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퓨처스리그& 유망주

미래의 스타들, 2013년 상무·경찰청 합격자 정리

임찬규의 경찰청 입대는 올해 LG가 한 일 중 가장 탁월한 선택 중 하나다. (사진 출처 - LG 트윈스)


매년 드래프트 행사가 열리면 팬들은 신인들에게 많은 기대를 한다. 특히 앞 순위에 뽑힌 1라운드 지명자에 대해서는 당장 다음 해 무언가를 보여주기를 바란다. 그런데 고졸 선수들이 특히나 많이 지명되는 특성상 1년 차에 주전급으로 도약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작년 1, 2라운더 중에는 30이닝 이상 투구한 선수가 6.11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한 조지훈을 제외하고 한 명도 없었다. 비단 올해만이 아니라 리그 수준이 올라간 2000년대 중후반부터 있었던 현상이다. 국내리그가 트리플A 수준이라고 하면 충분히 이해가 간다.


그러면 신인 육성 방향을 어떠한 방식으로 바꿔야 할까? 2군에서 먼저 옥석을 선별한 다음 상무와 경찰청에 보내 군 복무와 육성을 함께하는 게 가장 이상적이다. 두산과 삼성은 이 방식의 수혜를 가장 많이 받은 팀이며 이를 바탕으로 선수층을 두텁게 만들었다. 작년에는 유희관, 오현택 등의 스타가 탄생했고, 야수 중에는 정현석, 문선재, 박동원 등이 팀에서 쏠쏠한 활약을 보였다. 이러한 추세로 인해 갈수록 상무와 경찰청 합격의 문은 좁아지고 있으며 구단들의 관심도 지대하다. 그럼 올해는 어떤 선수들이 행운을 잡았는지 살펴보자.



투수 중 가장 빅네임은 고원준과 임찬규다. 아시안 게임을 앞둔 시기에 군에 입대하는 고원준의 심정은 좋지는 않을 듯하다. 그러나 데뷔 후 줄곧 정체된 모습을 보였던 선수이므로 상무 입대가 전환점이 될 수 있다. 


임찬규의 입대는 더 반갑다. 고졸 신인으로 드물게 1군에서 많은 경기에 출장했던 임찬규는 지난 2년간 벅차 보인다는 인상이 강했다. 신체적 성장과 맞물려 기량을 키운다기보다 리그에 적응하기 급급했던 피칭이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다. 퓨처스리그는 임찬규가 진도를 따라가기 훨씬 좋은 레벨이며 2년간 힘과 체력을 기른다면 선발 투수로 거듭나리라 전망한다. 지금 1군에서 고군분투 중인 동기 유창식, 그리고 이제 막 추격조의 역할을 부여받은 한승혁 중에 어떤 선수가 더 빠르게 성장할까? 정답은 없지만, 서비스 타임을 아끼고 군에 입대하는 임찬규의 방식이 더 정석에 가깝다.


그 외에도 눈에 띄는 선수들이 많다. 대졸 출신 선수 중에는 SK의 파이어볼러 문승원과 옆구리 임치영, 송신영 트레이드로 NC에서 넥센으로 이적한 사이드스로 신재영, 두산의 안규영 등도 눈여겨볼 선수다. 비슷한 나이의 롯데 진명호도 1군 콜업에 대한 부담을 버리고 차분히 기량을 쌓을 기회다. 20살 내외의 어린 유망주 중에는 넥센의 좌완 박종윤과 야수로 전향해 큰 성과를 낸 KIA의 김윤동이 팀에서 큰 기대를 받는 선수들이다. 


작년 NC에 1라운드에 지명된 장현식은 올해 합격자 중 최연소로 엘리트 코스를 밟는 셈이다. 반면 오랜 길을 되돌아온 SK의 정영일은 상무에서의 2년이 일생일대에 가장 중요한 시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부디 건강한 몸을 만들어 자신의 재능을 다시 빛내길 바란다.



