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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메모

5월 한 달 팀 스탯, 리그 위에 삼성 야구

FIP는 가능한 수비를 배제한 추정 방어율

FIP = (13*HR + 3*(BB-IBB+HBP) - 2*K) / IP + 3.20(혹은 시즌에 따른 특정값)

 

wOBA = (0.72*(볼넷-고의사구) + 0.75*사구 + 0.90*1B + 0.92*실책출루 + 1.24*2루타 + 1.56*3루타 + 1.95*홈런) / (타석-고의사구) 

※ wOBA는 출루율처럼 보면 되는 종합 타격 스탯입니다. wOBA와 FIP계수는 톰 탱고가 공개한 방식으로 조정하였습니다. 팬그래프도 wOBA는 같은 방식으로 매해 조정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DER = (타석-안타-삼진-사사구-에러로 인한 출루 허용) ÷ (타석-홈런-삼진-사사구)

수비 효율(DER)은 인플레이 된 타구에 대해 얼마나 출루를 억제하느냐에 대한 기록. 수비수들의 어깨를 반영하지 않으므로 완벽한 수비스탯이라고 할 수 없지만, 국내 현실상 유용한 수비스탯이라고 여겨진다.

 

스피드스코어(Spd)는 도루 성공, 도루 시도, 3루타 비율, 출루시 득점 확률, 병살 아웃 빈도, 레인지팩터 등 6가지 항목을 수치로 평균을 내 기동력을 측정하는 스탯. 이 글에서는 RF9을 뺀 5가지 항목을 기준으로 했다. 






야구장은 지금 전쟁터다. 타고투저의 상황은 5월이 되자 훨씬 극심해졌다. 시즌 전체로 봐도 평균자책점이 33년 역사 최초로 5점대를 넘겼고, 실점률도 역대 최고다. OPS, 타율, BABIP 등 역시 기록을 경신 중이라 체감상 타자 방망이에 맞으면 안타가 될 것만 같은 느낌이 든다. 포화 속에 각 팀의 승리 방정식은 무엇인지 위 기록을 통해 추측해보자.



삼성 라이온즈 - 강력한 왕조의 방패


날씨가 더워지면 삼성은 강해진다. 이 말인즉슨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전력이 반영되어 통계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는 뜻도 된다. 체력 안배를 하는 삼성의 노하우가 반영된 것일 수 있다. 그리고 삼성은 5월이 되자 순식간에 전세를 역전 시켰다. 다른 팀과 차별화하는 안정된 투수진 덕이다. 삼성의 토종 선발진은 리그에서 유일하게 3년 연속 100이닝을 소화했다. 여기에 밴덴헐크는 5월 10이닝 이상 던진 선발 투수 중 가장 낮은 평균자책점과 FIP로 '킹스가드' 역할을 톡톡히 했다. 두터운 투수진에 외국인 선수까지 활약을 해주니 약점을 찾을 길이 없다.


불펜진에 허점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옆구리 투수 심창민과 임창용이 모두 5점대 내외의 FIP로 부진했으나 좌완 차우찬과 안지만이 전체 불펜 투수 이닝의 37%를 소화하며 그 이상으로 상대 타선을 억제했다. 권혁의 합류도 힘이 됐다. 삼성이 5월 기용한 불펜 투수는 겨우 7명. 15명을 기용해야 했던 넥센 , LG와 비교된다. 타선에서는 최형우와 박석민 쌍포가 경쟁이라도 하듯 동일하게 9개의 홈런을 터뜨렸다. 부상에서 복귀한 이지영은 9할대 OPS로 자신에게 장타력도 있음을 과시했다. 삼성이 7할 승률을 유지하진 못하더라도 삼성의 기세는 당분간 이어질 확률이 높다.



