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퓨처스리그& 유망주

기록과 함께 본 2014 드래프트 - SK, 롯데, 넥센 편

끝나지 않은 4위 경쟁을 하는 세 팀. 드래프트에서도 치열한 스카우트 경쟁이 있었다. 내년 시즌 그리고 더 먼 미래를 위해 더 현명한 선택을 한 구단은 어디일까? 드래프트의 배경과 선수들의 기록을 중심으로 간략한 코멘트를 적었다. 선수들의 프로필과 기록은 대한야구협회가 출처임을 미리 밝힌다.



SK 와이번스 - 과거의 영광? 리바운딩을 노려라



이번 드래프트에서 이름값만 보자면 가장 화려한 면면을 자랑하는 팀이 SK다. 2012년 윤형배와 함께 고교리그를 양분했던 동산고 이건욱, 올해 대학리그가 시작되기 전까지 최대어로 불리던 잠수함 특급 박민호, 2007년 드래프트에서 '좌광현, 우영일' 소리를 듣기도 했던 진흥고의 정영일까지. 이들이 기대치대로 던진다면 스카우트의 의도대로 큰 구멍이 뚫린 SK의 마운드는 금세 궤도에 오르게 된다. 문제는 현재의 상태는 그리 낙관적이지만 않다는 사실. 가장 최근의 활약했던 이건욱조차 올해는 예전 같지 않다. 최대한 몸 상태를 세심히 점검해 관리에 나서야 한다.


야수 중에도 특출난 재능의 선수가 있다. 현 두산 소속의 변진수가 이끌던 충암고에서 1학년 때부터 주전으로 맹활약하던 이진석은 다재다능함과 출중한 외모로 제2의 박용택이라는 찬사를 들었다. 다만 학년이 오르면서 신입생 때와 같은 임팩트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올해 SK의 드래프트가 특별해지기 위해서는 이진석의 활약에 달려있는지도 모른다.


이들 외에도 1차 1라운드의 박규민은 좋은 신체조건과 시원스러운 투구폼으로 최고 140km 중반까지 던지는 장래성 있는 선수이다. 7라운드에 지명된 이승진도 비슷한 장점으로 1차 지명 전 이름을 알린 바 있다. 두 선수 모두 제구력이 부족한 원석이라는 게 공통점. 유일한 내야 자원 유서준은 뛰어난 운동능력과 함께 3학년 높은 타율을 기록하면서 급부상했다. 올해 SK가 지명한 선수들은 전체적으로 성장 한계점이 높다. 대신 확실하게 믿을만한 선수도 없다는 게 단점이다.



롯데 자이언츠 - 심재민 아쉬움, 대졸로 채운다



KT의 우선 지명이 발표되고 나서 롯데는 큰 한숨을 쉬었다. 경남고의 김유영도 심재민에 못지않게 훌륭한 선수지만, 스카우트의 로망과 같은 좌완 파이어볼러를 잃었다는 심정은 충분히 이해가 가고 남음이다. 이에 대한 반대급부일까? 롯데는 2차 3라운드까지 모두 투수로만 뽑았다. 그것도 대학에서 좌우완 통틀어 구속이 가장 빠르다는 선수들로만 선별한 듯하다. 


문동욱은 올해 중반부터 치고 나와 최고 140km 중후반의 빠른 볼로 대학 투수 최대어로 가치를 끌어 올렸다. 이인복은 시즌 초부터 서울권 1차 지명 후보로 언급된 강속구 투수 중 한 명이었다. 심규범은 좌완 흉년이었던 대학리그에서 그나마 지명도 있는 선수로 구속은 140km까지 찍힌다. 모두 각 순번에 뽑을만한 기량과 잠재력을 갖춘 선수들이라 롯데의 선택에 대해 호평이 주를 이룬다. 또 내년 제대 선수들로 승부를 볼 시기이기에 경험이 적은 고졸보다 대학 투수가 아무래도 매력적이다. 그렇다고 이들을 즉시 전력감으로 보기는 섣부르지만 말이다.


투수 쪽에 힘을 많이 준 드래프트지만, 야수쪽의 성과도 적지 않다. 울산공고의 배성근은 올해 고졸 유격수 춘추전국 시대를 설명하는 주요 인물 중 하나로 역시 운동능력과 함께 타격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였다. 단국대의 이창진은 이성곤이나 문상철 같은 폭발력은 없지만, 선구안을 무기로 더 안정적인 타자라 할 만하다. 마상우는 2년제 대학에서 뛴 점을 감안해도 파워포텐셜은 확실하고, 9라운드에서는 더할 나위 없는 픽이다. 이상준도 타격 재능은 확실한 외야수. 


KIA의 경우처럼 롯데도 몇몇 꼼꼼하지 못한 픽이 있으나 작년과 비교하면 눈이 번쩍 뜨일 정도로 인상적인 지명을 했다.




넥센 히어로즈 - 포스트 강정호 시대를 준비하다



롯데가 상위 라운드에 대졸 투수 위주의 지명을 했다면 넥센은 정반대로 고졸 야수들로 앞 순번을 채웠다. 많은 타석에 들어서지 못하는 표본의 한계, 투수력을 중시하는 국내 분위기를 고려하면 넥센의 이번 픽은 매우 신선하다. 한편으로는 다소 위험해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물론, 넥센이 이런 과감한 선택을 한 이유가 있다. 강정호는 아직 FA가 되려면 많이 남았지만 그 전에 해외 진출 가능성이 언급되는 특급 중의 특급 선수다. 이를 대비하려면 고졸 야수 스타가 나와야 하고, 육성에는 긴 시간이 걸린다. 즉 지금이 포스트 강정호 시대를 준비하기 적기인 셈. 넥센의 지명은 이렇게 이해할 수 있다.


덕수고의 임병욱은 올해 배출된 다수의 툴시 유격수들 가운데 가장 꾸준했고, 잠재력이 뛰어난 선수로 꼽힌다. 같은 학교의 3루수 임동휘는 고교 최고의 우타자로 불릴 만큼 눈부신 활약을 했다. 임동휘가 두산의 이우성처럼 성장한다면 넥센은 이번 드래프트의 승자라 할 수 있다. 야탑고의 김하성은 준족의 리드오프 유형으로 고교 최고의 2루수로 불린다. 성남고의 이용하는 포수 포지션을 유지할지 미지수이나 타격 재능은 확실하다는 평이다. 고졸 야수가 드래프트에서 가장 위험하다고 해도 이 4명의 빛나는 재능 가운데 스타가 나올 확률은 꽤 높아 보인다.


그래도 상위라운드에 야수, 그중에서도 고졸에 치우친 픽은 부담이 된다. 이에 대한 보험으로 넥센은 투수 지명에서 커맨드 위주의 완성도 높은 투수로 지명 방향을 택했다. 진흥고의 하영민은 올해 드래프트에서 이닝 당 볼넷 수가 가장 낮은 고졸 투수로 제구력이 돋보인다. 구자형은 이번 드래프트 투수 지명 최고의 스틸픽이라고 해도 좋은 대학 정상급 릴리버였다. 넥센이 지명한 투수들이 유독 FIP가 낮은 것을 볼 때 스카우트 혹은 운영진에서 드물게 기록도 신경쓰는 게 아닌가 하는 추정을 하게 한다. 


결과적으로 넥센의 신인 지명은 운동능력과 커맨드의 조합이 꽤나 조화롭다. 또한, 구단 운영진과 장기적인 안목과 배짱이 돋보여 현재와 미래를 모두 잡을 수 있는 픽이 되지 않을까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