 야수 중에도 대어급 선수가 있다. 삼성의 배영섭은 1군 리그 최고의 리드오프 중 한 명으로 군에 입대하게 되었다. 시즌 초만 해도 아시안 게임 승선도 가능하리라 봤던 배영섭이기에 누구보다 안타까움이 크게 느껴진다. 그래도 2년 연속 큰 부상을 당했던 배영섭이 군대에서 몸을 추수르고 손시헌처럼 한층 성장한 모습으로 제대한다면 손해만은 아닐 것이다.


탑유망주로 불리는 두산의 외야수 듀오 김인태와 이우성의 입대도 시선을 끈다. 두 선수는 상무와 경찰청에 각각 합격했는데 제대 후에는 혹시나 모를 김현수의 이탈을 메우는 역할을 해줄 잠재력이 있다. 드래프트에서 야구 천대로 많은 이슈를 불러일으켰던 하주석도 상무에 입대한다. 한화 입단 후 하주석은 과도한 기대 속에 체계적인 관리를 받았다고 보기 어렵다. 상무에서는 조바심을 버리고 자신을 증명해내야 한다. 입단 1, 2년 차 만에 입대를 택한 LG의 강승호, NC의 강구성, 강진성, KIA의 한승택 등도 마찬가지. 남들에게 쉽게 찾아오지 않는 큰 기회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좀 더 나잇대가 있는 한화의 오선진이나 LG 정주현, 이천웅, 두산 김동한, 롯데 김상호와 같은 선수들은 1군과 2군의 경계 선상에서 돌파구를 찾는다. 이 밖에도 선수 하나하나 재능이 없는 선수가 없어 팀 내에도 치열한 경쟁을 예상한다.





상무의 중견수 포지션은 2011 드래프트의 라이벌 두산 정진호와 LG 윤정우가 격돌하다. 코너 외야에는 2년 차에 접어드는 파워히터 이우성이 한 자리를 차지할 가능성이 크며 스피드가 좋은 박정음, 강구성 등이 치열하게 경쟁한다. 작년 히트상품 구자욱이 외야로 전향하면 누구도 주전을 안심할 수 없다.


유격수 자리에는 꾸준히 성장 중인 두산 류지혁과 한화의 하주석 경쟁 체제에 김동한과 정주현, 오선진이 2루와 3루 포지션을 나눠 출장할 듯하다. 포수 자리에는 SK의 김민식이 확고한 존재감을 드러내는 가운데 두산의 박세혁, 넥센의 지재옥이 호시탐탐 자리를 위협한다. LG의 유강남은 올해 지명 타자로 더 많이 출장했다. 내년에는 김상호가 가세하기에 타격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지 않으면 많은 타석에 들어서기 힘들다.





경찰청에는 더 많은 선수들이 소속되어 있는 만큼 경쟁이 더 살벌하다. 그래도 삼성의 배영섭과 두산의 김인태는 워낙 뛰어난 기량과 재능을 과시하는 선수들이라 주전 입성이 무난하게 여겨진다. 남은 한 자리는 누가 주전이라고 할 것 없이 양성우, 이천웅, 오준혁 등이 돌아가며 플레잉 타임을 나눠 갖는 체제로 기용될 수 있다.


유격수와 2루, 3루, 포수 포지션은 최윤석, 성의준, 홍재호, 윤여운 등 경험이 더 많은 대학 출신 선수들과 루키급 고교 출신 강승호, 강진성, 한승택 , 황윤호 등의 대비가 흥미롭다. 여기에 김재율, 장영석 등 타격에서 강점을 가진 1, 3루 자원들이 건강하다면 주전에 가까운 타석수를 보장받을만하다.


마지막으로 국방부가 경찰청의 인력 조정을 요구해 경찰청 야구단이 해체될지도 모른다는 소식이 있었다. 부디 선수들에게 피해가 가는 불상사가 앞길 바라며 2년 후를 기약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