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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메모

2014 골든 글러브 후보자, 수상의 이유들

넥센의 벤헤켄은 KIA 로페즈 이후 5년 만에 외국인 선수로 골든 글러브 수상이 매우 유력하다. (사진 출처 - 넥센 히어로즈)


9일 4시 50분 코엑스 오디토리움에서 연말 분위기 물씬 풍기는 골든글러브 시상식이 열린다. 국내 골든글러브 시상식은 타격과 수비를 나누지 않고, 야수의 모든 능력을 평가한다는 점에서 명실공히 선수에게 가는 최고의 영예다. 메이저리그는 골드 글러브와 실버 슬러거 상을 따로 수상하고, 일본도 골든 글러브와 베스트 나인을 분류해 수비와 타격의 평가를 나눈다. 따라서 수상 결과에서도 나름의 공정성이 담보돼야 타이틀에 걸맞은 권위가 유지될 수 있다.


하지만 한국야구위원회의 골든글러브 후보 선정은 매년 성장하는 야구 시장의 속도라던가 높아진 팬들의 눈높이를 따라가지 못하는 인상이다. 매년 투고타저에 따라 기준이 바뀌고 그마저도 단편적인 타율에 의존하고 있어 노미네이트의 가치를 퇴색시키고 있다. 또 투표하는 기자단 선정도 너무 광범위해 종목의 전문성이 담보되지 못하고 있는 비판이 있다. 


그러다 보니 시상이 끝나고 나면 매번 득표수에 따른 성토가 뒤따르곤 한다. 올해도 역시 마찬가지 일터. 그리고 때로는 감정적인 여론에 휩쓸림에 따라 엉뚱한 희생자도 나오기 마련이다. 이번 포스팅은 왜 이 선수가 골든글러브를 따면 안 되는지보다 후보자들이 어떠한 방식으로 다양하게 팀에 공헌하고 있는지 살펴보기 위함이다.


WAR 계산에 쓰인 기본 스탯은 야수는 wOBA, 투수는 FIP와 ERA. 대체선수 레벨은 600타석당 30점으로 낮춘 후 MLB 밸런스를 유지하도록 조정했다. 때문에 구원 투수의 승리 기여도가 체감보다 낮게 느껴질 여지가 있다. 구장효과를 보정하였으며 야수의 경우 수비와 주루 수치는 제외했다. (포지션 조정, 주자의 도루, 도실, 포수의 도루 저지는 포함) 최고의 수비와 주루 능력을 갖춘 선수는 MLB에서 최대 1~3승까지 플러스 되기도 한다.



      


수비가 중요시되는 포수 포지션은 가장 평가가 어렵다. 그래도 올해 골든글러브 유력한 수상자는 어렵지 않게 유추할 수 있다. 두산의 양의지가 타격으로 다른 후보들을 압도하고 있다. 이지영이나 김태군이 수상의 기쁨을 맛보기에는 타격에서 인상적이지 않았다. 차라리 후보에 오르지 못했지만, 롯데의 강민호가 타격과 출장 경기에서 타 후보들보다 나아 보이는 측면도 있다. 수비에서 이지영의 수치가 낫긴 하지만, 도루 저지율이나 포일 모두 삼성 투수진의 도움을 받았으리란 추정을 할 수 있다. 만약 이지영이나 김태군이 양의지나 강민호보다 훨씬 뛰어난 수비수라고 생각하는 기자가 있다면 득표 분포는 어느 정도 갈릴 수 있다.





1루와 지명 포지션은 선수 평가에 있어서 타격의 비중이 가장 높다. 특히 지명 타자 포지션은 의도적으로라도 수비에 대한 기여를 제외할 명분이 있어서 OPS만 봐도 순위가 갈릴 수 있다. 그러나 홍성흔, 나지완, 이승엽의 OPS는 거의 비슷하고, 전통적으로 중요시 되는 타율도 높다. 잠실 구장을 보정한다면 2년 연속으로 홍성흔이 가장 좋은 누적을 기록했다. 하지만 지난해 승자는 LG 이병규였다. 팀 돌풍을 일으켰다는 상징성도 있지만, 득점권 타율이 4할이 넘을 정도로 중요한 상황에서 강한 모습을 보였다. 반면 홍성흔의 득점권 장타율은 .366로 낮았다. 올해도 비슷한 양상으로 흘러갈 가능성이 높다. 두산의 팀 성적과 득점권에서 장타력을 본다면 이승엽이 탄다고 해도 별다른 논란거리가 아니다. 한편 수비 포지션과 타율 등으로 이재원, 최준석이 빠진 게 옥에 티라고 할 수 있다.


