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퓨처스리그& 유망주

기록과 함께 본 2014 드래프트 - NC, 한화, KIA 편


프로야구에서 시즌 중에 하위권 팀이 상위권 팀보다 더 크게 웃을 수 있는 날은 많이 없다. 하지만 하위권 팀이 더 큰 혜택을 받으며 관심이 집중되는 때가 바로 신인 지명회의다. 올해 드래프트도 어김없이 많은 이야깃거리를 남기며 행사가 종료되었다. 어떤 구단이 현재와 미래를 위해 적절한 선택을 했을까? 올해 순위가 낮은 팀 순으로 지명 배경과 선수들의 기록을 살펴봤다.



NC 다이노스 - 힘준 야수 지명, 공수 다 잡는다



올해 NC 다이노스의 돌풍은 리그 평균보다 0.2 이상 낮은 평균자책점에서 답을 찾을 수 있다. 외국인 투수의 활약과 손민한의 가세, 무엇보다 수비효율(DER)수치가 리그 수위를 다툴 만큼 안정된 수비력이 돋보인다. 팀의 기본을 닦은 밑바탕에 성공적인 스카우트가 있었다는 것은 말이 필요없는 사실. 올해 NC는 자신들의 장점을 잃지 않는 전제 하에 공격력도 잡으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1차 지명 강민국은 2년 전 대학 야구의 투탑이라 불린 신본기와 노진혁의 장점을 합쳐 놓은 듯한 공수겸장의 야수다. 즉시 전력감 선수에 가까워 내년 내야진의 기용폭이 한결 넓어질 듯하다. 2라운드에 지명한 휘문고 포수 박광열은 청소년 대표에 뽑히며 수비력을 인정받는다. 타격에서도 극심한 부진에 빠졌던 부산고 안중열과 달리 준수한 모습을 보였다. 3, 4라운드에 뽑힌 이지우와 김태진은 1학년 때부터 주전으로 활약하며 자신의 가치를 입증해왔다. 기량면에서 1, 2라운드에 지명된 선수와 비교해 조금도 뒤지지 않는다.


홍지운과 정성민도 졸업반 시기가 되면서 페이스를 끌어올려 하위라운드에 뽑기에 적합한 선수들. 구황은 보여준 것에 비해 과소평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4학년 타격 기록만 보면 NC가 지명한 야수들이 가장 뛰어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 공격력에서 많은 신경을 쓴 지명임을 짐작할 수 있다.


다만, 투수 픽은 상대적으로 빈약하게 느껴진다. 배재환의 잠재력은 누구 부럽지 않다지만, 고교 3년간 공식 경기 22.1이닝만을 던졌다. 그나마 8라운드에 뽑은 사이드스로 장민호가 눈에 띄는데 전력감이 되기에는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한화 이글스 - 코끼리 색깔, 드래프트에 녹아들다



김응용 감독처럼 선수단 구성에서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경우는 흔치 않다. 트레이드를 적극적으로 시도하고, 원하는 취향도 확실하다. 하드웨어가 좋고, 어깨가 싱싱한 선수를 선호한다. 이번 드래프트에서도 선택의 여지가 없었던 1차 지명을 제외하고 이런 경향이 뚜렷했다. 2차 1라운드에 지명한 동아대 최영환은 150km에 육박한 빠른 볼로 대학에서 가장 빠른 볼을 던지는 투수 중 한 명이다. 인천고의 박한길도 마찬가지. 3학년이 되기 전까지 파이어볼러로 유명했다. 하지만 두 선수 모두 제구력이 부족하고, 리그에서 효율적인 투수가 아니었다. 스카우트의 성향은 다양하기에 단정해 평가하기는 어렵지만, 1군에 빠르게 합류해 활약하길 바란다면 실망할 가능성이 훨씬 높다.


높은 순위에 뽑은 제주 국제고의 박준혁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188cm 91kg의 건장한 체격에도 불구 2학년 때부터 주전 중견수로 뛰었고, 누상에 나가면 거의 매번 도루할 정도로 적극적이다. LG의 윤정우가 떠오르는데 부실한 커리어도 닮았다. 투타에서 모두 재능을 보이는 제주고의 조영우는 매력적인 픽인데 일단, 포지션을 잡고 밑그림을 그리는 게 우선이다. 상위 라운드 선수들의 잠재력은 인정하나 급히 마음을 먹어서는 안 된다.


이색적인 픽이라면 수비력이 발군이라는 영남대 포수 김민수. 이 위치에서 적당한 선수이나 이희근의 제대를 고려하면 약간 어정쩡하다. 한화는 고만고만한 포수가 너무 많아 어떻게 다 소화하려는지 걱정도 된다. 그 외 홍익대의 정광운은 롯데 홍성민을 연상케 하는 옆구리 계열의 투수다.




KIA 타이거즈 - 입대 공백 우려, 급한 불부터 끈다



최악의 해를 보내고 있는 KIA에게 현재 성적보다 더 큰 두려움은 키스톤 콤비의 해체다. 올해 안치홍과 김선빈이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함에 따라 내년 아시안게임 대표팀 명단 합류가 상당히 어려워졌다. 내야는 주전과 백업의 격차가 커 대책이 없는 상황. 1차 지명에서 강민국을 피함에 따라 2차 1라운드에 내야수 지명은 어느 정도 예상되었다. 원광대의 강한울은 발이 매우 빠르고, 신입생 시절부터 3할이 훌쩍 넘는 고타율을 유지하는 등 안타를 만드는 재주가 있는 선수다. 잘해야 대주자 감이라는 일부의 평가는 너무 가혹하며 올해만큼은 1라운드에 걸맞은 활약을 했다. 물론, 육성 방향이 중요하겠지만 말이다. 


2라운드 박상옥부터는 투수력 강화에 초점을 맞췄다. 매해 꾸준하지 않았지만, 올해 모두 수준급 피칭을 한 선수들로 유형별로 구색을 맞췄다. 단, 권윤민 스카우트의 말대로 필요에 의한 지명을 하다보니 장기적으로 팀의 재능을 높이는데 소홀하지 않았냐는 비판이 있을 수 있다. 작년과 올해 신생팀도 아니면서 이렇게 대졸에 집중한 팀은 KIA뿐이다. 장기 프로젝트인 고졸 선수 수집에 소홀히 하면 팀의 간판스타를 만드는 게 어려워질 수 있다.


그래도 위안은 하위라운드에서 건진 박진두의 높은 잠재력이다.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점을 인지하고, 덩치가 워낙 큰 선수이니 건강관리에 소홀함이 없어야겠다. 또 대학행을 고민하는 2루수 박찬호와의 계약이 변수다. 선수 개인의 진로 문제이기에 무엇이 낫다고 덧붙하지는 않겠다. 


전체적으로 보면 최상의 시나리오는 아닐지라도 작년과 비교하면 무난함 이상이라고 평해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