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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메모

KIA 외국인 투수, 필립 험버 최근 3년간 기록 & 영상

사진 출처 - Keith Allison님 플리커


지난 7일 KIA 타이거즈가 새 외국인 투수로 미국 출신 우완 필립 험버와 총액 60만 달러에 계약했다고 발표했다. 리오스, 그레이싱어, 로페즈 등 외국인 투수 스카우트로 명성이 높았던 KIA는 2011년 로페즈-트레비스 듀오가 해체한 후 4년 연속 외국인 농사가 흉작으로 끝나고 있다. 이는 KIA의 형편 없는 수비 탓이 크지만, 스카우트 자체도 썩 인상적이지도 않았다. 2015시즌 첫 외국인 투수 영입이 과거 명가의 부활일지 계속된 실패의 연장선상이 될지 조심스럽게 전망해 보았다.


필립 험버는 프로필상 190cm 95kg의 체격으로 외국인 투수 중 평균에 가깝다. 나이는 1982년 12월생으로 올해 영입된 투수 중 시스코와 함께 노장 축에 속한다. 대신 많은 나이만큼 선수의 명성 또한 높다. 아마 시절 라이스대 3인방으로 불리며 2003년 칼리지 월드시리즈 챔피언 결정전의 승리투수로 유명세를 탔다. 2004년 드래프트 직전까지 대학 투수로 구위, 커맨드, 내구성 등의 밸런스가 좋아 가장 안전한 픽으로 꼽혔고, 1라운드 전체 3번째 순번으로 메츠에 지명됐다. 아마도 역대 KBO 외국인 출신 중 드래프트에서 가장 빠르게 이름이 불린 선수일 듯하다.


그러나 입단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토미존 수술을 받으면서 프로에서 매우 불안한 출발을 하게 된다. 부상에서 복귀해 2번째 시즌에는 더블 A에서 호투로 슬슬 자신의 가치를 회복하는 듯했으나 이후 3년간 트리플A에서 지지부진한 성적을 남겼다. 험버에 대한 기대치도 빅리그 4, 5선발 정도로 떨어진 상태였다. 2008시즌 전에 당시 최고의 투수였던 요한 산타나 딜의 대가로 트윈스에 이적하는데 유망주 패키치의 메인은 험버가 아닌 중견수 카를로스 고메즈였다.


이후 험버의 저니맨 생활이 시작됐는데 캔자스시티에서 처음으로 MLB 선발 데뷔 무대를 가졌고, 프로 네 번째 팀인 시카고 화이트삭스에서 풀타임 선발로 커리어 하이 시즌을 보낸다. 이 시기 부터 험버의 피칭 기록은 아래와 같다.





험버는 2012년 시즌 초반 퍼펙트 피칭으로 자신의 이름을 전 세계에 알렸으나 화려한 시간은 1년 남짓으로 짧게 끝나버렸다. 2012시즌 화이트삭스에서 웨이버 됐고, 휴스턴과 오클랜드로 이적해 메이저리그와 마이너리그를 오고 갔다. 메이저리그 커리어를 연장하기 위해 2014시즌에는 불펜으로 전환했지만, 성적은 그리 인상적이지 않다. 메이저리그에서도 불펜에서보다 선발로 더 좋은 피칭을 보였던 만큼 보직이 아닌 리그를 바꿔야 해결되는 문제로 변한 것이다.


2011년과 이후 2시즌 보직의 차이는 있으나 빠른 볼 구속의 차이는 크지 않다. 그보다 싱커의 활용과 무브먼트가 떨어졌고, 피홈런 수치가 크게 상승했다. 릴리스 포인트 역시 조금 변해 LG 루카스 하렐과 비슷한 케이스가 될 수 있다. 다른 점이라면 하렐 보다 2년 6개월가량 나이가 많고, 패스트볼 구속은 90마일 내외로 상대적으로 평이하게 느껴진다. 우완 선발 기준으로 해도 경쟁력이 있으나 플라이볼 유형의 투수로 국내 타자들에게 공략 불가능한 투수는 아니다.


험버 최고의 구질은 빠른 볼이 아니라 아마 시절부터 최고로 인정받았던 커브다. 79마일 내외의 스피드나 무브먼트 역시 수준급으로 좌우타자를 가리지 않고, 결정구로 쓰인다. 그외 슬라이더와 체인지업 등을 다양하게 활용하는데 커브만큼 위력적인 구질은 아닌 듯하다. 특히 좌타자에게는 메이저리그와 마이너리그를 막론하고, 난타당하는 모습을 보였다. 타자 친화에 가깝게 변한 광주 구장, KIA의 수비수들까지 고려하면 좌타자가 많은 팀에게는 고전할 가능성이 높다.



험버의 큰 신장과 각도 큰 커브 조합은 한국에서 특히 매력적으로 느껴진다. 패스트볼 구속과 제구력 역시 국내 리그 기준으로 적어도 평균 이상은 된다. 미국에서 풍부한 경험까지 쉽게 무너질 투수로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원투 펀치로 기용되기에는 특별하지 않고, 최근 트리플A에서 피칭 기록은 외국인 투수 중 하위권에 가까워 하락세가 두드러지는 투수라는 점도 부인할 수 없다. KIA가 두 번째 외국인 투수에게 더 많은 투자를 해야 2015시즌 투수진이 안정화되지 않을까 예상해 본다.



2012년 4월, 역사에 남은 퍼펙트게임



2013년 4월, 험버의 빅리그 마지막 퀄리티 피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