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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메모

롯데 최적의 퍼즐 최준석, 보상 선수는?

엇갈린 평가에도 불구 최준석이 롯데 내에서 세 손가락 안에 드는 타자임은 부인하기 어렵다. (사진 출처 - 두산 베어스)


마지막 남은 FA 신청자 최준석의 행선지가 결정됐다. 18일 롯데는 전 두산 소속 최준석과 4년간 계약금 15억, 연봉 4억, 옵션 4억으로 총 35억원에 계약을 맺었다고 발표했다. 롯데는 최준석을 영입하기 전 공공연하게 리드오프 유형의 선수를 원한다고 말해왔다. 따라서 최준석과의 계약은 FA 시장에서 정근우, 이종욱을 놓치면서 선택한 꿩 대신 닭이라는 이미지도 없지 않다. 최준석은 확실히 두 선수 보다는 지난 몇 년간 활약이 저조했다. 지난 두 시즌 타석 수가 350타석 이상 차이 나고, 지명-1루 포지션임에도 OPS는 대동소이했다.


그런데 최준석의 이런 약점으로 인해 롯데가 얻은 것도 있다. 바로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 SK와 KIA는 정근우, 이용규를 잃었음에도 공격력 보강에 중점을 두지 않았고, NC는 이종욱 영입 후 관심이 식었다. 롯데는 마지막에 남아 여유 있게 협상하며 달아오른 시장에 영향을 비교적 적게 받고 협상에 임할 수 있었다. 실제 어디까지 옵션이 올라가는지 모르지만, 공개된 가격 차이는 20억 가까이 난다. 장원준이 내년 FA 시장의 잠재적 최대어라고 보면 이 차이는 팀에 중요한 저축이다.


게다가 중견수에 전준우, 2루수에 정훈이라는 젊은 야수가 있는 것과 달리 1루-지명 포지션은 무주공산. 애초에 롯데에 가장 어울리는 선수는 최준석이었는지 모르겠다. 만약 바뀐 외국인 선수 규정이 아니었다면 롯데가 최준석을 영입할 수 있었을까? 2014시즌이 시작되기 전부터 우주의 기운이 부산에 모이기 시작하는 느낌이다.



관건은 최준석이 큰 부상 없이 밥값을 하느냐다. 2007년 이후 최준석의 커리어는 아래와 같다.




2001년 드래프트에서 롯데에 지명됐던 최준석은 2006시즌 중 김진수와 함께 당시 34세의 외야수 최경환과 30세 내야수 이승준의 대가로 트레이드된다. 롯데 시절 최준석은 1군에서 이렇다 할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트레이드된 시즌에도 21경기 41타석 .158의 타율, 홈런은 단 하나에 그쳤다. 하지만 1군 통산 373타석으로 어떻게 선수를 평가하기는 무리다. 유망주 발굴에 일가견이 있는 두산이 최준석의 진가를 알아보고 성공적인 트레이드를 성사시킨 셈이다. 최준석은 이적하자마자 314타석 동안 .747의 OPS와 10개의 홈런을 치며 곧바로 잠재력을 드러냈다.


2007년 시즌의 출발도 좋았다. 시즌 시작부터 6월까지 250타석 동안 .264AVG .336OBP .486SLG 10개의 홈런을 쳤는데 7월 이후 54경기에서 .218의 타율 .359의 장타율로 부진하며 아쉽게 시즌을 마쳤다. 이는 무릎 부상의 영향으로 시즌을 마치고 수술과 재활에 매달린다. 무릎 수술 후유증은 2008년까지 이어지는데 이 시기 타율은 2할 중반에 불과했다. 타율과 연관해 BIPA 수치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BIPA 수치는 삼진, 볼넷, 파울, 홈런 등을 제외하고 인플레이 된 공이 얼마나 안타가 되느냐를 나타낸 수치다. 어느 정도 운이 개입되지만, 부상으로 인한 컨택능력 하락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2008년 이후 최준석의 BIPA가 다시 한 번 2할 중반대로 떨어진 해는 2012년이다. 마찬가지로 무릎 상태가 좋지 않아 다시 한 번 무릎 수술을 받았던 해다.




 

지난 4년간 홍성흔은 .861의 OPS를 기록했다. 최준석이 올해 기록한 타격과 비슷한 수치다. (사진 출처 – 롯데 자이언츠)


건강할 때 최준석의 생산력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2009년부터 3년간 평균 .865의 OPS를 기록했고, 매년 15개 이상의 홈런포를 쏘아 올렸다. 두 번째 무릎 수술에서 돌아온 2013년에도 회복 속도는 빨랐다. 타석 수는 홍성흔 영입에 따른 영향일 뿐이고, 지명 타자로서 기본은 되는 성적을 올렸다. 또한, 포스트시즌 방망이가 불을 뿜어 한국 시리즈를 마친 후 타격을 합산하면 전성기와 크게 다르지 않다.


앞서 말했듯 최준석에 대한 긍정적인 전망은 건강했을 때의 가정이다. 하지만 FA 선수는 모두 불안 요소가 있다. 롯데의 영입 우선순위 중 한 명인 이종욱의 나이는 최준석보다 세 살, 염가계약이라는 박한이는 4살이 더 많다. 30대 중반의 나이에 선수를 영입하는 것 역시 모험이라고 보면 최준석의 계약은 확실히 저렴한 편이다.



 


여기에 잠실 구장을 홈으로 쓰는 불리함을 반영하지 않을 수 없다. 잠실 구장은 3루타가 가장 많이 나오는 반면, 홈런은 가장 적게 나오는 구장이다. 최준석처럼 느리고, 힘으로 승부하는 슬러거 유형의 선수는 손해를 보는 구조다. 흔히 박병호가 백투백 MVP를 차지한 배경에는 심리적 안정감을 꼽는다. 그 요인 중 하나에 구장 변화도 있으리라 여겨진다. 박병호만큼은 아니더라도 최준석에게도 이런 효과를 어느 정도 기대해 볼 수 있지 않을까?



마지막으로 롯데가 두산에 보낼 선물인 보상 선수 후보를 보자.



※ 홍성민, 박기혁을 추가했습니다.


많이 알려졌다시피 두산은 야수층이 두터운 팀이다. 세 명의 야수가 빠져나갔음에도 내야는 허경민, 최주환, 이원석, 오재원, 오재일, 김재호, 고영민, 김동주, 김강 등이 경쟁하고, 외야는 김현수를 축으로 민병헌, 정수빈, 임재철, 박건우, 오현근 등이 경합한다. 반대로 롯데는 야수에 비해서 투수 자원이 풍부한 팀이다. 그렇다면 당연히 최대한 투수를 보호하는 전략을 짜는 게 유리하다.


두산도 트레이드를 염두에 두고 야수를 선택하기에는 가치가 뛰어난 선수가 없어서 엔간하면 투수로 방향을 정할 듯싶다. 가장 유력한 후보라면 스윙맨 4인방 이상화, 이재곤, 진명호, 김수완과 올해 2군에서 좋았던 허준혁과 1차 지명자 송주은 등이 있다. 이들 모두를 보호하기는 어렵기에 결국 투수쪽에서 보상 선수가 나오리라 전망한다. 


행여 보상 선수로 간 선수가 두산에서 큰 성공을 거둘 수도 있다. 그래도 롯데는 이번 FA 영입으로 자신의 가장 부족한 장타력을 얻고, 중복자원을 보냈다. 2014년 우승을 노리는 롯데라면 손해보는 장사는 아니라는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