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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메모

KIA 유니폼 입은 이대형, 롤모델은 마이클 본

이대형 영입은 방망이가 아니라 슈퍼소닉이라 불리는 그의 발이 얼마나 효율적으로 움직이느냐에 성패가 달렸다. (사진 출처 - LG 트윈스)


한화의 파상공세에 이용규를 잃은 KIA가 부랴부랴 중견수를 영입했다. 그 이름은 이종욱이 아닌 이대형이다. 애초에 KIA의 영입리스트에 이종욱도 있었을 확률이 높다. 하지만 NC가 더 강한 오퍼를 했고, 팀은 차선책을 택했다. 이대형은 FA 시장이 열리기 전에도 논란이 있던 선수다. 그의 활약이 FA를 선언할 만큼 뛰어나지 않다는 시각이 많았기 때문이다. 본 블로그에서도 그의 타격&포지션 수치와 연관된 WAR을 통해 이에 강하게 동조했었다. (솔직히 말해 기존의 견해을 뒤바꾸는 글을 쓰게 된다면 스스로 부끄럽고, 선수에게 참으로 미안한 일이다.) 


세간의 이런 평을 비웃듯 KIA는 이대형에게 4년간 계약금 10억, 연봉 4억, 옵션 2억이라는 장기 계약을 안겼다. 과연 이대형이 그만한 가치가 있는 선수인가?



이대형의 가치, 관건은 수비와 주루


 

타격만 보자면 회의적이다. 2011년 이후 내림세를 탄 이대형은 최근 3년간 마이너스에 가까운 팀 기여도를 보였다. 통산 BIPA는 .314로 최근보다 높긴 하나 이를 적용해도 타율은 2할 중반대다. 2010년 높은 WAR의 비결도 타율보다는 실책으로 인한 출루가 무려 12개나 되었기에 가능했다. 실제로 그의 타격 실력보다 발로 인한 활약이 주를 이룬다고 보면 된다. 그런데 2013년에는 도루 실패가 도루 숫자에 가까워졌으니 가치가 땅을 칠 만하다. 


그럼에도 불구 이대형이 실제로는 팀에 꽤 도움이 되는 존재일지도 모른다. 메이저리그의 마이클 본이란 선수의 WAR 관련 스탯을 보자.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의 중견수 겸 1번 타자 마이클 본은 타격보다 수비와 주루능력에 의존하는 선수다. 이대형보다는 홈런이 더 많고, OPS가 높긴 해도 리그 평균을 넘기기 어렵다. 대신 초록색 수치가 나타내듯 빠른 발을 무기로 수비와 주루에서 최상급 플레이를 보여준다. 82년생 마이클 본은 작년 구단의 퀄리파잉 오퍼를 거절하고 FA 시장에 나와 우여곡절 끝에 인디언스와 4년 4800만 달러의 계약을 맺었다. 타격만 본다면 어림 반 푼어치도 없는 가격이지만, 그의 수비와 주루 플레이는 연봉 값어치를 한다는 평이다.




2010년 마이클 본의 환상적인 주루플레이. 추가 진루가 얼마나 위협적인지 보여준다. (영상 출처 - 유튜브)


같은 나이에 FA 시장에 나온 이대형은 마이클 본과 흥미로운 비교다. 물론 리그 대비로 봐도 이대형이 마이클 본처럼 뛰어난 선수는 아니다. 허나 수비와 주루가 정확히 측정된다면 반응은 지금과 전혀 달랐을지도 모른다. 예전 스탯티즈 기록실에서 이대형의 주루 플레이를 통한 팀 기여가 0.5승 이상이라는 수치가 매겨지기도 했다. 수비 포함 1승 정도는 무난하지 않을까? 메이저리그와 비교해 KBO는 공급이 적은 리그이기도 하고.



영입 손익 계산서? 궁합은 OK!


 

삼진%가 낮고, 뜬공 비율이 높은 서재응에게 수비 범위가 넓은 이대형의 합류는 천군만마다. (사진 출처 - KIA 타이거즈)


또한 이대형이 KIA에 참 필요한 유형이긴 하다. 올해 KIA는 제대로 중견수 수비를 해 줄 선수가 없어서 상당히 고생을 했다. 김주찬이나 신종길 모두 빠른 발에도 경험이 미숙하고, 김원섭을 부상으로 결장했다. 코너에 나지완과 이종환은 리그 평균보다 한참 떨어지는 수비를 한다. 올해 KIA의 FIP(수비를 가능한 배제한 추정 방어율)는 4.34, 평균자책점은 이보다 약 0.79 높은 5.13이나 된다. 팀 수비 스탯 중 하나인 DER 수치는 .649로 압도적인 꼴찌. 한마디로 투수에게 지옥과 같은 곳이었다.


KIA의 오프시즌 우선 과제가 타격도, 투수력도 아닌 수비력 보강이라고 하면 이대형 영입은 방향성 면에서 매우 적절하다. 비교적 강한 내구성도 부상병동 KIA에는 큰 장점이다. 


문제는 역시 보상제도. 이대형의 타격 외적인 부분에서 가치가 정확히 나오지 않는 상황에서 불합리한 규정인 보상 선수가 걸린다. 



야수와 투수를 나눠서 보면 김주형, 신승현, 박기남, 김윤동, 한기주, 유동훈 등이 보상 선수로 지명될 후보다. 누가 포함되든 잠재력이나 활용도 면에서 아쉬운 목소리가 나올 수밖에 없다. 


이런 부분을 감내하고, 이대형의 합류가 KIA에 얼마나 플러스 요인인지 여전히 확신하지 못하겠다. 그래도 긍정적인 요소는 중복 투자가 아니라는 점. 그리고 국내 기록실에는 나오지 않는 수비와 주루 능력이 최상위라는 확신이 있다면 이대형 영입은 그럭저럭 이해가 된다. 이대형의 약한 어깨는 점수를 많이 갉아 먹겠지만 말이다. 추가로 KIA 유니폼을 입은 이대형이 '패완얼'의 진리를 다시 한 번 입증할는지도 소소한 관심거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