NC 다이노스 - 상전벽해 야수진, 공수를 점령하다


NC가 처음 리그에 진입했을 때 첫 한 달 세간의 우려는 컸다. 4월 승률 .190 팀타율 최하위, 팀OPS 8위, 실책은 압도적 꼴지로 야수진의 부진이 심각했다. 부랴부랴 넥센으로부터 지석훈, 박정준 등을 수혈 받기도 했다. 기리고 1년 후 지금. NC의 야수들은 공격과 수비에서 리그 최고의 활약을 보여주고 있다. 팀 득점은 182점으로 두산에 이어 근소한 2위로 득점권에서 3할 이상의 타율을 기록 중이다. DER 수치는 유일하게 70%를 달성했고, 실책도 가장 적다. FIP 수치는 리그 평균보다 높지만, 평균 자책점이 4점대 초반으로 낮은 이유도 이와 연관이 있다. 운도 따랐겠지만, 야수진의 집중력이 좋았다고도 해석할 수 있다. 15번의 승리 중 5점 차 이상이 무려 10번이다. 반대로 5점 차 이상 패배는 겨우 두 번밖에 되지 않았다.


NC 비상의 중심에는 팀의 간판 나성범이 있다. 5월 한 달 50타석 이상 선수 중 1.253OPS로 박병호에 이어 2위, WAR도 TOP3에 포함되리라 추정된다. 이제 NC의 대표가 아닌 한국 프로야구의 차세대 주자라고 해도 어색하지 않다. 테임즈도 본격적으로 페이스를 끌어올리면서 5월 가장 눈부신 외국인 야수라고 할 만하다. 왜 메이저리그에서 최근 가장 좋은 활약을 했는지 짐작이 간다. 옥에 티라면 불펜 에이스가 보이지 않는다. 또 이재학의 FIP와 평균자책점 차이를 보면 작년과 달리 운이 따르지 않았다. 투고타저의 시대에 토종 선발진 키우기는 역시 어려운 미션이다.




경찰청이 다듬어낸 또 한 명의 스타 민병헌은 김현수와 함께 두산의 역사를 써내려가고 있다. (사진 출처 - 두산 베어스) 


두산 베어스 - 내줄 건 내주고, 상대 마운드 초토화


삼성의 투수진이 외계인처럼 다른 팀과 차이를 벌린다면 두산의 타자들의 날카로움은 타고투저에서도 한 단계 위다. 팀 타율 .337로 민병헌과 김현수는 구단 연속 안타 기록을 경신해나가며 야구팬들에게 4억의 꿈을 심어주고 있다. 주전 라인업에 6명이 OPS 9할을 넘기니 상대 투수 입장에서는 매 이닝 중심타선을 상대한다는 각오로 경기에 임해야 한다. 설령 앞으로 부상 선수가 생겨도 허경민, 최주환, 김재환, 오재일, 박건우 등 백업이 두터워 타격 슬럼프에 빠질 염려가 없다.


아쉬움이라면 점수를 준 만큼 내주기도 잘한다는 점. 종종 10점 이상을 허용하는 대패로 5월 팀 평균자책점은 6.54로 리그 최하위다. 5선발 없이 경기를 치르고 있고, 최근 에이스로 발돋움했다는 평가를 들었던 유희관 노경은이 동시에 부진하다. 아무리 방망이가 불을 뿜어도 투수진이 선발진이 무너지면 연승을 이어가기에는 한계가 있다. 위안이라면 ERA에 비하면 FIP는 4점대 중후반으로 삼성 다음으로 낮다. 이용찬이 주춤해도, 정재훈, 윤명준, 이현승, 오현택의 계투진은 리그 상위권 수준이다.



넥센 히어로즈 - 실속 없던 공격력, 무너진 투수 라인


팀 승률 4위라고 해서 기뻐할 상황이 아니다. 5월 성적만 놓고 보면 3강과 함께하기보다 6약에 포함된다. 나이트 교체를 단행했지만, 소사 역시 만족스러운 활약은 하지 못하고 있다. 오재영, 문성현, 금민철은 돌아가며 난타를 당해 조기 강판당했다. 헤켄에 이은 2선발이 팀의 막내 하영민이라는 사실에 마냥 흐뭇해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선발이 먹는 이닝은 한화보다도 적어 불펜에 과부하가 이어진다. 조상우의 이탈로 헐거워진 넥센 필승조는 한현희마저 부진하고, 손승락도 투구 내용이 만족스럽지 못하다.


