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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메모

이대수, 조인성 트레이드는 프런트의 결자해지

시즌 초 자신의 기용에 불만을 나타낸 조인성은 건강하다면 한화에서 더욱 중용될 것이다. (사진 출처 - SK 와이번스)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화요일 저녁. 한화가 포수 조인성을 받고, SK에 내야수 이대수와 김강석을 내주는 트레이드가 발표됐다. 김강석을 제외하면 선수들의 인지도가 워낙 크고, 왜 트레이드가 이루어졌는지 쉽게 파악된다. 발표 날짜도 한화와 SK가 주말 경기를 끝내고 난 후라 물 흐르듯 자연스러운 트레이드라고 할 만하다.



먼저 SK는 내야진의 줄부상으로 인해 미들인필더 보강이 절실했다. 정근우의 이적 후 박진만이 무릎 부상으로 6경기 만에 전력에 이탈했고, 5월 중순 이후 팀의 간판 최정이 허리 부상으로 경기에 엔트리에 제외됐다. 작년과 비교하면 3명의 주전 선수의 공백이 생긴 셈이다. 박계현이 눈부신 스피드로 콜업 후 기대 이상의 활약을 해주고 있다지만, 1군에서 뛰기에 준비가 완벽하지는 않다.




위 표는 5월까지 유격수와 2루 포지션에서 50이닝 이상 뛴 선수들의 타격기록을 팀 별로 정리한 표다. 선수가 해당 포지션으로 출장할 시의 타격 기록은 아니므로 정밀하진 않지만, SK 키스톤 콤비의 저조한 생산력을 나타내기에는 충분하다. 


김성현과 신현철의 OPS는 7할 초반으로 생각보다 나쁘진 않으나 타고 투저에서는 리그 평균에 못 미친다. 게다가 나주환이 6할도 되지 않는 OPS로 심각한 부진에 빠져 있다. 그렇다고 빼자니 수비력이 걸린다. 참고로 유격수 포지션에서 50이닝 이상 뛴 선수 중 가장 수비율((자살+보살)/(자살+보살+실책))이 낮은 선수는 송광민(.903)이 아닌 신현철(.865)이다. 실제 신현철의 수비력이 이 수치보다 훨씬 낫고 2차 드래프트 영입으로는 괜찮은 선수라고 하더라도 SK는 정근우의 대안에 대해 좀 더 고민했어야 했다. 삼성 나바로가 가장 필요로 했던 팀은 SK로 여겨진다.


이런 상황에서 이대수의 영입은 큰 도움이 되지 않을 수 없다. 이대수는 유격수, 3루, 2루를 모두 소화할 수 있는 베테랑 내야수로 미들인필더 중에는 평균 이상의 공격력을 가지고 있다고 평가된다. 김응용 감독 체제에서 신임받지 못하고 있지만, 여전히 4강에 도전하는 SK에서는 주전에 가까운 플레잉 타임을 얻을 공산이 높다. 


함께 온 김강석은 냉정히 말하면 큰 기대를 하기가 쉽지 않다. 85년생으로 유망주로 불리기에는 많은 나이와 2011년 올스타전에서 입은 부상 후에는 퓨처스리그에서 많은 경기에 뛰지 못하고 부진했다. 프로 초창기 2루수로 수비력에 약점을 보이자 외야수로 포지션을 전향하면서 선수로서의 가치는 더 떨어졌다. 그래도 경성대 시절부터 리드오프로 빼어난 활약을 했고, 2009~2010년 423타석 동안 .337의 타율, 4할 중반이 넘는 출루율을 기록할 정도로 타격에서는 재능이 있는 선수다. 트레이드의 옵션으로는 보자면 쏠쏠한 영입이 아닐까 싶다.




