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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메모

2013년 2차 드래프트 구단별 득과 실 (상)

11 22일 프로야구에서 두 번째로 2차 드래프트가 시행되었다. 2년 전 지명되었던 이재학, 김성배는 스타급 선수로 자리 잡았고, STC 효과를 본 신용운도 재기했기에 이번 드래프트는 더욱 관심이 모아졌다. 드래프트가 열리기 전부터 언론에서 일부 베테랑급 선수들을 언급되면서 논란이 일기도 했다. 예상대로 지난번보다는 유망주들을 감추는 전략을 채택한 것으로 추측된다. 그러나 여전히 1, 2년 차 선수들이 지명되었고, 몇몇 팀의 피해가 가중되는 등 적지 않은 뒷말을 남기고 있다. 2차 드래프트의 개선 방향에 대해서는 앞으로 계속 논의하기로 하고, 이번에는 각 구단에 지명된 선수들에 대해서 살펴보자.

 



KT 위즈 - 마법사는 미래를 본다

+ 김주원 LHP(22), 이윤학 RHP(19), 김용성 RHP(25),

  이준형 RHP(20), 김사연 IF(25), 김동명 C(25), 김영환 IF(20), 신용승 OF(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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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생팀에게 있어서 2차 드래프트는 매우 중요한 기회다. 2년 전 NC는 이재학을 뽑아 선발 로테이션의 한 축을 세웠다. 10구단 KT는 한 번 2차 드래프트를 경험한 기존 구단들이 베테랑을 내놓는 전략으로 바꾸면서 부득이하게 손해를 입게 됐다. 내년 퓨처스리그를 뛰는 신생팀 입장에서 나이 든 선수를 뽑을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결국, KT NC보다 더 벌리 보는 방향으로 선수를 선택했다. 2년 전 NC가 오정복, 허준, 조평호 등 1군 경험이 많은 선수를 지명한 것과 대조적이다.

 

1 SK 출신 김주원은 모든 이들에게 생소한 이름이다. 사실 이 선수는 2011 SK 2라운드에 지명됐던 김민식이다. 개명한 지 얼마 되지 않아 KBO 홈피에도 찾을 수 없었다. 김민식은 개성고 출신으로 김응용 감독에게 사랑받은 선수로 유명하다. 덩치 큰 좌완에 140km 초중반을 던지며 SK의 실질적인 1라운드 픽이라는 소리를 들었다. 그러나 지난 3년간 부상으로 단 20경기에만 출장했다. 과연 한화 순번에 남았으면 김응용 감독에게 간택됐을까? 아마도 KT가 빠르게 집어간 원인이 아닐까 한다.

 

이윤학은 재작년 LG 3라운드 지명된 신인으로 188cm의 신장에 성적도 뛰어났다. 아직 구속이 빠르지 않고, 작년 부상으로 출장이 적어 40인에 풀린 듯하다. 김용성은 2006년 두산 2 1라운드 출신으로 작년 고양 원더스에 입단해 화제가 된 선수. 기복이 심하고 제구가 불안하나 140km 중후반을 뿌리는 강한 어깨로 올해 5월말 LG에 입단했다.

 

3라운드 이후 지명한 선수들의 면면도 이전 세 명에 못지않다. 5명 중 4명이 삼성인데 작년 조범현 감독이 포수 인스트럭터로 있던 영향으로 여겨진다. 이준형은 류중일 감독이 콕 찍어 미래의 에이스라고 할 정도로 체격과 어깨 돋보인다. 신일고 출신 김영환은 정현 뒤에 뽑힌 내야수로 아마시절 공수에서 모두 최상위 활약을 했다. 다만, 이 둘은 작년 부상으로 프로에서 활약이 미미하다는 약점이 있다.

그 외 신용승은 고교 시절에 이어 퓨처스리그에서도 높은 타율을 이어가고 있고, 김동명은 조범현 감독이 삼성에 오기 전부터 주목받은 선수. 현시점에 2015 KT의 주전 포수로 가장 유력한 선수가 아닐까 한다.