그나마 상위권이라고 자부할 수 있는 타선. 서건창은 공수주에서 14개의 홈런을 친 괴물 박병호의 기여도를 능가할 정도로 MVP급 활약을 해줬다. 강정호도 두드러지진 않지만, 해외진출을 노려볼만한 활약은 한다. 그럼에도 불구 팀 득점은 팀 홈런이나 OPS나 wOBA와 비교하면 138점으로 리그 평균보다 낮다. 아마도 .242의 득점권타율 .183의 대타 타율이 영향을 미쳤을 듯하다. 게다가 도루 허용이나 DER 수치도 최하위를 기록해 야수진이 잘하고 있다고 하기 민망한 수치다.



롯데 자이언츠 - 평균 자이언츠, 상위권 도약 계기는?


5월 롯데의 기록을 보고 있자면 참 밍숭맹숭하다. 득실점 마진은 -1로 제로에 가깝고, 선발, 불펜 평균자책점은 리그 평균에 수렴한다. FIP도 ERA와 차이가 거의 없다. 팀 타율과 OPS 역시 마찬가지다. 승률도 5할이 됐으면 좋으련만 월말 이어진 삼성과 KIA의 시리즈에서 근소한 점수 차로 1승 5패를 당하면서 승률이 미끄러졌다. 이후 권두조 수석 코치의 사임 후 두산과의 경기 대승으로 겨우 분위기 반전을 꿰할 기회가 생겼다.


롯데가 앞으로 치고 나가기 위해서는 영웅이 필요하다. 선발 등판한 투수 중 FIP 4.5이하 투수가 없어 에이스 부재라는 문제를 겪고 있다. 유먼이 전폭적인 득점 지원으로 승수를 챙겼다고 해서 상대 타자들에게 부담을 주는 투수는 아니지 않은가? 야수 중에는 손아섭, 히메네스와 함께 정훈의 페이스가 좋지만, WAR로 보면 상위 10명에 속한 타자가 없다. 개별적으로 봐도 롯데는 5월 참 평범한 시간을 보냈다. 또 한가지 최준석이 주전으로 많이 출장하지 못했음에도 3-4-5의 타출장 기록으로 타격감을 회복했다. 수비가 좋은 박종윤과 적절한 공존을 고민할 때다.


KIA 타이거즈 - 에이스 의존도 심각, 야수 깊이는 개선


롯데 투수진이 고루고루 평균적인 활약으로 성적을 낸다면 KIA는 에이스와 마무리 한 명에 의존하는 야구를 하고 있다. 선발진은 양현종이 35.0이닝 2.57ERA 1.98FIP로 전체 투수 중 승리 기여도 1위를 기록 중이다. 어센시오도 전체 마무리 투수 중 유일하게 2점대 FIP를 기록했고, KIA의 5월 10승 중 7경기를 매조지었다. 이닝 소화능력이 적다는 지적에도 중무리 윤규진을 제외하면 마무리 투수 중 가장 많은 이닝을 소화했다. 한편 양현종을 제외한 KIA의 선발진은 모두 6점대 FIP를 넘겼고, 불펜 승리조 심동섭, 김태영도 5점대 내외의 FIP, 6점대가 넘는 ERA로 불안하긴 매한가지다.


투수진의 이러한 부진에는 송은범, 곽정철, 유동훈, 박지훈 등 부상자가 많은 탓도 있다. 그래도 버틸 수 있었던 요인으로는 야수진의 선전에 있다. 김선빈을 비롯해 적지 않은 부상자가 있었음에도 나지완, 브렛필을 축으로 이종환, 강한울, 김다원, 백용환 등이 적어도 타선에서는 제 몫 이상을 해줬다. DER 수치도 작년 7월 이후 처음으로 최하위를 면했다는 점에서 미세하지만, 앞으로 발전 가능성을 엿보게끔 한다.




