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퓨처스리그& 유망주

기록과 함께 본 2014 드래프트 - 두산, LG, 삼성, KT 편

드래프트에서 후순위 지명권을 가진 상위권 팀은 우수한 자원을 확보하기 불리하다. 하지만 현명한 스카우트와 육성환경이 조성되어 있다면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올해 선두권 팀이 모두 팜 상황이 좋다는 점도 우연은 아닐 것이다. 이번 드래프트에도 만족할 만한 성과를 거뒀는지 지명 선수들의 기록과 프로필을 살펴봤다. 정리한 원자료는 대한야구협회임을 미리 밝힌다.



두산 베어스 - 이유 있는 투수 우선 전략



두산은 9개 구단 중 야수 층이 가장 탄탄한 팀이다. 내야진은 현 주전 라인업 외에도 허경민, 최주환이라는 키스톤콤비가 있고, 외야는 작년 1,2 라운더 김인태와 이우성이 순조롭게 성장 중이다. 고로 드래프트에서 야수를 우선으로 뽑을 이유는 없었다. 이런 이해관계에 따라 두산은 상위라운드에 투수를 대거 지명했다. 1차 지명 한주성은 압도적 구위는 아니나 올해 고교 우투수 중 가장 완성형이란 평을 듣는 정상급 투수다. 반대로 최병욱은 최고 150km 이상의 빠른 볼로 윽박지르는 파이어볼러 유형의 선수다. 두산은 두 선수 내년 1군에 합류해 투수진에 도움이 되길 바랄 듯하다. 단, 최병욱은 대학 4년 동안 공식경기에 소화한 이닝이 아직 30이닝이 되지 않아 완전한 로또성픽이 될 위험도 없지는 않다. 


2라운드에 지명한 전용훈도 많은 이닝을 소화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불안감은 있는 선수다. 그래도 올해 보여준 구위와 안정감은 이 순번에서 상당히 매력이 있다. 신일고의 이승헌도 최고 140km 이상을 찍은 몇 안 되는 선수이기에 4라운드에 어울린다. 10라운드에 지명한 문지훈이 대학에 갔어도 두산이 뽑은 투수 자원은 충분히 가치 있다.


하위라운드에 집중적으로 뽑은 야수 지명은 대부분 3루에 집중했다. 모든 포지션이 꽉 차있는 두산이지만, 이원석이 군에 가면 3루가 주 포지션인 선수는 그리 많지 않기 때문이다. 이순철 감독의 아들로 더 유명한 이성곤은 올해 4할의 타율을 기록하는 등 눈부신 활약을 했다. 비단 올해만이 아니라 대학 4년 내내 3할 내외의 타율을 기록할 정도로 타격 재능은 타고났다. 하지만 공수 모두에서 거친 모습은 전력감이라고 부족하게 느껴진다. 광주일고의 정기훈이나 대졸 문진제, 미네소타에서 뛰었던 최형록까지 이원석이 제대할 동안 3루에 안착할 수 있을지는 살짝 비관적이다.


그보다 야탑고에서 좌익수를 봤던 쌕쌕이 유형의 김경호가 눈에 띈다. 간결한 스윙으로 올해 4할을 쳤고, 졸업반 시기에는 좀처럼 삼진을 당하지 않았다. 지금보다 성장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공을 맞히기만 하는 게 아니라 자신의 존을 만드는 요령도 터득해야 한다.



LG 트윈스 - 고교 최고 투타, 장기적 수비 고려



2014년 프로야구에서 우주의 기운이 LG에 모이고 있다고 말한다. 성적은 잘 나오고, 드래프트마저 운이 따랐다. 제주고가 서울권 팀에 포함되고, KT가 임지섭을 외면하면서 고교 최고의 투수가 LG 손안에 들어오게 됐다. 임지섭은 빼어난 구위는 물론, 청룡기에서 안정적인 피칭을 보이며 자신의 주가를 연일 폭등시켰다. 1차 지명자 성남고 배병옥은 어떤가? 빠른 발과 강한 어깨. 올해는 홈런 4개로 리그 1위에 오르며 파워에서도 가능성을 보였다. 좋은 체격과 운동능력, 성적까지 받쳐주니 2013년 최고의 고교 야수라는 표현이 자연스럽게 어울린다.


그런데 한가지 특이사항이 있다. 임지섭 지명 후 무려 5연속 야수 지명을 했고, 7명의 야수 중 6명이 센터 라인의 선수다. 이는 팀의 수비력을 강화하기 위한 장기적 포석으로 여겨진다. 우려가 있다면 작년 강승호를 1라운드에 지명하고도 비슷한 나이의 고졸 유격수를 두 명이나 지명한 것이다. 내년 2군 운영에서 포지션 안배를 잘 하지 않으면 어린 선수들의 가치를 깎아 먹을지도 모른다. 지명한 선수 면면은 모두 라운드 대비 준수한 편이다. 장준원은 올해 타율이 낮지만, 작년 3할을 치는 등 맞추는 재주는 뛰어난 선수다. 장준원의 수비력을 볼 때 LG의 장기적인 유격수 대안이 될 수도 있는 후보다. 양석환은 대학에서 가장 꾸준한 타격을 한 내야수 중 한 명으로 정성훈의 나이를 고려한 적절한 지명이다.