 



오프시즌 한화 영입의 특징은 내년보다 더 먼 미래에 투자하고 있다는 점이다. (사진 출처 - LG 트윈스)

 

한화 이글스 - 정규시즌 열등생? 오프시즌 우등생

+ 이동걸 RHP(30), 이성진 RHP(21), 최윤석 SS(26), 3

- 이여상 IF(29), 6

 

오프시즌 절망에 빠져있던 한화의 겨울 행보는 눈이 부셔 제대로 쳐다보기가 힘들 정도다. 2차 드래프트에서도 그 기세는 쭈욱 이어진다. 1라운드에서 한화가 택한 선수는 무명에 가까운 이동걸이다. 다른 팀들이 커리어가 화려한 빅네임 선수를 고른 것과 비교하면 조금 의아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아직 리빌딩 팀에 가까운 한화가 나이 많은 선수를 선택하기는 어렵다. 이동걸은 140km 초중반의 위력적인 패스트볼을 가지고 있고, 지난 3년간 2군에서 선발로 꽤 기회를 받을 만큼 건실한 선수였다. 이동걸이 확실히 1군에서 통한다고 하기는 완성도 면에서 애매하나 한화 투수진에서는 경쟁력 있고, 건강하다는 게 장점이다.

 

이성진은 유망주라는 표현이 가장 잘 어울린다. 2010 드래프트에서 LG 4라운드에 지명된 후 2번이나 신고 선수로 전환됐지만, 매년 발전하는 모습을 보였다. 구위보다 커맨드에 강점이 있고, 성적만 보면 퓨처스리그 LG 투수 중 류제국 다음으로 좋았다. 한화 투수 팜 내에서 조지훈, 임기영 다음으로 놓아도 무리가 없다.

최윤석은 3라운드 지명이 놀라운 수비력 좋은 유격수로 이미 지명도가 있다. 경찰청 합격도 단점이 아닌 장점이다. 2군에서 2년간 경험을 쌓는다면 예전 김민재처럼 한화에 큰 도움을 줄 수 있는 선수다.

 

반면 이여상은 정근우 영입, 한상훈 재계약으로 더욱 팀 내 입지가 줄었다. 한화가 얻은 선수는 모두 4년 차 이상으로 2차 드래프트의 취지에 부합한다. 한화처럼만 하면 2차 드래프트의 부작용을 누가 논하겠는가?

 


불펜에서 고정된 보직을 맡는다면 김상현은 더 효과적인 피칭을 할 확률이 높다. (사진 출처 - 두산 베어스)


KIA 타이거즈 - IF가 붙는 즉전감, 기량은 확실

+ 김상현 RHP(33), 김민우 IF(34), 김준 LHP(28), 2

- 김성계 RHP(28), 6

 

KIA 타이거즈는 2차 드래프트에서 잃은 선수가 2라운드 김성계 한 명뿐이다. 신생팀 KT를 제외하고 KIA보다 보상금 득실이 마이너스인 팀은 없다. 이는 팀 선수층이 빈약하다는 타구단의 인증이니 어떻게 보면 치욕이 아닐 수 없다. KIA 스카우트진이 2차 드래프트의 승리라고 결과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서는 곤란하다.

 

그와 별개로 KIA가 받은 선수가 잃은 선수보다 가치가 커 보이는 것은 분명하다. 김상현은 올해 불펜에서 28경기 등판 40.2이닝 동안 3.73FIP를 기록해 평균자책점보다 훨씬 좋은 수치를 나타냈다. 성적만 보면 당연히 KIA에서는 마무리 다음으로 나올 필승조다. 관건은 건강. 올해 부상에서 돌아온 김상현은 시즌 중반 팀 사정으로 인해 불펜에서 선발로 뛰며 스윙맨 역할을 했다. 그 영향인지 7월 전까지 50.2이닝 4.26ERA 4.16FIP, 이후에는 16.1이닝 11.02ERA 5.71FIP로 성적이 추락했다. 그리고 지난 10 7일 뼛조각 제거 수술을 했다고 한다. 2차 드래프트에서 김상현 획득은 횡재에 가까우나 그만큼의 위험요소도 내포하고 있다.

 

김민우는 작년 음주운전으로 넥센의 상승세에 찬물을 끼얹은 선수로 알려졌다. 실제로 영향이 컸든 적었든 도덕적 책임은 회피할 수 없다. 그렇지만 KIA는 선수로서 매력을 거부하기 어려웠다. 김민우는 2루와 3루에서 괜찮은 수비수이고 빠른 주자다. 결정적으로 FA 이대형 보상 선수와 관련해 박기남을 보호하지 않아도 되는 전략적 이유가 있다.

 

유일한 20대 김준은 진해수가 영입되기 전까지 1군에서 좌완 원포인트 역할을 했다. 고려대 시절 에이스 위치였고, 140km 전후의 빠른 볼과 슬라이더가 무기인 군필 투수. 문제는 올해 8월 이후 등판 기록이 없고, 프로에서 내구성 있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눈에 보이는 소득에도 불구 선수들의 나이와 건강은 이번 지명에서 남긴 아쉬움이다.