저비용 고효율을 노린 리오단과 조쉬 벨 영입은 LG의 전·현직 감독을 만족시키지 못하고 있다. (사진 출처 - LG 트윈스)


LG 트윈스 - 힘 빠진 방망이, 외국인 선수 활약 미진


LG의 3루수 조쉬 벨은 시즌 전 잠실 구장에 대해 그렇게 넓게 느껴지지 않아 괜찮다는 인터뷰를 했다. 시즌 첫 한 달 조쉬 벨은 자신의 말을 지키며 8개의 홈런을 치며 자신의 말을 증명했으나 5월에는 .218의 타율 .564OPS 단 한 개의 홈런포도 치지 못하는 극심한 슬럼프를 겪고 있다. 타고투저에 기대치가 높은 외국인 타자라고 생각하면 심각한 타격이다. 기존 LG의 타자들도 3개 이상의 홈런을 치지 못하는 등 팀 OPS나 wOBA 모두 최하위에 머물고 있다.


외국인 선수 덕을 보지 못하는 것은 선발진도 다르지 않다. 리오단의 5월 FIP는 6.57로 높고, 티포드는 반대로 높은 ERA로 리그 적응에 애를 먹고 있다. 외국인 투수를 제외한 LG 토종 선발진의 FIP는 4.38로 삼성(4.11) 다음으로 낮다. 문제는 이러한 외국인 선수의 부진이 예견된 결과라는 것. 리오단과 조쉬 벨은 모두 최근 트리플A에서 부진했고, 티포드도 리즈의 부상으로 인해 공들인 투수라고는 할 수 없다. 그렇다고 가을 야구를 노리는 게 아닌 LG 입장에서 고액을 받는 선수로 교체하기도 무리여서 리빌딩 위주의 운영밖에 방법이 없어 보인다.



SK 와이번스 - 부상 악재 속 사라진 팀 컬러


SK의 추락한 성적을 보기 전에 빠져나간 전력을 참고하지 않을 수 없다. 시즌 전 트레이드로 이적한 정근우를 제외해도 팀 내 최고 선수였던 3루수 최정과, 작년 세든과 함께 원투펀치로 활약한 윤희상이 부상으로 모두 5월 중순경 엔트리에 제외됐다. 지명타자로 주로 뛰고 있는 스캇은 일정의 절반가량을 재활로 보내는 부상 병동이다. 애초에 이런 상황에 좋은 성적을 내기란 극히 어려운 일이다.


그렇지만 위 악재를 고려해도 기존 팀의 강점을 찾아볼 수 없다는 점은 팬들을 절망케 한다. 강한 수비력으로 항상 상위권을 유지하던 DER 수치나 필승조 없는 불펜진은 내가 응원하던 팀이 맞나 하는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마무리 박희수도 구위가 많이 하락해 윽박지르는 투구가 나오지 않고 있다. 이만수 감독 부임 후 늘어났던 팀 홈런 수도 리그 평균을 밑돌고 있다. 여태껏 SK로는 상상할 수 없던 득실 마진 -49라는 수치는 냉엄한 현실을 깨닫게 한다.



한화 이글스 - 자리잡은 팀 구성, 성적 향상 전망은 유보


안타까운 일이지만, 한화가 상위권 전력으로 분류한 야구 전문가는 많지 않았다. 그도 그럴게 지난 5년간 한화의 득실점 마진은 7위 넥센, 6위 LG와 700점 내외의 압도적인 차이로 단시간 만에 회복될 성질의 것은 아니다. 5월에 들어서 한화는 다시 한 번 득실 마진 -50으로 익숙한 위치에 자리하고 있다. 외국인 투수 영입은 현시점에서 역시나 성공적이지 못했고, 외야수 피에도 7할대 OPS로 공격에서 많이 주춤한 양상이다. 유창식과 송창현은 다시 작년 전반기의 모습으로 되돌아갔다.


희망적 요소도 존재한다. 로테이션에 이태양이 새롭게 자리해 5월 등판 평균 5이닝 4점대 중후반의 방어율로 마운드에 한 줄기 빛이 되고 있다. 불펜에는 윤규진, 윤근영등 2003, 2005 드래프트 상위라운드 지명자들이 기대치에 걸맞은 활약을 하기 시작했다. 유격수 한상훈, 3루수 송광민의 수비 진용도 만족스럽다. 이용규가 수비에 들어가면 점점 탄력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물론, 예전 기억을 돌이켜 보면 대책 없는 낙관도 경계해야 한다. 한화는 불펜의 생명을 소모해가며 승리를 짜내기보다 기초공사를 굳건히 해야 하는 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