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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메모

10구단 창단 유보, 야구계 또 무시당하다

KBO 이사회에서 10구단 창단이 다시 한번 미뤄졌다. 이번 이사회는 지난 6월 12일 갑작스레 10구단 창단을 논의하기 위해서 임시로 마련된 자리다. 구본능 KBO 총재가 각 팀 구단주를 직접 만나 설득해 이뤄낸 성과물로 알려져 긍정적인 전망이 주를 이뤘다. 그러나 결과는 실망스럽기 그지 없었다. 기존 반대 이유인 경기력 저하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 고교 야구 팀이 늘어야 한다는 조건까지 추가 됐다.


KBO 회의 결과 공지를 보면 인프라 개선을 위해 향후 10년간 고등학교 20개팀, 중학교 30개 팀 창단을 목표로 아마야구 지원을 계획한다고 한다. 말은 좋다. 그러나 이를 풀이하면 10구단 창단은 10년은 이르다는 뜬금없는 얘기도 된다. 프로야구 8개 구단이 언제부터 아마야구 지원에 열을 올렸는지 생각해보면 쓴웃음만 짓게 한다. 



과연 신규 구단 반대 이유가 프로야구 질적 저하에 대한 우려 때문일까? 그럴리가 없다. 애초에 8개 구단 프런트는 그에 대한 관심이 별로 없었다. 정말로 경기력 저하를 우려했으면 현금으로 히어로즈 선수들을 마구 빼왔을리도 없고, NC에 선수 지원을 축소해서도 안 된다. 지난 이사회에서 왜 용병 인원 늘리는 안건을 폐지했을까? 진정성이 있다면 지금이라도 각 구장 펜스와 잔디 상태에 대해 대책을 마련하고 트레이너를 충원해야 한다. 선수들 부상이 줄어들면 10구단 논의를 해도 될 만큼 경기력이 좋아질 것이다.


이사회가 10구단을 반대하는 이유는 경기력이나 야구계 발전과는 관계없이 모기업의 심사에 달렸다고 보는 것이 정확하다. 야구계는 10구단 확대로 리그의 성장을 도모하길 원하지만 일부 구단에서는 야구단이 사업화되는 것에 시큰둥하다. 차라리 선수단을 손안에 두고 뉴스에 이름 한 번 불리는 것이 낫다는 반응이다. 프로야구를 재벌가의 놀이를 보고 우승으로 과시를 원한다면 구단이 늘면 우승 확률이 줄어드는 것뿐이다. 


충분한 준비를 통해 리그 확대를 준비하자는 것은 일리가 있지만 지금처럼 기업과 지자체가 적극적으로 유치에 나섰던 적이 있는가? 말 그대로 대호황을 맞은 지금이기에 10구단 창단으로 야구장과 고교 팀이 늘어날 기회다. 당장 NC 창단으로 창원에 불고 있는 야구바람을 보면 알 수 있지 않은가?



언론에 나오는 기사를 보면 10구단 창단 반대의 이면에는 재벌가의 신경전 때문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실제로 그렇지 않더라도 이번 이사회 결과는 야구계에 굴욕에 가까운 일이다. 진정 프로 야구의 주인은 누구인가? 선수협의 WBC, 올스타전 보이콧을 적극 지지한다. 흔히 경기에서 위기 뒤에 찬스, 찬스 뒤에 위기가 오곤 한다. 지금의 찬스를 놓치면 국내 야구에 어떤 위기가 닥쳐올지 생각해 봤으면 한다.