1루도 지명 포지션에서처럼 득점권에서 집중력을 주의깊게 본다면 NC 테임즈는 유력한 후보가 될 수 있다. 그렇지만 이전까지 기자단의 외국인 선수 배제 성향을 본다면 박병호가 매우 유력한 후보다. 김태균은 과소평가되고 있는 타자지만, 수비와 주루에서 위 두 선수를 이겨내기 어렵다.  





미들인필더 포지션은 넥센에 MVP 후보가 두 명이나 있었기에 결과는 뻔할 뻔 자다. 특히 강정호는 2위 그룹과 상당히 큰 차이로 격차를 벌리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2년 연속 MVP를 타도 충분한 활약을 했지만, 강정호이기에 너무 당연한 성적이다. 반면 프로야구의 모든 상을 휩쓸고 있는 서건창은 생각보다 나바로와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수비와 주루에서 얼마나 큰 점수를 얻었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데 득점권에서 나바로의 활약은 가히 무시무시했다. 


3루 포지션은 좀 더 복잡하다. 타격에서는 당연히 박석민이 큰 우위를 점한다. 허나 수비와 주루에서 황재균이 이를 만회할 수 있고, 득점권에서 .343의 타율로 맹타를 휘둘렀다. OPS를 중요시한다면 박석민, 전체적인 밸런스를 본다면 황재균이 황금장갑의 주인공이 돼도 이상하지 않은 성적이다. 내년부터 최정이 정상적으로 복귀한다고 보면 두 선수는 가급적 이번 기회에 승자가 되길 원할 듯하다.


여기서 한 가지 의문점. 황재균의 wRC는 86.8로 박석민보다 약 2점가량 높은데 왜 WAR 계산에서 타격 차이가 나는 걸까? 만약 주전 선수가 부상 시 2할도 되지 못하는 타자로 대체해야 한다면 많은 타석에 들어선 황재균의 득점 기여가 더 높다. 그러나 실제로 롯데나 삼성에는 그보다 더 좋은 타자로 대체할 수 있기에 WAR은 대체선수 기준을 그보다 높게 잡고 비율 스탯이 높은 박석민의 승리 기여가 더 높다고 판단하는 것이다.





외야 포지션에는 뛰어난 후보들이 많다. 이중 타격에서 손아섭, 나성범, 최형우가 TOP3를 형성하고 있다. 공교롭게도 3명의 선수는 수비에서 의문점을 보이기도 했는데 손아섭과 최형우는 예전보다 많이 안정됐다는 평이다. 나성범은 종종 거친 모습에도 불구 강한 어깨와 스피드로 이를 만회한다. 그럼 이 세 명의 선수가 골든 글러브를 타는 게 당연할까?


위 표의 알렉스 고든이 수비와 주루로 장타자인 호세 바티스타와 지안카를로 스탠든의 WAR 수치를 역전하는 수치를 보면 실제 활약은 장담할 수 없다. 이를 위 표에 대입하면 민병헌과 김강민, 피에, 코너 외야수로는 유한준 등이 상위 3명의 타격을 역전할 여지도 충분하다. 예전부터 골든 글러브 외야 수상자 명단에 중견수 한 명을 포함했던 이유도 설득력을 가지게 된다.



마지막으로 투수 명단을 보면 넥센 벤헤켄의 수상이 유력하다. 평균자책점과 FIP 어떤 방식으로 계산해도 밴덴헐크, 소사 등과 큰 차이를 보인다. 밴덴헐크의 낮은 피OPS는 그의 강력한 구위를 설명할 수도 있지만, 삼성 수비수들의 능력이나 운과 같은 요소가 반영됐을 가능성이 있다. 불펜 투수 중에는 한현희가 정규시즌 가장 뛰어난 활약을 했지만, 다른 해에 비해 크게 돋보이지는 않는다. 결정적으로 한국시리즈에 무력했던 모습은 기자단의 호응을 받기에는 역부족이라고 생각된다. 국내 선수 중에는 선발 김광현과 양현종, 윤성환 등이 그나마 밴덴헐크와 비교될만한 시즌을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