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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메모

넥센 외국인 투수, 라이언 피어밴드 최근 3년간 기록 & 영상

사진 출처 -k9rocco님 포토버켓



지난 3일 넥센 히어로즈가 소사의 대체 외국인 투수로 미국 출신 좌완 라이언 피어밴드(Ryan Feierabend)와 계약금 3만 달러, 연봉 27만 달러 옵션 8만 달러를 포함해 총액 38만 달러에 계약했다고 발표했다. 유명무실했던 외국인 투수 상한제가 폐지된 이번 오프시즌 보장금액 30만 달러 선의 계약은 찾아보기 어렵다. 일부 대기업에서는 외부의 시선을 의식해 밝히기를 꺼릴 정도로 낮은 금액이다. 하지만 흑자 경영전환을 꿈꾸는 전문화된 넥센 프런트는 외국인 선수 계약에 일관되게 효율성을 추구하곤 했다. 과연 피어밴드가 2옵션 투수로 소사 못지 않은 활약이 가능할까?


외형적 조건은 합격점을 줄 만하다. 192cm 100kg의 체격은 외국인 투수 중에서도 평균 이상이고, 1985년 8월생의 나이도 계약 시점에 매력적이다. 프로에서의 커리어는 2003년 시애틀 매리너스에 3라운드 전체 86번째로 지명되면서 시작했다. 피어밴드는 체격만큼 빠른 볼을 던지지는 못했지만 정교한 제구력으로 마이너리그를 빠르게 통과했다. 만 21세가 되는 2006시즌에는 9월 확장 로스터 기간에 빅리그에 데뷔하며 17이닝 3점대 평균자책점을 기록하였다. 베이스볼 아메리카는 그 해 피어밴드를 더블A 텍사스 리그 최고의 컨트롤을 가진 투수로 평가했고, 시즌 후에는 시애틀 유망주 중 5번째 위치에 올려놓았다.


트리플A까지 피어밴드의 활약은 말 그대로 파죽지세였다. 2007년에는 19번의 선발 등판에서 4점대 내외의 평균자책점과 FIP를 기록했고, 2008년에는 평균자책점을 2점대까지 낮췄다. 그러나 빅리그의 문턱에서는 번번이 좌절하고 말았다. 3년간 19번의 선발 등판에서 7번의 QS을 기록하며 호투한 적도 있지만, 7점대 내외의 평균자책점으로 초반에 무너진 사례가 더 많았다. 급기야 2009년 3월경 토미존 수술을 받으면서 긴 시간 마이너리그에 머물러야 했다. 수술 후 피어밴드의 피칭 기록은 아래와 같다.





부상 재활 후 피어밴드는 이전과 같은 가치를 유지하지 못했다. 2010년 시애틀에서 방출된 후 저니맨 생활을 했고, 2012년 시즌 초반 소속팀을 구하지 못해 독립리그에서 뛰기도 했다. 그나마 2013년 회복의 기미를 보였으나 올해 다시 피홈런 수치가 상승하면서 트리플A에서 고전했다.


번번히 고비를 넘지 못하고 있는 피어밴드의 가장 큰 약점은 구위에 있다. 평균 80마일 후반대의 빠른 볼은 좌투수라고 해도 국내 선발 투수 평균에 미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 패스트볼의 위력이 떨어지다 보니 주무기로 사용하는 체인지업 역시 그리 효과를 거두지 못하는 형편이다. 적어도 메이저리그에서는 그렇다. 마이너리그에서도 좌타자를 상대로 고전하는 모습을 보면 크게 효과를 보는 조합은 아닌 듯하다. 


플라이볼 성향의 투수라는 점도 불안 요소다. 피어밴드의 MLB 통산 땅볼아웃/뜬공아웃 비율은 0.78로 낮고, 마이너리그에서도 뜬공 아웃 비율이 더 높았다. 뜬공이 많은 투수가 삼진을 많이 잡아내지 못하면 홈런을 많이 허용하는 것은 당연지사. 잠실구장에서 뛰지 않는 이상 피어밴드에게 에이스급 활약을 바라기는 욕심 아닐까?



희망적 요소를 찾자면 앞서 말한 단점들이 최근 들어 차츰 보완되는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 2013년 싱커의 비중이 높아져서인지 땅볼 아웃의 비율이 늘었다. 2014년 높은 피홈런 수치도 피어밴드가 뛰었던 PCL과 라운드록 홈구장이 타자 친화적인 곳임을 고려하면 위안이 된다. 2014년 MLB 피칭 기록을 보면 브레이킹 볼의 활용도 늘어 투구 패턴이 이전보다 다양해졌음을 짐작할 수 있다. 무엇보다 커리어내내 일관된 볼넷 수치와 스카우팅 리포트를 보자면 제구력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좌완에 픽오프 능력이 뛰어나 주자들의 움직임이 많은 국내 리그 적응에도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예상한다.



만약 피어밴드가 70~90만 달러의 외국인 투수였다면 약한 구위와 어정쩡한 피칭 성향에 대해 혹평했을 것이다. 그러나 피어밴드는 작년 로티노처럼 드러내놓고 저비용 고효율이 강조된 선수다. 부상만 없다면 큰 활용도로 넥센 로테이션에 중심을 잡아줄 기량이 있고, 헤켄, 스나이더 등 외국인 선수 조합이 타구단에 밀리지 않는다. 생각보다 국내리그에서 외국인 선수의 성공 확률은 높지 않다고 보면, 넥센의 일관된 전략은 이해가 된다. 마지막으로 피어밴드의 피칭 영상은 아래.




2012시즌 투구폼.



2014시즌 MLB의 대도 앤서니 고스를 견제로 잡아내는 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