하위라운드의 투수들도 신체조건이나 좋고, 그에 따른 구위도 평균 이상이다. 기록상으로도 나쁘지 않아 LG가 스카우트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음을 짐작하게 한다. 실제로 9개 구단 중 가장 많은 스카우트를 기용하고 있다고 하니 드래프트에서 다른 팀보다 유리할 수밖에 없다.



삼성 라이온즈 - 전력감 투수로 불펜 재조립



1차 지명을 앞두고 삼성은 어느 팀보다 고민이 많았다. 정인욱을 연상시키듯 선발로 성장 가능성에 높은 평가를 받은 박세웅, 빼어난 경기운영능력으로 올해 좌투수 중 가장 화려한 결과물을 만든 이수민은 우열을 가리기가 쉽지 않았다. 두 선수 중 삼성이 이수민을 선택한 이유는 불펜이 흔들리는 팀 사정을 고려한 결정이었다. 2차 1라운드에 뽑은 안규현도 마찬가지. 한현희나 심창민, 변진수 등에서 보듯 옆구리 투수는 1군 적응이 비교적 용이하다는 장점이 있다. 최고 140km를 웃도는 빠른 볼, 준수한 제구력 등 안규현은 분명 프로에서 통할만 한 조건을 갖추고 있다.


3, 4라운드의 대졸 투수 지명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190cm에 가까운 거구의 체형인 박제윤은 올해 초 다소 난조를 겪었으나 지명일이 다가올수록 안정감을 찾았다. 기량 면에서 상위라운드에 언급된 선수들과 비교해도 전혀 뒤지지 않는 투수로 고교 투수보다 빠른 시일 내 1군에 투입될 여지가 있다. 6라운드 배명고의 구준범은 구속이 빠르진 않지만, 좌완 메리트로 올해 효과적인 투구를 해 순번 대비 가치가 있는 지명이다.


야수 가운데 가장 먼저 이름이 불린 선수는 효천고 유격수 박계범이다. 최근 삼성이 구자욱, 정현 등 상위라운드에 성공적인 지명을 이끌어낸 전력이 있어 더 눈이 가는 선수다. 박계범은 공수주 모든 면에서 고교 최고의 유격수라 할 만한데 작은 체격이 지명을 늦추지 않았나 싶다. 또 최고 140km를 뿌리며 성적도 46.1이닝 동안 0점대 평균자책점으로 투수로도 일류였다. 다만, 삼성이 김상수, 정훈이라는 뛰어난 유격수 자원이 있어 코칭 스탭이 방향을 잘 잡아야 한다. 5라운드의 김재현 지명도 백상원과 겹치는 부분이 아쉽다. 



KT 위즈 - 시즌 준비 위한 뒤늦은 대졸 지향



올해 어느 팀보다 드래프트가 중요한 10구단 KT는 1차 지명에서 NC가 강민국을 택함에 따라 전략이 살짝 꼬였다. 가장 중요한 상위 3번의 픽에 활용이 빠른 대졸 선수와 야수가 모두 빠지게 되었다. 물론 박세웅은 이름 감수할 만큼 뛰어난 선수이나 시즌 준비를 하려면 구색을 맞추는 게 필요하다. 결국, 2차 지명 15명 중 10명의 대학 선수를 지명했고, 특별지명 5명을 모두 야수에 투자했다. 


흥미로운 점은 포수 지명이다. KT는 뛰어난 수비력으로 대졸 최대어라고 평가받는 영남대 김민수가 아닌 고졸 안중열을 먼저 뽑았다. 안중열도 수비가 매우 뛰어난 포수로 이름난 선수지만, 나이에서 오는 약점은 당연히 생긴다. 대신 특별지명에서 동아대 안승한이라는 포수를 다시 지명했다. 장타력이 있다고 해도 체격이 작고 지난해까지 타율이 매우 저조했다. 일반적으로 생각하면 잘 이해가 되지 않는 연속 포수 지명. 포수 조련사로 유명한 조범현 감독의 안목이 전혀 영향을 안 미쳤다고 보기는 어려워 희망을 가져본다.


그리고 특별지명 남은 세 장의 카드는 유격수 지명에 사용했다. 문상철은 프로에서는 3루에서 뛸 가능성이 큰데 대학 시절 기복이 약점이다. 고교 통산 3할 중반의 타율을 기록한 심우준은 그보다 겨우 3푼 높은 출루율이 고민거리. 폭발력 있는 선수들이지만, 프로에서 성공이 보장된 것은 아니다. 1군에 투입되기까지 앞으로 1년, 아니 최소 2~3년을 단련한다고 마음먹고 조바심을 내지 않기를 바란다. 


KT의 첫 시즌 가장 활약이 기대되는 선수라면 건강한 심재민이 첫 손에 꼽히겠으나 실제로는 동국대 고영표가 더 유력하다. 최고 130km 후반의 움직임이 좋은 패스트볼. 안정된 제구력으로 대학 최고의 잠수함 투수로 불린다. 경북고의 박세웅이나 군산상고의 조현명도 뛰어난 커맨드를 무기로 한 고교 정상급 투수들이다. 앞으로 몸을 만들어 힘을 키울 수 있다면 성장 폭도 자연히 커질 것이다. 


그 외 동의대의 김성윤은 아직 공갈포에 더 가까운데 조바심을 내지 않고 차근차근 만들어 나가야 한다. 배재고 김민혁과 경성대 이지찬은 재간이 있는 선수들. 신생팀에서는 많은 기회가 있으니 자신의 역할을 만들어 나갔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