BAA

박한길 9G 7GS 32.2이닝 2.20ERA 43삼진 27볼넷 0피홈런 .164BAA

박민호 9G 4GS 39.1이닝 3.66ERA 16삼진 15볼넷 0피홈런 ..252BAA

이승진 7G 0GS 13.2이닝 0.00ERA 24삼진 5볼넷 0피홈런 .093BAA


어떤 지역보다 뛰어난 자원이 몰려있다고 평가되던 인천 지역 상황은 그리 긍정적으로 흘러가진 않았다. 대학 최대어라 불리던 인하대 박민호는 심각한 부진에 빠졌고, 강력한 패스트볼을 무기라던 인천고 박한길은 제구 난조에 기대만 못한 구위로 전망을 어둡게 했다. 야탑고의 이승진은 4월 14일 충훈고를 상대로 4이닝 9K 무사사구 경기를 펼치며 맹추격했으나 많은 이닝을 소화하지 않아 불안요소가 많다.



지난 2년간의 모습을 합산하면 이건욱에게 우완 최대어라는 표현은 여전히 유효하다. (사진 출처 - Hello, j 블로그)


결국, SK의 선택은 2학년 시기 최고의 활약을 하던 동산고의 이건욱이었다. 지난 2년간 지나친 혹사와 일본행 루머, 늘어난 볼넷까지 여러 변수에도 이건욱이 고교 NO.1 투수가 아닐까 하는 기대감은 남아있다. 지난 2년간 던진 이닝만 126.2이닝 1.78ERA 186삼진. 만약, 이 선수가 평범하게 관리 받았다면 더 좋은 수치를 남기지 않았을까? 



-충청권 결과 (6월 23일까지 성적)


황영국 10G 4GS 26.1이닝 2.05ERA 33삼진 10볼넷 0피홈런 0.273BAA

안상빈 8G 3GS 25.1이닝 4.26ERA 28삼진 28볼넷 0피홈런 .118BAA


절망에 빠진듯했던 한화에 한 줄기 서광이 비치기 시작했다. 그도 그럴게 청주고의 황영국은 전기 주말리그에 겨우 2이닝만을 던지며 꼭꼭 숨어 있었다. 고교 1, 2학년 시절에도 팔꿈치 부상으로 거의 피칭을 하지 않았다. 그랬던 선수가 후기 주말리그 10km 이상 빨라진 구속으로 누구보다 빛나는 피칭을 보이고 있다. 아마추어 선수의 이런 발전 속도가 드래프트의 묘미이며 한화에는 횡재다. 비록 적은 출장 수로 인해 확신은 하지 못하더라도 잠재력 면에서는 다른 1차 지명 선수에 뒤지지 않는다. 한화 팬들은 유희운의 KT행에 대한 분노를 이제 누그러뜨려도 될 듯하다.



-광주•전남권 결과 (6월 23일까지 성적)


차명진 14G 8GS 79.1이닝 1.93ERA 79삼진 24볼넷 0피홈런 .171BAA

강민국 16G 71타석 .358AVG .507OBP .642SLG 2홈런 4도루 9삼진 12볼넷


KIA는 1차 지명 선택에서 어느 팀 못지않게 고민이 많았을 팀이다. 효천고 차명진과 동국대 강민국은 대졸과 고졸, 야수와 투수, 잠재력과 활용도 등 양 극단에 서 있는 선수들이기에 더 흥미로웠다. 강민국에 대해 체격 작은 대졸 내야수로 1차 지명감은 아니라는 평을 하는 이도 있지만, 보는 시각은 다를 수 있다. 최근 신본기, 노진혁의 모습을 보면, 강민국의 기량이나 활용도는 검증됐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KIA 키스톤 콤비의 아시안 게임 승선이 어렵고, 김선빈의 체력을 고려하면 강민국은 딱 맞는 퍼즐이다.




KIA의 차명진 지명은 현재보다는 앞을 내다본 미래를 위한 투자다. (사진 출처 - KIA 타이거즈)


그래도 효천고 차명진이 구위와 체격을 모두 갖춘 고졸 투수라는 면에서 구단이 다른 선택을 하기는 어려웠다. 보여지는 성적도 만족스러워 전국으로 범위를 넓혀도 스카우트가 가장 자신 있게 뽑을 법한 선수가 아닌가 한다. 그렇지만 당장 1군 투수진에 힘을 보태줄 유형으로 생각되진 않는다. 구위와 커맨드 면에서 아직 시간이 필요해 여느 고교 투수가 그렇듯 3~5년의 시간을 두고 담금질이 요구된다.


-부산권 결과 (6월 23일까지 성적)


김유영 4G 1GS 16.1이닝 1.10ERA 25삼진 4볼넷 0피홈런 .118BAA

안중열 8G 37타석 .185AVG .378OBP .222SLG 0홈런 1도루 8삼진 7볼넷


심재민이 KT에 우선 지명된 후 롯데의 1차 지명은 경남고의 김유영으로 확정된 분위기였다. 대어급 포수로 말해지던 안중열이 빈타에 벗어나지 못하면서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동아대 최영환의 피칭도 작년보다 크게 발전하지 못했다. 그에 비해 김유영은 이수민과 함께 가장 완성도 높은 좌투수로 불린다. 구속이 빠르진 않지만, 저학년 시절부터 팀의 주축 투수로 고교 최고의 기량을 인정받았다. 앞으로 착실히 마른 체격을 키워나간다면 심재민의 구위를 마냥 부러워할 이유는 없다.


아쉬움이라면 올해 부상 때문인지 5월 18일 이후 피칭 기록이 없다. 작년 100이닝이 넘는 피칭이 원인일 수 있는데 구위 향상보다 몸 관리가 우선이다.



-대구•경북권 결과 (6월 23일까지 성적)


이수민 9G 67.0이닝 0.40ERA 94삼진 25볼넷 0피홈런 0.157BAA

박세웅 13G 81.0이닝 1.33ERA 97삼진 30볼넷 2피홈런 0.182BAA


엎치락뒤치락. 1차 지명 레이스가 있다면 두 선수는 결승선에 들어서기까지 박빙의 질주를 했을 것이다. 좌투수 이수민은 실제 키가 177cm로 알려져 체격은 작지만, 주말리그 대구고와의 경기에서 26K 삼진을 잡는 괴력투로 명성을 얻었다. 단단한 체구에서 나오는 최고 140km 초반의 빠른볼과 슬라이더 조합은 매우 효과적인 구질이다. 


반면 우완 박세웅은 성적은 이수민에 조금 못 미치나 체격과 빠른 볼 구속이 더 앞서 발전 가능성에서 더 높다는 평을 받았다. 박세웅이 6월 전후 살짝 흔들림이 없었더라면 근소한 차이로 1차 지명의 주인공이 바뀌었을 수도 있다. 그런데 후반기 페이스 조절을 했던 이수민과 달리 지명 전날까지 150개의 공을 던졌던 사실을 고려하면 삼성의 결정은 충분히 예측 가능했는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