 



이상민은 장기적으로 넥센의 좌완 릴리프 고민을 해결할 대안이다. (동영상 출처 - 유튜브)


넥센 히어로즈 - 돈도 벌고, 선수도 벌고

+ 이상민 LHP (23), 강지광 OF(23), 윤영삼 RHP(21), 9

- 신현철 IF(26), 김민우 IF(34), 심수창 RHP(32), 김대유 RHP(22), 김사연 IF(25), 6

 

1 2차 드래프트에서 넥센은 단 한 명의 선수도 뽑지 않았다. 아마도 예산 부족이었을 것으로 추정한다. 다행히 이번 드래프트에서 넥센은 3명의 선수를 모두 지명했다. 5명의 선수가 다른 팀으로 불려 가면서 3억의 이득을 챙겼다. 게다가 선수 장사도 꽤 괜찮았다는 평을 하고 싶다.

 

넥센이 첫 번째로 지명한 선수는 동의대 출신으로 NC 7라운드 지명된 좌완 이상민이다. 구속이 빠른 선수는 아니다. 대신 존을 공략하는 제구력에 장점이 있는 선수다. 원포인트 릴리프로 적은 이닝이지만 프로에 매우 잘 적응했다. 좌완이라는 게 큰 매력으로 머지않은 시일 내에 1군 합류가 기대된다.

 

우완 윤영삼도 비슷한 유형의 선수다. 지난 2차 드래프트에 삼성에서 NC로 이적한 경력이 있는데 매력 없는 선수라면 지명될 리가 있겠는가? 6월 말 팀에 합류 26이닝 동안 볼넷은 단 3. 3라운드에 지명할 가치는 차고 넘친다. 넥센은 올해 아마추어 드래프트 지명부터 볼넷 적은 투수를 컨셉으로 잡은 듯하다. 그에 반해 강지광은 기술보다는 강한 어깨와 파워 등 툴에 강점이 있다. 상위 지명 투수 출신으로 올해 야수로 전향해 길게 보고 만들어갈 원석이다.

 

잃은 선수를 간단히 말하자면 팀 내 쓰임새는 많이 떨어진다. 새로운 용병으로 유력시되는 비니 로티노는 내외야 유틸로 신현철, 김민우 등의 자리를 메워준다. 물의를 일으켰던 선수를 모두 내보낸 인사도 기강 확립 차원에서 긍정적으로 볼 여지가 많다.

 

 

롯데 자이언츠 - 유망주 자리 베테랑으로 덧칠

+ 이여상 IF(29), 심수창 RHP(32), 3

- 이정담 RHP(22), 양종민 SS(23), 5

 

한화, KIA와 마찬가지로 롯데는 2차 드래프트로 이득을 볼 수밖에 없는 팀이다. 팜 상황이 좋지 못해 40인에 엔간한 선수는 대부분 지킬 수 있다. 역시나 롯데의 선수들은 2라운드에 1, 3라운드에 1명 선택됐을 따름. 그럼에도 롯데 스카우트는 기존 선수와 견줄 선수가 없다며 지난번에 이어서 유일하게 3라운드를 패스했다. 설마 진심이 아니길 바란다. 과연 이런 태도의 프런트가 지속 가능한 강팀을 만들어낼지는 상당히 회의적이다.

 

게다가 지명 방향에 대해서도 우려스러운 부분이 있다. 왜 롯데가 첫 번째로 이여상을 택했는지 의도는 파악된다. 황재균의 입대 날짜가 얼마 남지 않아 3루를 봐줄 선수가 필요하긴 하다. 허나 팀 내에 이여상과 비슷한 위치로 3살 어린 군필 내야수 손용석이 있다. 올해 손용석이 심히 부진했으나 이여상도 그에 못지않았다. 1라운드에 더 나은 선택지는 없었는지 의아하다.

 

투수 쪽 심수창 영입은 좀 낫긴 하다. 그래도 이상화를 비롯해 이재곤, 김수완 등 스윙맨 트리오의 입지는 좁아지게 된다. KIA 김민우 영입이 보호 선수에서 유망주를 지키기에 유리했다면 롯데는 반대의 경우라 할 수 있다. 물론, 내년 롯데가 우승을 노리는 팀이기에 나쁘다고만 할 수 없으나 중복 투자라는 인상이 짙게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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