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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야구

2009-2013 파크팩터, 바뀐 대전 구장은 한화에 불리?

군에서 복귀한 김태완과 FA 이대수는 올해 대전 구장에서 단 한 개의 홈런도 치지 못했다. (사진 출처 - 한화 이글스)


올시즌 한화는 최악의 시즌을 보냈다. 단순히 NC에 밀린 게 문제가 아니다. 승패마진 -43으로 2003년 롯데 이후 가장 낮은 .333의 승률을 기록했다. 물론 변명은 있다. 선발 로테이션의 류현진, 박찬호, 양훈 등 무려 세 명의 선수가 빠져나갔다. 


추가로 여기에 중대한 변수가 발생한다. 신임 김응용 감독이 대전 구장을 둘러본 후 투수를 위해 펜스를 뒤로 밀어달라고 요구한 것. 10번의 우승을 한 용장 감독의 말에 프런트는 곧바로 반응했다. 류현진을 보내면서 얻은 실탄을 가지고도 FA 시장의 패자가 된 입장이 궁색해서였는지도 모른다. 공사를 마친 후 대전 구장은 좌우 펜스 거리가 97m에서 99m로, 중앙 펜스는 114m에서 121m로 늘어났다. 담장 높이는 중앙 2.8m에서 4m, 좌우도 2.8m에서 3.2m로 변경됐다. 투수 친화적인 구장으로 유명한 잠실 다음으로 넓은 규모라고 한다.


대전 구장이 넓어지면서 효과는 있었을까? 작년 106개의 홈런으로 가장 많은 피홈런을 허용했던 한화 투수들은 올해 98개로 약 7.5%가량 줄어들었다. 줄어든 경기 수를 감안하면 그렇게 큰 차이는 아니다. 반면 한화 타자들은 71개에서 47개로 홈런 수가 지난해보다 33.8% 대폭 줄어들었다. 한화 투수력이 떨어졌다고 하지만, 께름칙한 수치다. 게다가 넓어진 외야에 적응하지 못한 외야수들 때문에 다시 펜스를 줄여야 한다는 소리마저 들렸다. 그럼 대전 구장의 파크팩터는 어떻게 달라졌을까?


 

위는 파크팩터를 구하는 기본 공식이다. 여기에 분모만 타수에서 삼진을 뺀 값인 BIP로 바꾸어 지난 5년의 값을 계산했다.



표를 보기에 앞서 파크팩터는 통계값이지 절대값이 아님을 유념하자. 고로 현실을 정확히 반영하지 못하는 불완전한 값이다. 또 팀 구성원에 의해 영향을 일부 영향을 받더라도 반대로 작용할 염려는 없다. 일례로 두산은 올해 리그 평균보다 많은 홈런을 쳤지만, 2013년 홈런 팩터는 0.64로 매우 투수에게 유리하게 나타났다. 한 마디로 박병호, 이대호, 이승엽, 김태균, 최형우가 한 팀에 있어도 홈런 팩터가 타자에게 유리하게 나타나지 않는다는 뜻이다.


주제로 돌아가서 2012년까지 대전구장과 2013년 대전구장의 파크팩터를 비교해 보자. 표의 값은 1보다 크면 타자에게 유리하고, 1보다 작으면 투수에게 유리하다. 작년까지 대전구장의 홈런 팩터는 1.19로 문학 다음으로 높았다. 그런데 올해는 0.71로 잠실 구장 다음으로 낮은 수치를 나타냈다. 반면 3루타 팩터는 크게 올라갔다. 표본이 겨우 1년이라 참고 자료밖에 되지 못하더라도 변화의 방향은 짐작할 수 있다.


실제로 대전 구장 펜스 공사가 한화에 불리했는지 아닌지는 확신하기 어렵다. 한화 투수들은 타 구장에서보다 대전 구장에서 피홈런을 훨씬 적게 허용했다. 박병호와 홈런왕 경쟁을 했던 '거포' 김혁민도 홈구장 피홈런이 원정의 반도 되지 않는다. 다만, 앞으로 한화가 대전 구장을 그대로 유지했을 때 빅뱃 위주의 선수보다 LG나 두산처럼 기동력을 활용한 선수들을 영입하는 게 성적을 내기 유리해 보인다. 이번 FA 시장에서도 구장환경을 고려해 타겟을 정할 필요가 있다.



그런데 글의 첫 번째 표를 선수들의 스탯에 그대로 대입하면 오류가 생긴다. 실제로 선수들은 홈구장과 원정구장에서 절반씩 경기를 뛰기에 원정구장의 파크팩터도 구한 후 적용해야 한다. Jim Furtado의 방식으로 지난 5년간 파크팩터를 따로 구했다. (아래 왼편 A) 또한 국내 구단은 MLB와 달리 9개 구단으로 숫자가 ⅓밖에 되지 않기에 원정 팩터가 과장될 우려가 있다. 그래서 다시 한 번 원정 팩터를 원본 스탯에 나눠준 후 수식 과정을 되풀이했다. (아래 오른편 B) 구장의 변별력은 A가 크며, B는 오류 염려가 더 적은 조심스러운 값이다. 어떤 표를 쓸지는 기록을 각자의 판단 기준에 맡긴다.



파크팩터를 선수에 적용하는 방법은 선수의 기록에 표에 나온 수치를 적용하면 된다. 예를 들어 김현수의 올해 16개의 홈런을 쳐냈다. 오른편 두산의 파크팩터(약 0.85)로 나눠주면 18.7개의 홈런이 된다. 반대로 문학구장을 홈으로 쓴 박정권은 18개의 홈런을 쳤다. 오른쪽 값(약 1.13)으로 나눠주면 16개로 김현수와 역전이 된다. 값이 크면 클수록 변화 폭도 커진다. 최정의 홈런 개수인 28개를 나누면 24.8개로 잠실에서 21개의 홈런을 친 선수와 비슷한 가치다. 만약 표 A를 기준으로 한다면 당연히 변화되는 값도 크다.


투수는 복잡하기도 하고, 간단하기도 한다. 평균자책점을 구할 때 단순히 실점 팩터로 나눠주면 된다. 문제는 실점은 워낙 변수가 커서 5년의 값이라도 오류가 생길 수 있다. 그래서 wOBA(종합타격지표)로 구한 득점 가치인 wRC를 실점팩터 대신 이용하길 권한다. (설명

간혹 FIP를 구할 때 홈런만 따로 적용하는 경우도 있는데 FIP는 평균자책점을 추정하는 값이므로 실점과 관련된 팩터가 낫다고 생각한다. 역시 각자의 선택에 맡기고 싶다.



마지막으로 최근 홈런 숫자가 줄고 있다며 토종 선수들의 장타력이 줄었다고 지적하는 여론이 많다. 일리가 있는 말이다. 그러나 신규 구장의 크기를 생각하면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다. 대부분 구장들은 펜스를 뒤로 밀거나 홈런을 치기 어려운 구조로 바뀌었고, 신규 구장도 투수 친화적인 곳이 대부분이다. 최근 생긴 삼성의 보조 구장인 포항구장도 좌우 99M 중앙 122M로 큰 편에 속한다. 작은 표본이지만, 파크팩터 역시 투수 친화적으로 나타난다. 기록을 보기에 앞서 이런 요소들을 참고한다면 최근 프로야구의 흐름을 더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지 않을까?


※ 파크팩터를 구하기 위한 기본스탯은 아이스탯과 KBO 홈페이지에서 얻었음을 밝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