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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메모

LG 외국인 투수, 루카스 하렐 최근 3년간 기록 & 영상

사진 출처 - thatlostdog--님 플리커



지난 11월 25일 LG 트윈스가 새 외국인 투수로 미국 출신 우완 루카스 하렐(Lucas Harrell)과 총액 90만 달러에 계약했다고 밝혔다. 최근에는 넥센이 금액 문제로 재계약을 포기한 헨리 소사의 영입이 가까워졌다는 소식이 들린다. 작년부터 리즈의 부상 문제로 외국인 투수의 애를 먹었던 전례가 있기에 조금 빨리 선수 구성을 서둘렀다는 인상이다. 소사가 1옵션과 2옵션 사이에 있는 투수라고 하면 하렐도 상위 로테이션을 이끄는 투수여야 내년 시즌 운영이 수월해진다. 하렐이 연봉 값어치를 하는 선수일지 커리어를 따라가 보자.


하렐은 프로필상 188cm 92kg으로 키는 크지 않지만 균형 잡힌 체형이고, 1985년 6월생(만 29세)으로 전성기에 접어들 만한 나이다. 아마 시절 경력도 탄탄하다. 고교 졸업반 1.09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했고, 스테이트 챔피언쉽 준결승전에서는 완투승과 2루타 홈런을 치는 등 투타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야수로는 유격수를 겸하고, 농구 선수로 뛰기도 하는 등 준수한 운동능력을 갖췄으리라 짐작된다. 이러한 활약을 바탕으로 2004년 드래프트에서 시카고 화이트삭스로부터 4라운드 전체 119번째로 비교적 상위 순번에 지명될 수 있었다.


프로 시작 역시 순조로웠다. 데뷔 후 3년 차까지 선발 투수로 하이 A를 무사 통과했고, 2006년에는 캐롤라이나 리그 올스타로 뽑혔다. 나이대비 꽤 양호한 활약으로 베이스볼 아메리카는 하렐을 팀 내 8번째 순번에 랭크시켰다. 하지만 어깨 수술을 받으며 2007시즌을 통째로 쉬었고, 2009~2010년 트리플A에서 고전하면서 잠시 정체기를 맞는다. 결국, 2011시즌 중반 화이트삭스는 로스터의 빈자리를 마련하기 위해 하렐을 웨이버 공시하고 만다. 


2011년 내셔널리그 평균자책점 최하위였던 휴스턴은 하렐에게 기회의 땅이 된다. 이적 후 곧바로 트리플A 선발 9경기에서 1점대 평균자책점과 3점대 FIP를 기록하며 페이스를 올렸고, 9월 이후에는 메이저리그에 콜업되어 눈도장을 찍는다. 그리고 다음 해 빅리그에서 193.2이닝 동안 3점대 평균자책점을 마크하면서 제대로 사고를 치게 된다. 이 시기 즈음부터 하렐의 미국에서 커리어는 아래와 같다.





위 표에서 나타난 첫 2년간은 하렐의 야구 인생에서 가장 빛나는 시기다. 두산의 니퍼트나 볼스테드, 이전 LG 소속의 곤잘레스도 2012년 하렐과 같은 시즌을 보내지 못했다. 그렇다고 하렐이 국내에 온 투수 중 최고 레벨이라고 하기에는 전성기가 너무 짧다. 2013년 7월 이후 하렐은 선발 경쟁에서 탈락했고, 2014시즌 전 추후 지명이라는 방식으로 트레이드 당한다. 하렐의 전체 커리어를 본다면 2014년 트리플A에서 부진만큼 2012년의 메이저리그에서 활약은 미스테리한 일이다.


2012년과 2013년 스탯에서 나타난 가장 큰 차이라면 볼넷 수치에 있다. 마이너 초창기부터 하렐은 볼넷을 많이 내주는 투수였다. 마이너리그 통산 삼진/볼넷보다 2012년 메이저리그에서 비율이 더 좋다는 점은 왜 휴스턴이 하렐을 일찌감치 포기했는지 설명해준다. 


두 번째로 달라진 수치는 피홈런 비율. 하렐은 전형적인 그라운드볼러 투수로 포심보다 싱커(팬그래프는 투심으로 분류)의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다. 그런데 이 구종의 피치 밸류가 1년 사이에 14.7에서 -9.1로 떨어졌다. PFX데이터를 보면 릴리스 포인트가 조금 위로 올라왔고, 구속과 무브먼트도 조금씩 하락했다. 2011년부터 이어진 하렐의 이상적인 투구밸런스는 작년을 기점으로 상당히 무너졌음을 유추할 수 있다.


이러한 불안 요소를 뒤로하고, 장점을 찾자면 정점에서 내려왔다고 해도 국내에서 충분히 통할 만한 구위를 갖췄다. 올해도 평균 91마일 내외의 패스트볼을 던져 우투수라고 해도 빠른 편에 속한다. 여기에 싱킹 무브먼트와 체인지업은 좌타자에게 효과적이다. 기록상으로 좌우 타자의 차이가 거의 없는데 확인하지 않아도 예상 가능한 조합이다. 국내에서는 포심 패스트볼과 커브 콤보가 더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추가로 검증된 체력까지 전형적인 선발 투수로 면보를 보이고 있다. 리오단과 다르게 구장을 가리는 투수가 아니라는 점은 잠실 구장을 쓰는 LG에 득일까? 실일까?


하렐은 아마 시절부터 뛰어난 운동선수였고, 커리어에서 야구를 잘해왔던 시간이 그렇지 못했던 시간보다 훨씬 많았다. 단, 2012년 피칭은 확률상 다시 돌아오기 어렵고, 흔히 말하는 한국형 용병과도 거리가 느껴지는 유형이다. 소사도 볼넷을 많이 허용하는 투수인지라 LG팬들은 간간이 정신무장을 해야 할 상황이 올지도 모른다. 그래도 이닝이터 두 명의 획득이라는 점에서 득이 있고, 작년 트리플A에서 모습을 탈피한다면 LG 투수진의 상승세에 도움이 될 만한 영입이라고 여겨진다.



2012년 당시 투구폼



2012년 커리어 처음이자 마지막 완봉투



정점에서 내려온 2013년 선발 퀄리티 피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