2009시즌 두산처럼 한화도 이대수의 적절한 활용법을 찾지 못하고 트레이드를 결정하게 됐다. (사진 출처 - 한화 이글스)


한편, 만 32살, 28살의 선수를 내주고, 재활이 아직 끝나지 않은 39살의 노장을 영입한 한화의 속내는 뭘까? 현재 4위 SK와 8경기 차로 성적보다는 리빌딩에 초점을 둬야 하는 시점이다. 선수 미래 가치만 보자면 한화가 다소 손해를 본 트레이드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팀 전체로 보면 한화도 충분한 소득이 있었다. 2루에는 정근우, 유격수로는 한상훈, 3루에는 송광민과 김회성이 확실히 자리 잡은 상황에서 이대수는 너무나 비싼 백업이다. 올해를 제외하고도 이대수의 연봉은 3년간 10억 5000만원이 남아 있다. 한화 프런트가 실제로 어떤 생각에서 트레이드를 실행했는지 확신할 수는 없지만, 형태로 보면 메이저리그나 NBA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연봉을 처분하는 움직임과 크게 다르지 않다.


게다가 이 금액으로 팀의 취약점이 포수 자리를 메울 수 있다면 마다할 이유가 없지 않은가? 조인성이 아무리 수비력이 예전 같지 않아도 정범모나, 김민수보다는 투수에게 훨씬 안정감을 준다. 타격에서도 회복의 여지가 있는 선수다. 한화는 향상된 경기력으로 오랫동안 인내심을 시험당한 팬들에게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다.


조인성의 3년 계약은 올해를 마지막으로 끝나고, 내년부터는 좀 더 저렴한 가격에 기용 가능하다. 설령 기량 저하가 심각하더라도 적절한 가격으로 후배들과 노하우를 공유하고, 김민수, 엄태용에게 성장할 시간을 주는 자체로 도움이 된다. 김응용 감독과 팬들도 만족시키고, 비용도 절감하니 일석 삼조의 트레이드다.



단, 아쉬움이라면 트레이드를 하기 전까지 보인 양 팀이 보인 행보다. SK는 2012시즌 전 조인성을 영입하고 난 후부터 포수 포지션의 교통 정리 문제가 제기되어 왔다. 그사이 박경완은 트레이드를 요구했고, 프런트는 이를 가볍게 묵살했다. 올 시즌 초에는 조인성이 입지가 축소되어 비슷한 뉘앙스의 인터뷰를 했다. 결국 두 선수 다 만족할 결과를 얻은 듯하나 막다른 골목에 이르고서야 굼뜬 결정을 했다는 인상이다. 정대현, 이승호를 잃고, 부랴부랴 시행한 조인성 영입의 후유증은 결국 해당 선수가 나가고 나서야 해결됐다는 아이러니가 있다.


한화도 마찬가지. 애초에 이대수를 기용하지 않을 계획이었다면 재계약에 적극적이지 않아도 됐다. 정근우 영입 시점에서  이대수가 FA로 다른 팀으로 이적했다면 계약금 4억을 주지 않아도 됐고, 보상 선수로 조인성보다 어리고 가치가 높은 선수를 영입할 확률이 있었다. 당해 재계약 한 선수를 특별한 이유 없이 2군에 보내고, 5월이 끝날 때까지 9경기 17타석만을 뛴 상황을 쉽게 이해할 수 있을까? 


프런트와 감독간 소통에 문제가 있음을 의미하고, 선수단 구성에 대해서도 주먹구구식 운영을 한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조인성 영입도 드래프트로 쌓인 팀의 포수 유망주들의 경기 시간을 확보하지 않는다면 베테랑의 조언과 관계없이 장기적으로 실패한 영입이 되고 만다. 한화는 팀 운영에 더 섬세함을 보여야 한다.


어찌 됐든 이번 트레이드는 과거의 잘못 혹은 비효율성을 만회하는 움직임임에는 분명하다. 리그에 보다 트레이드가 활성화되어서 팀마다 자연스럽게 생긴 불안요소를 해소하고, 팬들에게 한층 나은 경기력을 보여주길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